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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불편하고 힘들게만 지켜야 하나요?
박상도 2023년 09월 15일 (금) 00:00:09

17년 전에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스탠포드 대학교 근처 공원에서 동창을 만나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려고 음식쓰레기 따로, 페트병 따로 봉투에 집어넣고 있었는데 동창 친구가 갑자기 큰 비닐봉투를 꺼내더니 한꺼번에 쓸어 담으면서 한마디 합니다.

“우리같이 작은 나라에서 열심히 분리 수거하면 뭐하니? 이렇게 큰 나라가 지구를 아끼지 않는데...”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일주일에 한 번씩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으면서 그때 동창 친구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지구는 우리만 지키나? 미국, 중국 같은 덩어리 큰 나라들은 전혀 동참하지 않는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환경이 아니라 돈에 있습니다. 우리 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매립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매립지마다 환경오염에 따른 마찰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분리하는 것보다 통째로 매립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굳이 분리배출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앞장서서 분리배출을 하고 있는데 최근 샌프란시스코 시의 침체로 이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미국 전체로 확산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마도 드넓은 미국 땅이 쓰레기로 넘쳐나지 않는 이상 우리처럼 분리수거를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올리는 데 꽤 성공한 나라입니다. 1990년대에 수도권 매립지를 3번 취재했습니다. 당시는 음식물 분리배출이 시행되기 전이었습니다. 고발프로그램 방송을 하면서 험한 곳, 더러운 곳을 많이 다녀서 어지간한 악취는 잘 참는 편인데, 김포 쓰레기 매립지의 악취는 갈 때마다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일회용품부터 음식 쓰레기까지 모두 한 봉투에 담겨 매립지로 보내졌습니다. 더운 여름날 일회용 기저귀부터 남은 음식 찌꺼기들이 종량제 봉투에 담겨서 매립지에 도착하면 이미 봉투에는 썩은 물이 고여서 악취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이 상태로 땅에 매립을 하면 매탄가스와 함께 침출수가 땅 위로 뽀글뽀글 올라오면서 썩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지는데 마치 마녀의 가마솥처럼 어둡고 탁한 색깔의 액체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그 냄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취를 섞어 놓은 것보다도 더 역합니다. 당연히 매립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필자는 과거 고발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환경문제를 꽤 많이 다뤘습니다. 환경을 지키고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이 당연히 옳은 일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짐을 대부분 국민이 지고 있다는 겁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그렇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분리 배출되면서 쓰레기 매립 문제는 정리가 됐지만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항상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았습니다. 한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가 있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데 비용이 들지 않다가 몇 해 전부터는 무게 단위로 요금을 내고 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효소 처리와 건조를 통해 음식쓰레기를 분해하는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음식쓰레기를 디스포저(음식물 분쇄기)로 갈아서 개수대에서 물과 함께 내려버립니다.  물론 우리같이 밀집 주거환경에서는 하수관이 막히면 오히려 큰 불편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이 조심스러울 수도 있고 환경 단체의 반대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디스포저의 편리함을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음식쓰레기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버리는 불편함이 종종 짜증납니다. 꼭 이렇게 불편해야만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디스포저를 쓰는 다른 나라들의 하천은 오염되었나요? 디스포저를 쓸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은 정부나 지자체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시시때때로 보도블록만 갈아엎을 것이 아니라 환경도 지키고 삶의 편리함도 누릴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해주면 좋겠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환경을 위한다는 좋은 명분으로 이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은 당연한 것이며 이러한 불편에 불만을 얘기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위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페트병을 분리 수거하면서 페트병에 붙은 라벨을 떼어서 버리라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리 수거장에서 페트병의 라벨을 떼면서 “아니, 환경을 소비자만 생각해야 하나? 진작에 만들 때부터 라벨을 같은 재질로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라벨을 없애든지 하면 될 것을 이거까지 떼서 분리수거를 하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게다가 라벨은 잘 떨어지지도 않게 질기게 붙여놓고 떼서 버리라고 하는 건 무슨 경우지?”라고 투덜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다행히 라벨이 없는 생수병이 많아져서 불편함이 없어졌지만 이렇게 될 때까지 모든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짜증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종이로 만든 빨대입니다. 이 종이 빨대도 우리나라만 열심히 씁니다. 음료와 종이는 상극인데 이 기막힌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 종이 빨대도 플라스틱 빨대만큼 인체와 환경에 해롭다고 합니다. 즉, 그린워싱(Green Washing: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니지만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에 대해 제지업체는 반론을 제기하지만 종이 빨대도 결국 나무를 벌목해야 얻는 것이고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물에 잘 녹지 말라고 코팅을 하는데 친환경 코팅이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이오십보 소백보(以五十步 笑百步)’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빨대를 쓰지 않거나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지 종이 빨대니까 안심하고 널리 많이 쓰라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그 짐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하는데 나라마다 다르고 정부는 노력하지 않고 시민 의식에만 의존해서 개인들만 불편을 감수하라는 태도에는 불만이 있습니다. 저는 디스포저를 쓰면서 편하게 살고 싶고, 휘핑크림을 얹은 아이스커피는 플라스틱 빨대로 마시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해도 집단 린치를 당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국민의 삶의 질을 걱정한다면 하수관을 정비하고 정화시설을 더 확충해서 음식 쓰레기를 편하게 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음식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분리수거를 잘하니 플라스틱 빨대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서 거북이 콧구멍을 막을 일은 없을 겁니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편한 대체품으로 삶의 만족을 떨어뜨리는 것 또한 재고하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찾고,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개인이 아니라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그 많은 세금과 보조금과 기부금을 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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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218.XXX.XXX.60)
감사합니다
우리모두의 책임이라 노력 동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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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8 11: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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