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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와 낯설게 하기
김창식 2023년 09월 14일 (목) 00:01:51

지난 글(2023. 05. 11)에서 ‘르네 마그리트와 낯설게 하기’를 다루었죠.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는 1920년대 러시아의 형식주의자 시클롭스키에서 유래한 개념이지요. ‘낯설게 하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소격효과(疏隔效果)’로 잘 알려진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연출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년)입니다. ‘소격효과(Verfremdungseffect)’라는 번역 자체가 낯설게 다가옵니다. 차라리 그냥 '소외효과(疏外效果)'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사회주의 사상가로서 현실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과 풍자를 극화한 작품을 연출했으며,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적극 도입해 활용했죠. 1960~70년대 독문학도에게는 그 이름 자체가 충격이요, 우상 같은 존재였습니다. <밤의 북소리> <서푼짜리 오페라> <억척어멈과 아이들> 같은 작품들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억척어멈’을 ‘뺑덕어멈’으로 번역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죠.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볼까요?

‘낯설게 하기는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서사 기법으로 이화효과(異化效果) 또는 소격효과(疏隔效果)라고도 한다. 현실의 친숙한 주변을 생소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극중 인물과 관객과의 감정적 교류를 방해하여 효과를 누린다. 소외효과의 목적은 관객이 극적 사건에 대해 거리를 갖게 함으로써 지금껏 당연히 받아들이는 일을 비판적 사건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조금 쉽게 풀어 써볼까요? 전통연극은 내용이 전개되며 관객에게 극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에 따라 환상은 관객의 심리를 등장인물과 동화시켜 감정이입의 문을 자유롭게 개방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극적인 연민, 고뇌, 감동에서 얻는 카타르시스는 그 같은 감정이입의 여러 상태를 말하는 것이죠. 그에 반해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는 일상적인 것을 예기치 못한 것으로 대체해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역설이요, 대안적 장치인 것입니다.

요컨대 무대가 곧 현실이라는 인상을 무너뜨리고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작위적(作爲的)인 놀음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태도이자 작법입니다. 객석에 불을 켜 놓은 채 무대 배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거나, 배우들의 리허설을 그대로 노출시킨다든지 해서 관객들에게 연극을 현실이 아닌 연극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에요. 다른 기법으로는 노래 삽입, 주석 달기, 번호 붙이기, 관객에게 말 걸기, 절정에서 극을 중단하기 등이 있습니다.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 기법은 현대 연극에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곤 합니다. 브레히트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극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1942~)입니다. 작품 <관객모독(Publikumsbeschimpfung)>은 적지 않게 당혹스럽습니다. 무대 위 등장인물은 넷이 전부인데, 극을 이끌어 나가는 이렇다 할 줄거리나 사건이 없군요. 심지어 관객을 ‘너희들’이라고 칭하며 거친 욕설을 퍼붓기도 합니다. 

위에서 연극을 중심으로 한 극작가 브레히트의 서사 이론을 다루었지만, 사실 나의 마음속에 더 깊고 오래 머물러 있는 작품은 브레히트가 쓴 짧은 시입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Ich, der Ueberlebende)’! 아래 그 시를 소개할게요. 그렇습니다. 살아남은 자는 슬프게 마련입니다! 어느 곳, 어떤 상황에서든. 그곳 현장에 있었든 없었든.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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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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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설단 권해솜 (121.XXX.XXX.153)
안녕하세요. 양설당 권해솜입니다.
브레히트 낯설게 하기를 말할 때 요즘 소격효과라는 말 잘 안씁니다. 그냥 낯설게하기, 소외효과로 다 쓰고 있고요, 제가 학생들 가르치고 나서 주관식 문제의 답도 다 대충 후루룩 말아서 맞게 해주고 있어요.

브레히트의 그 정신은 오래 갈 듯 했으나.. 아리스토텔레스적 작법이 주는 카타르시스, 작품을 다 본 이후에도 감도는 자극과 혼란스런 감성 잔향을 넘어서지 못했다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낯설게 하기는 멀리서도 볼 것 없이 우리 마당극이 전형적인 브레이트 효과가 아닐까 싶어요. 민중극 말이죠. 마당극을 통해 사회를 고발하고 그렇죠? 저에게 반가운 이야기라 몇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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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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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11.XXX.XXX.88)
양설단 권해송님 반갑습니다. 댓글 내용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렇습니다. '낯설게 하기'는 예술의 본질이 아니라 작법이자 표현 기법이지요.
아울러 브레히트가 아니라 우리 마당극에서 그 연원을 찿아야 할 듯도 싶슾니다.
답변달기
2023-09-16 16: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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