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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신현덕 2023년 09월 01일 (금) 00:00:41

지난달 말벌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 다섯 방이나 쏘였습니다. 119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고초를 겪었으나 별다른 후유증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벌을 포함한 모든 곤충과 천연 살충나무 등 자연과 친해보려고 노력 중이었는데 기습 공격을 당하고 보니 얄미운 생각도 듭니다.

그날 그늘막에 앉아 토종인 ‘코끼리 마늘’을 뽑아 정리하는데 목화(木化)된 마늘종이 좀처럼 부러지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꺾으려니 힘에 부쳤습니다. 이리저리 흔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벌 떼가 달려들었습니다. 마늘종이 벌집을 공격하는 것으로 여겼고, 방어에 나선 것이었겠지요. "웅" 소리와 함께 여러 마리가 공격했습니다. 미처 피할 틈조차 없었습니다. 한 방 쏘이는 순간 모든 것을 집어 던지고 달아났는데도 순식간에 머리에 세 방, 등에 두 방을 당했습니다.

제일 처음 챙긴 것이 휴대전화입니다. 컨테이너 안에 놓아둔 전화기를 찾아 들고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 급히 출발했습니다. 그리곤 가평 읍내 내과 의원으로 향했습니다. 통화에 어려움이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사고를 예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불편을 참지 못해 세 번이나 통신사를 바꿨습니다. A 통신사는 밭 가장자리 근처에서 전파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B 통신사는 컨테이너 안과 뒤에서는 통화 상태가 아주 불량했습니다. 사용 중인 C 통신사는 통화 상태가 대체로 양호합니다.

마을과 200미터가 채 안 되어도 소리쳐 사람을 부르기가 불가능합니다. 잣나무 언덕이 가려 마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밭 가장자리에 멧돼지 목욕 터도 있고, 고라니와 노루가 다닌 흔적이 심심찮게 발견되는 깊은 오지 같습니다. 평소에는 조용하여 아주 좋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그날은 엄청 멀게 느꼈고, 겁도 났습니다.

들은풍월은 있어 아나필락시스(심한 쇼크)가 떠올랐습니다. 두려움이 몰려왔고, 매우 불안했습니다. 읍내를 얼마 남기지 않고 눈앞이 캄캄해져 큰 사고가 날 것 같았습니다.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119에 도움을 요청했고, 몇 분 후 구급차가 도착했습니다. 15분 정도의 그 짧은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습니다.
"맥박이 매우 빠르고, 혈압이 높다."는 소방대원의 말이 환청처럼 들렸습니다. 그들이 어디론가 무전으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20여 분 뒤 춘천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응급실에서 각종 치료를 받은 후 3시간쯤 지나니 아주 천천히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틀 뒤 마을에서 토종벌을 기르는 분과 완전하게 장비를 갖추고 말벌집을 뜯어냈습니다. 살충제를 뿌려도 지독하게 저항했습니다. 그늘막의 천이 뻥 뚫린 것이 드러났습니다. 말벌이 드나들기 좋게 하려고 태풍에도 견뎠던 두꺼운 천막을 물어뜯었습니다. 그분이 기르던 토종벌 여섯 통이 올해는 한 통만 남았습니다. 말벌의 공격과 병원균 때문입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매년 증가하던 양봉 규모가 2019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습니다. 말벌이 양봉 산업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랍니다.

말벌은 육식을 합니다. 꿀벌을 물어다가 새끼에게 먹인다니 잔인하기도 합니다. 그날도 30여 분 만에 토종벌을 공격하던 말벌 다섯 마리를 잡았습니다. 말벌의 공격성이 점차 강해집니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벌에 쏘여 11명이 사망했습니다. 주로 말벌에 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말벌에 쏘인 후 뇌졸중을 일으킨 사례도 전해집니다. 말벌끼리의 경쟁도 심합니다. 토종 말벌이 중국 말벌에게 밀립니다. 1980년대 국내 유입된 중국 말벌이 전국에서 토종 말벌을 휩쓸고 있습니다. 이제는 토종 말벌의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서 수놈 말벌을 대량으로 잡아 없애고 있습니다만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어 완전 제거가 불가능한가 봅니다. 필자가 밭에는 밀원(蜜源)인 메밀과 변두리에는 헛개나무를 심었는데 모두 없애야 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말벌 감소에 나설 계획입니다. 말벌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돌씨앗' 농사꾼이 토종벌을 지키려는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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