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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물정 너무 모르는 신공항 발상
이성낙 2023년 08월 29일 (화) 00:02:46

지난 4월 지인들과 함께 광주, 목포, 영광 지역을 둘러보면서 ‘코로나19에서 해방된 느낌’을 만끽했습니다. 그런데 여행 도중 시야에 들어온, 조용하고 쓸쓸하기까지 한 무안국제공항의 모습이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무겁게 남아 있습니다. 그 ‘국제공항’ 활주로에는 소형 비행기 한 대만이 외롭게 서 있었습니다. 듣기로는 청주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만.

사정이 이러함에도 부산 가덕도에 ‘국가의 균형 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기치(旗幟) 아래 새로운 대규모 국제공항을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역우선주의(Local Patriotism)’가 설쳐대고 있는 우리네 부끄러운 표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다가는 수도권인 수원 지역에도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올 성싶습니다. 여론이라면 맥을 못 추는 지역정치꾼들과 기업꾼들의 그릇된 협업을 너무 자주 보아와서입니다. 
그런데 근래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말도 많고 말썽도 많았던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열린 장소에 ‘새만금 국제공항’이 들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황당함을 넘어 작금 국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주 환경’ 관련 발 빠른 움직임에 우리 사회는 어찌 그리도 ‘깜깜 무식’한지 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단거리(300km) 비행편을 불허한다는 조치를 내렸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담당 분야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그걸 한낱 해외 가십(Gossip) 정도로 듣고 잊었나 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런 발상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독일어권을 대표하는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2021년 5월 5일자 기사에 의하면 “프랑스는 앞으로 국내 단거리 비행을 금지하며, 특히 2시간 30분 내에 기차로 연결되는 지점의 비행을 금지한다는 ‘기후보호법(Klimaschutz-Gesetz)’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도 환경문제와 단거리 비행 관련 사회적 논의가 활발합니다. 몇 년 전 베를린에 사는 필자의 지인이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Innsbruck)를 다녀왔다고 하기에 어떤 교통편을 이용했는지 묻자 ‘기차’라고 대답했습니다. 필자는 ‘베를린-인스브루크’ 간 거리가 약 600km는 될 터인데, 왜 비행기가 아닌 기차편을 이용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이 놀랍기도 하고 의외였습니다. “플루크-샴(Flug-scham) 때문이지.” ‘비행-부끄럼’이라는 낱말은 알겠는데, 그게 새로 생긴 시사용어인가 싶었습니다. 지인이 설명해주기를, 비행기가 뿜어내는 매연이 오존층을 심각하게 파괴하기 때문에 “단거리 여행에 비행기 이용하는 걸 부끄럽게 여겨라”라는 사회운동에 동참할 겸 해서 기차여행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여운이 남는 얘기였습니다. 세상이 정말 빨리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비행기 매연은 오존층을 심각하게
파괴한다. (사진: Google에서 캡처)
 

1960년대 말에 필자는 ‘자외선(紫外線, Ultraviolet, UV Rays)과 항공기’라는 주제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화학을 전공한 후 의학으로 진로를 바꾼 피부과학 교수는 “지상 10km 대기층(Atmosphere)에서 대륙 간을 오가는 고공(高空) 비행기가 뿜어내는 매연이 대기의 오존층을 파괴하면, 태양이 발하는 강한 자외선이 오존층이라는 필터(Filter) 없이 우리 피부에 다다르면서 각종 피부암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근 60년 전에 했던 그 교수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근래 미국이나 유럽에서 피부암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일반화된 상식입니다. 그만큼 피부암 증가 추세와 대기의 상관관계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백색 피부의 백인들에게는 분명한 위험 요소입니다. 

거기다 항공기가 뿜어내는 ‘굉음 공해’는 또 다른 반(反)환경적인 요소입니다. 심각한 것은 ‘비행기와 소음공해’를 극복 또는 극소화하는 대책을 기대하는 게 현시점에서 요원하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들은 비행편 축소만이 최선의 대책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환경론자들이 공항 확장 및 신축을 죽기 살기로 반대하는 것이겠지요. 

 
  사진: Google에서 캡처

음속보다 빠른, 이른바 슈퍼소닉(Supersonic) 항공기가 출현한 것은 1976년의 일입니다. 이름하여 ‘콩코드(Concorde)’. 프랑스와 영국의 두 항공기 제작사가 공동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초기에는 비행기에 붙일 이름을 놓고 양국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가 ‘Concorde’를 주장하자, 영국은 ‘e’를 뺀 ‘Concord’로 해야 한다고 한바탕 소란을 피웠습니다. 논란 끝에 영국은 어쩔 수 없이 ‘Concorde’라는 기명을 결국 받아들였고, 그 ‘e’가 ‘Europe’을 뜻한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그 멋진 콩코드는 30년의 수명도 못 채운 채 27년 만에 항공업계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나 변명을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심에 ‘굉음 공해’가 있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굉음이 너무 심한 나머지 런던, 파리, 뉴욕, 바레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세계 모든 국제공항이 콩코드 비행기의 이착륙을 손절매한 것입니다. 
세기의 명품으로 등장했던 콩코드가 굉음 공해 때문에 몰락해 그 화려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큰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원숭이들. 신공항 기획자들이 이런 모습 아닐까. (사진: Google 캡처)  

세계 어디서나 공항을 건설하려면 시민들의 강한 반대에 봉착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지난 수십 년간 신공항이 출현하지 못한 것은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유발하는 소음공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인천국제공항이 바다 쪽 깊숙한 부지에 세워진 걸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항공기가 반환경적·반사회적 요소로 주목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너무 쉽게 구상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는 결코 미래 지향적인 사업이 아닙니다. 

공무원과 정치인 등 신공항 건설에 관여하는 많은 지역 정책책임자가 지역주의에 몰입되어 있어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는 원숭이’인 양 처신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녕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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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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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무 (121.XXX.XXX.19)
이렇게 좋은글은 우선 건교부장관에게. 다음으로는국회 건설분과위원에게 보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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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 11:54:01
1 0
Sungnack1212 (218.XXX.XXX.234)
류근무 선생님,
긍정적으로 평가하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말씀대로 건교부에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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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23:00:37
0 0
김완수 (39.XXX.XXX.105)
적극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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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4:24:45
0 0
여러생각 (218.XXX.XXX.23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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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23:01:13
0 0
정병용 (220.XXX.XXX.57)
너무나 좋은 지적에 감동 또 감동합니다.
의견에 100번 1000번 동감입니다.
부산 가덕도와 새만금 국게공항 철회하기 강력 촉구합니다.

국토면적이 도대체 얼마인데.... 무안, 청주, 양양도 폐쇄해야 된다고 봅니다.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제발 공부좀하여 물정모르는 원숭이가 아니길 기원합니다
이성낙님의 좋은 Column에 박수를 보네면서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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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0:11:26
1 0
여러생각 (218.XXX.XXX.234)
용기와 힘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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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23:02:34
0 0
이강을 (112.XXX.XXX.158)
글 공감합니다. 특히 'Flug-scham'을 알게해 주시고 피부암의 경고를 살피게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국내 정치인, 공무원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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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08:39:39
0 0
여러생각 (218.XXX.XXX.234)
저도 부산 방문시 기차편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공감하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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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23:04:2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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