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영환 사에라
     
아마존의 기적
김영환 2023년 08월 23일 (수) 00:00:05

지난 5월 1일 콜롬비아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성인 3명과 어린이 4명을 태운 43년 된 세스나기가 추락했습니다. 엔진 고장으로 밀림에 곤두박질쳐 땅에 충돌한 사고기는 9일 뒤 발견되었습니다. 남편과 합류하려고 35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가던 네 아이의 엄마인 마그달레나 무쿠투이 발렌시아(34)와 기장, 원주민 지도자가 숨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슬리 양(13), 솔레이니 양(9), 티엔 노리엘 군 (4), 크리스티앙 군(1) 등 아이들 4명은 없었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군인 112명과 원주민 72명으로 수색대를 꾸려 사고지역 320평방킬로미터를 수색했습니다. 헬기로 식량 꾸러미와 물, 전단 1만 장을 뿌렸습니다. 

아홉 개 나라에 속한 약 600만 평방킬로미터의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맹수인 재규어와 퓨마, 70여 종의 뱀, 길이가 10미터가 되는 아나콘다도 살고 있습니다. 아마존 강은 길이 7,000킬로미터입니다. 

아마존 하면 나는 2000년대 초반 ‘도전 지구 탐험대’라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구자미라는 여자 탤런트가 길이 몇 미터나 되어 요동치는 아나콘다 몸체를 양팔로 붙잡고 물속에서 사투하던 장면을 떠올립니다. 시청률이 꽤 높았다는데요. 그 프로는 영화를 찍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후배 탤런트는 아나콘다에게 물렸다고 합니다. 

6월 9일 원주민 수색팀이 아이들을 찾아냈습니다. 영양실조와 탈수증, 각종 벌레에 물린 상처 등으로 그들은 몹시 쇠약했습니다. 네 아이 중 어린 두 아이의 아버지인 마누엘 라노케도 수색에 가담해 기쁨을 나누었지만 그것도 잠깐, 그는 아내를 때렸다는 장인 나르시소 무쿠투이의  고발로 지난 11일 체포됐습니다.  아마존 전통대로 엄마를 대신한 레슬리는 하룻밤을 밝히는 것도 불안한 곳에서 자신과 동생의 안전을 40일간이나 지켰죠. 사고 후 나흘간 생존했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살아 나가라며 재촉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숨진 엄마를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며칠간은 비행기 옆에서 지냈습니다. 

레슬리는 헤어밴드로 나뭇가지를 묶고 그 위에 야자 잎을 얹고, 모기장을 씌워 동생들이 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기내에서 가져온 약 1.5킬로그램의 파리냐라는 카사바 고구마 가루로 상당 기간 연명했다고 합니다. 원주민들의 애용 식량이죠. 계절 덕분에 과실 확보도 쉬웠던 게 아닐까 하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수색대는 발자국과 패션 프루츠 비슷한 과실 껍질, 가위, 젖병, 사용한 종이 기저귀, 물병, 헤어밴드를 발견해 그들이 살아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할머니인 파티마 발렌시아는 파리냐가 떨어지자, 아이들이 야자 씨앗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외신이 전한 레슬리 양의 발견 당시 모습은 볼과 잇몸 사이로 뭔가를 우물우물 하고 있었죠. 부족들은 자생하는 야자나무 씨로 식물유를 만드는데 레슬리는 입안에서 타액과 체온으로 그 미숙한 씨를 불린  뒤 터트려서 속을 동생들에게 나눠 주려고 했다는 겁니다. 

헬기에서 한곳에 머무르라고 방송했던 할머니는 BBC에 “가족들이  서바이벌 게임하고 놀 때는 늘 작은 캠프 같은 것을 설치했고 독 있는 식물을 가려줬기 때문에 레슬리는 먹지 못할 과실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레슬리는 또 지역 학교에서 활동한 엄마에게서 어릴 때부터 생존술을 배웠습니다. 그들은 발견되었을 때 모두 천 조각으로 발을 묶고 있었는데 발뒤꿈치가 찢어지면 물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그랬다고 합니다.

없는 게 없는 부자 나라 어린이들이었다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모를 밀림에서 레슬리는 살아남는 모든 것을 배웠죠. 그러나 추적대 발소리를 겁내 몸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신중하고 용감하게 동생들을 생존시킨 레슬리지만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는 겁니다. 

하루 15시간 이상 비가 내리고 안개가 심하면 가시거리가 10미터라는 상황에서도 수색 부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죠. 워싱턴 포스트는 “가족은 믿고 있었다. 살아남는 강인함과 지혜를 갖춘 인물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레슬리다”라는 가족의 말을 전했습니다. 

“미러클, 미러클, 미러클, 미러클!”, 사고로부터 40일째  콜롬비아군의 무전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미러클의 네 번 반복은 네 명 전원 생존이라는 암호였습니다. 원주민 수색팀이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문득 인기척을 느껴 고개를 드니 동생을 안고 있는 레슬리 양의 모습이 보였답니다. 추락 지점에서 5km 떨어진 곳이었죠. 그들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군 병원에 즉시 이송되었습니다. 

“어린이 수색은 암흑 속에서 그림자를 찾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말했던 콜롬비아 군의 페드로 산체스 특수군 사령관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어린이들을 생존으로 이끈 요인은 살려고 하는 의지, 면역력, 원주민의 지혜, 양호한 건강이었는데 거기에 기적을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원주민들은 “어린이들 덕분에 우리는 테크노로지를 이겼다”라고 말했지만, 언론은 GPS 등 첨단장비와 비행기를 동원한 특수부대, 최고로 숙련된 원주민 가이드로 팀이 구성돼 전통과 근대성의 융합이 그들을 구조했다고 평가합니다. 군은 400시간 이상을 밀림 위를 비행했고 생존 테크닉을 담은 대량의 유인물도 투하했습니다. 

원주민 활동가인 쿠이루는 “레슬리 등 4명을 구한 야생과의 친숙함은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들의 전통은 산림파괴로 오염되고 지식의 식민화로 우리들의 것이 상실되고 있다”고 CNN에 말했습니다. 

어린이 구출 작전은 ‘오퍼레이션 호프’라고 불렀는데요, 이름 그대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군과 원주민의 헌신적 노력, 현명한 레슬리의 생환 승리였습니다. 할머니는 “어머니인 지구가 아이들을 살렸다”고 기뻐했습니다. 원주민의 현자들은 토종 식물로 아이들과 영적인 통신도 시도했다고 합니다. 콜롬비아는 그들이 구조되자 떠들썩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콜롬비아 군에게는 그러나 슬픈 일이 있습니다. 투입한 구조견 윌슨의 실종입니다. 기체 발견을 결정적으로 도운 벨지안 셰퍼드 종인데 5월 18일을 마지막으로 사라졌죠. 레슬리는 나흘간 윌슨과 행동을 함께했는데 여위었다고 말했답니다. 군은 70명의 특수부대를 투입해 윌슨 수색에 나섰죠. 지난번 폭우 때 경북 예천에서 수색하는 해병대 사병에게  '서바이벌 게임'인 양 구명대를 안 입혀 숨지게 해 국민을 격분시킨 일이 떠오릅니다.

레슬리의 이웃들에게는 원시림은 어머니입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황폐화를 걱정하여 최근 14년 만에 유역의 여덟 개 나라가 브라질 벨렝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림 파괴를 막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지구 산소의 20퍼센트를 만들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은 해마다 1만 평방킬로미터 이상이 파괴된다고 합니다. 아마존은 약 260만 종의 생물이 사는 지구 규모의 종의 보존 창고이며 기후변동 억제에 기여합니다. 브라질은 아마존 산림복구와 신재생 에너지 창출로 탄소배출권을 많이 팔 수 있는 국가가 되고 있죠. 이번 아마존 정상 회담은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구체적 행동인 벌목 중단 목표에는 합의하지 못 했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살아난 네 명의 생명을 지킨 것은 자연 상태의 아마존 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레슬리들은 군대가 투하한 여러 가지 물건 중 한 종류의 키트만을 썼다고 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야생의 과일, 씨앗, 물로 해결했습니다. 아마존이 사라지면 아마존 자연에 존재하는 '비상식량'도 함께 사라질지 모릅니다. 기적은 가능성이 있는 데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가요.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6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이서연 (221.XXX.XXX.92)
김영환님의 칼럼 잘 읽었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이서연 올림
답변달기
2023-08-25 22:53:32
0 0
김영환 (221.XXX.XXX.92)
깊이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23-08-25 22:56:04
0 0
한운섭 (221.XXX.XXX.92)
김영환 선생:

보내준 글 잘 읽었네. 아마존이란 데는 잘 모르지만
정말 인간에게 중요한 곳이고 아이들의 기적은 인간 삶의
승리라고 생각하네.

좋은 글 고맙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네.
답변달기
2023-08-25 22:31:16
1 0
김영환 (221.XXX.XXX.92)
격려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23-08-25 22:55:40
0 0
김영환 (222.XXX.XXX.93)
조용한 관찰자 님, 레슬리가 속한 휘토토 족은 열 살이 넘으면 배울 걸 다 배워 어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합니다.생존 본능과 용기에 이런 지혜가 합쳐지니까 살아 돌아올 수 있었겠지요.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23-08-23 11:12:34
0 0
조용한 관찰자 (175.XXX.XXX.167)
어린이의 생존능력이 의외로 어른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생존본능이 이성을 앞서기 때문이 그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아마존은 꼭 살려야 할 지구의 허파입니다.
답변달기
2023-08-23 10:16:38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