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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줄기 문화생활
홍승철 2023년 08월 21일 (월) 00:00:18

한 달 이상을 견디기 힘든 더위 속에서 지냈습니다. 최소한의 건강을 위해 어느 정도의 걸음을 걸어야 하는데 너무 더우니 바깥 걸음을 포기하고 그냥 지나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한가하게 지낸 셈이지요. 한가로이 지내다 보니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일을 했습니다.

아직 심한 더위를 느끼기 전인 지난 6월 하순에 은평구의 평생학습관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가 베토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기억하는 내용은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특성 비교, 곡을 해설하는 방식 등 두 가지입니다. 곡을 통째로 어떻다고 하는 설명은 기억에 없고, 곡의 도입부 몇 마디 악보를 놓고 그 선율이 어떤 특성을 가지며 어떻게 발전되어 나가는지를 말해 주니 그 곡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강사의 이야기에는 다른 이야기꾼처럼 화려한 말솜씨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가까운 이들과 대화하듯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베토벤을 지금까지보다 더 친근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그의 책 『베토벤』을 구입했습니다. 좁은 집을 더 이상 복잡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자 서적으로 구입하니 구입한 즉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의 개인 사정 때문에 여러 날 걸려서 읽었습니다. 베토벤의 전기는 아니었습니다. 저자가 베토벤의 흔적을 좇아서 현지에 가 보고 현장마다의 이야기를 쓴 책이었습니다.

독일의 본에서 시작하여 오스트리아의 빈과 인근 지역, 그리고 체코의 프라하를 방문하며 그곳에서의 베토벤 이야기와 작품 소개를 해 주니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얼마나 베토벤을 흠모했는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사진이 많았는데 거의 모두 저자가 현지에서 찍은 것들이었습니다. 작품 이야기가 나오면 큐알(QR) 코드를 설치하여 즉석에서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하였는데 소개된 대부분의 곡들을 조금씩은 들어보았습니다. 그 곡들이 특별히 나를 감동시켜 주지는 않았지만, 교향곡 '전원'은 중학교 음악 시간에 들은 기억과 함께 일부 선율에 가사를 붙인 노래가 생각나게 해 주었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는 톨스토이에게 영감을 주어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를 쓰게 했고, 다시 이 소설에 영감을 받아 야나체크가 현악 4중주 '크로이처 소나타'를 작곡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곡 다 들어봤지만 유감스러울 정도로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만들었다니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습니다. 

『베토벤』을 다 읽은 뒤에 톨스토이의 소설을 다시 전자책으로 구입했습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 전반부를 읽을 때는 다소 지루했습니다. 지루함을 견디며 얼마간 읽어 보다가 주인공이 아내의 이야기를 하니 문제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걸로 알았습니다. 소나타 이야기는 짧게 나옵니다. 주인공의 아내와 어느 바이올리니스트가 살롱 연주회에서 '크로이처'를 연주한다는 이야기이고, 주인공이 “시작 부분의 프레스토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정도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가 불륜을 저지른다고 의심하다가 아내를 살해하고 맙니다.

다시 최은규 칼럼니스트의 책을 살펴보았습니다. '크로이처'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등한 비중으로 서로 경쟁하듯 진행되어 남녀 관계와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아, 그런가 보다’ 하고는 여겼지만 소설 속에서 음악 작품이 제목으로 쓰일 만큼의 비중이 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나의 감성이 주인공의 심리까지는 못 다가가서 그렇겠지요.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를 구입하면서 지드의 『전원교향악』도 읽을 생각을 했습니다. 『베토벤』에서 그 소설까지 언급했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교향곡 제목을 보니 생각났습니다. 학생 때 읽었는데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았으니까요. 이번엔 은평구립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여기서도 음악 이야기는 짧게 나옵니다. 목사인 화자(話者)가 장님인 제르트뤼드를 교향곡 '전원'의 연주회에 데려갔다는 정도입니다. 좀 더 이야기 상황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연주회에 자주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화자가 ‘아내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소녀를 데리고 가서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긴 합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두 소설에서 제목으로 썼지만 음악 작품은 소설 진행의 일부이기만 했습니다. 

『베토벤』에 나온 작품과 연관되는 소설을 읽고 기대한 만큼의 감흥이 없다 해서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강사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아 그의 책을 즐겁게 읽었고 거기에 소개된 음악도 들었으며 기꺼이 소설까지 읽은 일만으로도 흡족했습니다. 

이렇게 지나는 중 어느 날 유튜브 방송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말을 들었습니다. “클래식 음악 초보자가 음악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한 작곡가의 곡들을 꾸준히 듣거나 한 연주자의 여러 가지 연주를 이어 듣는 것이다.” 이 말과는 차이가 있지만, 한 강사의 말을 들은 뒤로 그의 책을 읽었고 다시 거기에 나오는 관련 작품들을 듣고 읽은 것이죠. 손열음의 말을 변주(變奏)해서 고구마줄기 문화생활을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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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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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soon Kang (120.XXX.XXX.70)
ㅎㅎㅎ [고구마 즐기]라는 표현은 적절하고 흥미롭기 까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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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 13:04:21
0 0
홍승철 (221.XXX.XXX.146)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사실이라 생각해서 붙인 제목입니다.
답변달기
2023-08-23 00:35:3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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