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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입 좀 다무세요
임철순 2023년 08월 17일 (목) 00:00:19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청구영언’에 실린 작자 미상의 이 시조보다 더 알기 쉽게 말을 삼가고 경계할 것을 가르쳐주는 글이 있을까요? 시조가 지어진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말로써 말이 많아 시끄러운 건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약성경 야고보서간에도 “혀도 불입니다. 또 불의의 세계입니다. 이러한 혀가 우리의 지체 가운데에 들어앉아 온몸을 더럽히고 인생행로를 불태우며, 그 자체도 지옥 불로 타오르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다음엔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과 길짐승과 바다 생물이 인류의 손에 길들여질 수 있으며 또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습니다. 혀는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악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독이 가득합니다.”라는 말이 이어집니다. 

이런 말을 찾아 되새기면서 우리나라 정치판을 돌아보면 정치인들이 혀로 상대를 죽이고 자신을 불태우는 게 점점 더 심해져 구제불능 상태가 돼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단 한마디도 서로 지지 않는 시비와 논란이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니 이런 사람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있는지, 무엇으로 이 고질병을 없앨 수 있는지 한심할 뿐입니다. 

무슨 일이든 문제만 생기면 전 정부 탓을 하고, 그러면 맞받아치고, 또 되받아치고 돌려차기를 해대니 밥 먹고 하는 일이란 말싸움하는 궁리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새만금 잼버리를 둘러싼 논란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그는 이어 “대회 유치 당시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부디 이번의 실패가 쓴 교훈으로 남고, 대한민국이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곧바로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을 비하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전 정부 탓을 했습니다. 

퇴임 후에 잊히고 싶다던 다짐과 달리 문 전 대통령이 틈만 나면 현실 정치에 개입하고, “5년간의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는 등 현 정부를 비판해 물의를 빚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5년간 무슨 성취가 있었다고 그런 말을 하는지 어이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좀 내버려두면 안 됩니까? 꼭 뭔가 대꾸를 하고 싶으면 유치 당시 대통령으로서 사과한다는 그 말을 받아서 우리도 유감스럽고 사과한다고 점잖게 대응하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나쁜 말을 경계하는 구례 화엄사의 ‘불언(不言) 부처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의 공방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공방을 주고받으며 말싸움을 하고 멱살잡기를 하니 지켜보는 국민으로서 참 피곤하고 넌더리, 신물이 납니다. 게다가 언론은 시시콜콜 온갖 잡소리 군소리 객소리 헛소리 찍소리 딴소리 별소리 허튼소리를 중계방송하듯 일일이 뉴스라고 전달해대고 있습니다. 요즘 언론이 다루는 정치뉴스는 대부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 잡동사니요 공해일 뿐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일주일 동안 상대편이 뭐라고 하든 그 발언과 행동에 대해 아무 논평도 하지 않겠다.”, “이제부터 정책 이야기만 하겠다.” 여든 야든 누구든 이런 묵언 불언의 다짐과 자제를 실천해 보십시오. 오히려 싸움에서 이길 수 있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꽃피고 지는 것만 보고 인간사는
시비하지 않는다는 말. 필자의 졸필.
 

불가에서는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을 삼업(三業)으로 꼽아 몸과 입과 뜻의 세 가지로 짓는 열 가지 악업(惡業)을 경계합니다. 가톨릭에서도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를 고백하고 반성하는 것이 신자의 일상입니다. 말로 짓는 죄는 크고도 엄중합니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며 혀는 자신과 남을 망치는 도끼입니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소강절(邵康節, 1011~1077)은 단간화개락(但看花開落) 불언인시비(不言人是非), “꽃피고 지는 것만 바라다볼 뿐 인간사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이와 같은 은사나 선비 같은 생활태도와 몸가짐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자세를 닮거나 존중하려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좋은 말, 바른 말, 곧은 말, 남을 칭찬하는 말만 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습니다. 제발 그놈의 입 좀 다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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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20.XXX.XXX.81)
도둑이 들어와 집안을 망치는데 이를 보고 짓어대는 개를 시끄럽다고 나무라는 꼬라지하고는....
미사어구는 많으나 방향이 잘못되어 있으니 모든 단어가 쓰레기일뿐이고...
당신이나 그 입을 닫고 펜을 놓으시오.
나라가 망조로 가고 있는데 어설픈 미사어구로 국민들 눈을 흐리게 하는 죄를 짓지말고.....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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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5 09:40:31
0 0
정병용 (220.XXX.XXX.57)
좋은 Column 글 복사해서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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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0:12:20
0 0
임철순 (222.XXX.XXX.64)
감사합니다. 떠들어봐야 입만 아프지만 그래도 한번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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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0:40:17
2 0
정병용 (220.XXX.XXX.57)
너무 너무 좋은 지적에 가슴이 후련하고, 속이 확트입니다.
왜? 정치인들은 그런 인간들인가요?
제발 국민을 위하고, 국민만을 염두에두고 새롭고 발전적인 발상이나 이론은
어데다 두고 그저 상대하고 싸움질 하는것 처럼 자기말은 옳고 상대말은 그르다는 식의 의식과 사고방식좀 제발 제발 청산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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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0: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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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20.XXX.XXX.57)
너무 너무 좋은 지적에 가슴이 후련하고, 속이 확트입니다.
왜? 정치인들은 그런 인간들인가요?
제발 국민을 위하고, 국민만을 염두에두고 새롭고 발전적인 발상이나 이론은
어데다 두고 그저 상대하고 싸움질 하는것 처럼 자기말은 옳고 상대말은 그르다는 식의 의식과 사고방식좀 제발 제발 청산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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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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