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히 쓰이는 ‘부캐’는  본디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용어입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副)캐릭터'를 줄여서 일컫는 말이지요. 이 말이 언제부터인가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TV를 비롯한 매스컴의 영향도 있는 듯합니다.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자로 나오는 ‘놀면 뭐하니?’와 탤런트 이제훈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모범택시2’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지요.

	유고스타(네이버 이미지)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첫 부캐는 ‘유고스타’였어요. 드러머로 활동을 하며 연두색 의상에 선글라스를 끼어 코믹하게 다가옵니다. 또 다른 유명한 부캐는 장기 프로젝트 ‘뽕포유’에 등장한 ‘유산슬’이었지요.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이별의 버스 정류장’ 같은 트롯풍의 노래를 불러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밖에 생각나는 부캐로는 ‘닭터유’ ‘유쫄깃’ ‘유라색’ ‘유두래곤’ ‘지미유’ ‘유아호’ ‘유봉두’ ‘카놀라유’ 등등.

지난해 방영한, 역시 유재석이 진행한 프로 ‘유퀴즈온더블록’ 164회 ‘천의 얼굴’ 특집에선 배우 소지섭이 출연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어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27년차 배우 소지섭은 무한도전급 연기를 펼쳤어요. 특히 ‘천의 얼굴’이 아니리 ‘천 원권 지폐에 나오는 근엄한 얼굴’이라며 웃음을 안겼죠. 그러고 보니 배우 소지섭과 퇴계 이황 선생의 얼굴이 얼핏 닮았군요.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모범택시2’에 나온 이제훈의 부캐 퍼레이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팔색조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 에피소드 새로운 부캐를 선보인 이제훈의 활약은 '모범택시2'의 빼놓을 수 없는 흥미 요소였어요. 오프닝을 강렬하게 열어젖혔던 '죄수도기'를 시작으로 '해외취업청년도기', '왕따오지', '농부도기', '사랑꾼도기', 나아가 시즌2에서 가장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무당도기'에 이르기까지 이제훈의 천연덕스러운 변신이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부캐는 외국어로 ‘페르소나’ 또는 ‘아바타’로 표기할 수 있을 거예요. ‘페르소나’(Persona)는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만만치 않은 개념입니다. 라틴어인 ‘Persona’는 그리스 어원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면’이라는 뜻이 있죠.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가면을 쓴 것처럼 여러 인격을 구분해 사용하는 모습을 형용하는 심리학 용어로 사용했고요. 그에 반해 기독교에서는 신의 존재 양식인 삼위일체(성부, 성자, 성령)를 설명하는 ‘위격(位格)’의 의미를 갖습니다. 요즘에 와서는 보통 감독이 사랑하고 총애하는 배우를 뜻합니다. 한편 제임스 캐머런의 동명 영화로 유명한, 주인공의 나비족(Na’ vi) 모습인 ‘아바타(Avatar)’는  힌두교 유지의 신 비슈누의 분신을 일컫습니다.

 부캐는 우리말 ‘분신’으로도 번역할 수도 있겠죠. ‘분신’ 하면 생각나는 유머랄까 일화가 있습니다. 연식이 오래되긴 했지만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분신술입니다. 손오공의 장기 중 하나가 적과 싸울 때 사용하는 쪼개기(분신술)이잖아요. 머리칼을 뽑아 수많은 분신을 만들어 싸움에 임하곤 했죠. 그런데 그날은 유독 한 마리가 힘을 못 쓰더라 이겁니다. 손오공이 그자에게 물어보니 왈(曰), 
“저 새치인데요!” 
사실 여기까지는 누군가 지어낸, 한 번쯤 들어 본 식상한 이야기죠. 그렇담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 필자가 지어낸 요새 버전은? 
“저 본캐인데요!“ 
힘없이 비실비실한 녀석이 부캐가 아니라 본캐라고? 역시나 부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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