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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어디에서 올까요?
박종진 2023년 08월 09일 (수) 00:00:34

재클린 리 부비에(Jacqueline Lee Bouvier, 1929~1994)는 미국의 저술가이자 출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35대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부인이었기 때문에 재클린 케네디 또는 재키 케네디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은 거론되는 일이 드물지만 생존 당시엔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두 번째 남편 역시 당시 ‘선박 왕’이라 불렸던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로 한마디로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일명 ‘뉴스 메이커’였고 패션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
(출처 위키디피아)

그녀가 선택한 평평하고 각이 있는 필박스햇(pill box hat)은 당시 유행과 거리가 있었지만 거리엔 이 모자를 쓴 여성들로 넘쳐났습니다. 이 밖에도 커다란 선글라스와 파스텔 톤 투피스는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그녀가 들던 구찌의 백(bag)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백은 지금 아예 ‘Jackie’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클린 여사는 하루에 담배 3갑을 피우는 체인 스모커(chain smoker)로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연히 불을 붙이는 라이터도 사용했습니다. 그것들 중 하나가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옻칠하고 테두리는 금도금, 한가운데에 금색으로 대문자 J가 상감된 듀퐁사(社)의 맞춤 라이터가 있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이 라이터를 상당히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1973년 자신이 애용하던 이 라이터 회사에 연락을 했습니다. “이 라이터에 어울리는 볼펜을 만들어 달라.” 듀퐁사는 이 요청에 따라 불을 켤 때 돌리는 롤러(roller)를 볼펜 몸통 디자인에 적용하였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라인이 듀퐁 클래식(Classiques)입니다. 이 볼펜은 크게 성공합니다. 

   
  (왼쪽) 듀퐁 클래식 볼펜 / (오른쪽)  파커75 래커   

그리고 이 볼펜은 만년필의 래커(lacquer) 시대를 여는 연결 고리가 됩니다. 이 래커 시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데, 일반적인 구분대로, 재질로 만년필 역사를 정리해볼까요. 실용적 만년필의 시작인 1883년부터 1924년까지 약 40년간이 하드러버(경화고무) 시대입니다. 이어 1924년 셰퍼가 CN(Cellulose Nitrate) 플라스틱 만년필을 들고 나와 대성공한 CN 플라스틱 시대가 1941년까지입니다. 그다음 1941년, 그 유명한 파커51의 엄청난 성공으로 뚜껑은 금속, 몸통은 플라스틱인 하프 앤 하프 (half and half) 시대가 열립니다. 학생 만년필로 대 히트한 파커45도 하프 앤 하프입니다. 하프 앤 하프 다음에는 1963년에 나온 뚜껑과 배럴이 금속인 파커75가 올 메탈(all metal)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올 메탈 시대는 래커 만년필을 포함해 만년필의 부활이 시작된 1982년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부터 금속에 없는 색상인 알록달록한 만년필이 꽤 많이 등장하여 이전 만년필들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별도로 래커 만년필 시대를 넣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무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재클린 때문에 래커 시대가 열린 것은 사실입니다. 1974년 워터맨도 신제품 젠틀맨을 내놓으면서 래커 만년필을 내놓았고, 듀퐁도 래커의 일종인 옻칠 만년필을 내놓았습니다. 얼마 뒤 파커도  파커75 래커를 내놓았고, 셰퍼도 타카(Targa) 래커를 출시하였습니다. 이렇듯 당시 가장 큰 만년필 회사들이 참여하면서 명실 공히 만년필 세계의 유행이 된 것입니다. 

그렇담 순전히 재클린 여사 때문에 래커가 만년필 세계의 대유행이 시작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작의 도화선이 될 순 있어도 유행 전체를 창조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유행은 어떤 한 사람이 만들 수 없습니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누군가 먼저 시작하여 눈길을 끌 수 있지만, 그다음 그것을 따라하고 안하고는 오로지 개인의 몫입니다. 세상은 우리 모두가 바꾸는 것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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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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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욱 (175.XXX.XXX.32)
늘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은 유행이라는 것이 있어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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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16: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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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211.XXX.XXX.243)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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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07: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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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211.XXX.XXX.6)
대중의 취향과 아예 동떨어진 것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겠네요. 항상 주변을 둘러보고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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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12: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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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211.XXX.XXX.243)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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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07: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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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석 (110.XXX.XXX.70)
유행은 한 사람에이 만들수 없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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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10: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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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211.XXX.XXX.24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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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07: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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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116.XXX.XXX.219)
태풍 카눈이 상륙 직전입니다. 갖고 싶은 것들이 참 많은데 꾹꾹 참으며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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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09: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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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118.XXX.XXX.226)
태풍 걱정입니다. 비바람에 피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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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09: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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