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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증 까기’보다 중요한 나잇값
노경아 2023년 07월 24일 (월) 00:00:47

“문주란이가 선배야? 민증까지 까면서 드럽게(?) 싸웠잖아. 내가 그거 기사로 썼던 기억이 나.”
종합편성채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송인 이상벽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가수 정훈희한테 말합니다. 출연진 모두 두꺼운 옷을 입은 걸 보니 재방송인가 봅니다. 정훈희가 특유의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나이를 숨기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민증 까자고 했지"라고 대답하자 송창식과 이상벽이 한바탕 크게 웃습니다. 

 
  나잇값을 못해 빚어지는 갈등 상황.
나잇값은 특정 나이에 한정되지 않는다.

주민등록증으로 서로 나이를 확인하는 ‘민증 까기’는 주로 지연·학연·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사회인 사이에 이뤄집니다. 주민등록증을 보고 하루라도 생일이 이른 사람이 선배가 되는 거지요. 많은 나라를 가 보진 못했지만 우리처럼 생년월일을 가지고  관계를 엄격하게 따지는 나라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나이보다 들어 보이는 지인은 ‘형님’ 호칭이 불편해 거래처 사장과 민증을 깠다고 합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데, 자꾸 형님, 형님 하기에 ‘내가 형님이 아니고 동생이래요’ 했는데도 믿질 않는 거야. 솔직히 내가 어린 나이에 고생을 해서 좀 들어 보이긴 하지. 그래도 환갑 지난 사람이 이제 쉰 조금 넘은 나한테 형님 형님 하니 많이 불쾌하더라고. 할 수 있나. 민증을 깠지.”


전 국민 상대로 주민등록증을 ‘깐’ 최초의 인물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그는 1968년 11월 21일 오전 11시, 육영수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자하동사무소에서 정종실 동장에게서 주민등록증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제1호 주민등록증 발급자입니다. 그 순간 박 전 대통령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였습니다. 그날 신문에는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주민등록번호가 실렸습니다. 박정희 110101-100001, 육영수 110101-200002. 

숫자가 좀 이상하지요. 지금과는 다른 배열입니다. 당시엔 앞 6자리에 지역번호, 뒤쪽 6자리에는 성별 1자리와 개인 일련번호 5자리가 부여됐습니다. 앞자리에 생년월일을 넣고, 숫자가 13개로 늘어난 건 1975년입니다. 이때 발급 대상자 연령도 18세에서 17세로 낮췄는데, 민방위와 전시동원 대상자 연령을 일치시키기 위해서였답니다.

1983년 주민등록증은 또 한 번 바뀌며 가로가 긴 카드 형태로 탄생합니다. 홀로그램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현재의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은 1999년에 나왔는데, 이때 비로소 본적과 병역사항, 특기란이 삭제됐습니다. 

지난달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민증 까는 일이 또다시 많아졌다고 합니다. 같은 연도 출생자들끼리 생일을 놓고 서열을 정리하려는 거지요. 왜 이토록 '나이'에 집착할까요. 세월이 오래 흘러도 우리 사회 인간관계의 중심은 나이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많이 물어보는 게 이름, 그다음이 나이잖아요(무슨 띠냐고부터 묻는 이들도 많아요). 특히 생일이 이른 1·2월생들의 의지는 불꽃이 튑니다. 어떻게든 전년도 출생자들과 같은 대열에 있으려고 하지요. 만 나이로 통일한다고 해서 쉽게 사라질 일이 아닙니다.

한국 나이, 만 나이, 연 나이는 어떻게 다를까요. 그동안 가장 흔한 나이 셈법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거였죠. 한국 나이라고 하는 건데, 엄마 자궁 안에서의 열 달을 인격체로 본 거예요. 수백 년간 사용된 나이 체계인데 하루아침에 사라지니 솔직히 좀 서운합니다. 연 나이는 영 살로 태어나 매년 1월 1일에 한 살씩 먹는 거예요. 만 나이는 영 살로 태어나는 건 연 나이와 같은데, 해가 바뀌어도 생일이 지나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차이가 있어요. 

이래저래 나이 먹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나이 드느냐가 중요하지요. 숫자만 내세워 대접받으려 했다간 큰코다치는 세상입니다. 자칫 "나잇살이나 먹어 가지고..."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어요. 나이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할 때 그 숫자에 가치가 더해집니다. 나이는 거저 먹는 게 아니니까요. 나잇값을 하려면 늘 자신을 돌아봐야 해요. 나이가 들수록 배려가 깊어지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이 들수록 지갑과 귀는 열고 입은 닫아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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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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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58.XXX.XXX.49)
주민등록증에 대한 몰라 던 상식 감사합니다.
나이를 먹고도 나이 값을 못하는 인간들에게는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많이 있죠? column내용에서 처럼 나이가 들수록 지갑과 귀는 열고, 입은 닫으면서 살며는 존경 받는 삶이 되겠죠?
이곳 Philippine 하고는 정확히 1시간의 시차이네요~~
지금 여기는 저녁 8시 30분이 조금 넘었으니 한국은 9시 30분이 지낫 겠죠?
Have a goodnight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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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4 21: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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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 (116.XXX.XXX.129)
공부하시는 중간중간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 드시며 즐겁게 지내시지요? 이곳은 장마철이라기보단 그곳처럼 우기입니다. 호우로 사상자도 많아 안타깝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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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5: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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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58.XXX.XXX.49)
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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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2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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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ddb (175.XXX.XXX.202)
옳은 단어인지 모르지만 낫살이라고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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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4 15: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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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 (116.XXX.XXX.129)
나잇살을 줄여서 낫살이라고 합니다. 나잇값은 낫값이라 하고요. 우리말을 잘 알고 계시네요. 덥고 습한 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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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5: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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