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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주는 희망과 공포
방석순 2023년 07월 07일 (금) 00:00:07

아들이 잠시 파리로 출장 다녀온다며 제 엄마에게 고양이를 부탁하고 떠났습니다. 나이 든 고양이라 혈압도 높고, 신장도 안 좋고, 또 어딘가가 불편해서 시간 맞춰 약을 세 가지나 먹여야 한다나요. 개는 많이 길러 보았어도 고양이는 가까이한 적이 없어 조심스럽고 살짝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비운 집에 들어갔더니 그래도 사람 손길이 그리웠던지 녀석이 아내와 제 다리에 온몸을 비벼대며 반가운 인사를 합니다. 아내는 기왕 돌보는 김에 먹이도 갈아주고, 변도 치워주고, 마룻바닥도 깨끗이 닦아주었습니다. 대충 일을 마치고 나오려다가 혼자 돌아가고 있는 에어컨이 마음에 걸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에어컨은 제 휴대전화로 조종되니 염려 말라네요. 그런데 마루에 퍼렇게 펼쳐둔 건 뭐냐고 따집니다. 걸레를 빨아 던져둔 게 눈에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집에 돌아왔는데 제 휴대전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들 집에 두고 온 것인지, 오가는 길에 빠뜨린 것인지, 은근히 걱정되었습니다. 때마침 아들과 통화 중인 아내에게 혹시 마루에 휴대전화가 보이는지 물어보라 했더니 집 안 어디선가 벨 소리가 울린다고 안심시켜 줍니다. 알고 보니 아들 집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모조리 놈의 감시 카메라에 붙잡혀 있었던 셈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날마다 달라지는 세상이 흥미롭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정도는 연일 보도되는 AI(인공지능) 관련 뉴스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닙니다만.

최근 BBC 뉴스가 소개한 스토리의 주인공 딘 메도크로프트는 마케팅부서의 카피라이터였습니다. 보도자료를 쓰고, SNS에 회사 홍보자료를 띄우는 일이 주업무였지요. 지난 연말 회사 측이 AI 시스템을 도입했답니다. 그때만 해도 기껏 카피라이터의 작업 시간을 조금 단축해 줄 거라고 기대했었지요. AI의 작업 내용에 잘못은 없는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AI는 대단히 빨랐습니다. 사람이 한 시간에 할 일을 불과 10분 만에 해치웠습니다. AI가 도입된 지 4개월쯤 되었을 때 실력을 자부하던 4인조 카피라이터 팀이 해고되고 말았습니다. 딘은 자기 일자리를 AI에게 빼앗기리라고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일을 AI가 대신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연말 오픈AI의 Chat-GPT(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AI 물결이 산업 전반을 휩쓸 태세입니다. 전 세계 빅 테크들이 온통 챗봇(Chatbot)에 몰두하는 양상입니다. 첨단 AI 기술로 무장한 챗봇은 거의 모든 주문 사항에 인간과 다름없는 수준의 반응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못해도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논문도 쓰고 연설문도 쓰고 레시피까지 쏟아낸답니다. 놀라운 속도로 진보하는 AI 기술의 신속·정확·편의성이 우리 사회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도대체 사람의 일을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사람의 직업을 죄다 빼앗아 가지는 않을지, 비상한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AI가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많은 사람에게 두루 해당되는 이야기인지, 특수한 지식이나 기능을 갖춘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이야기인지 아리송합니다.

엄청난 물동량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무역항 로테르담의 쾌적한 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그는 항구에 쏟아져 들어오는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던 트레일러 기사였습니다. 그러나 화물운송이 AI 기술력으로 자동화된 뒤로 기사 없는 트레일러가 골리앗 기중기가 내려주는 컨테이너를 한 치 오차 없이 받아서 신속하게 적재 장소로 운반해가고 있습니다. 기사 중 몇 사람은 컴퓨터 제어 기술을 교육받아 새로운 업무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기사들이 어디서 어떤 직업을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가구 대기업 이케아는 최근 수천 명의 콜센터 직원을 디자인 어드바이서로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47%의 고객 상담전화를 ‘빌리(Billie)’라고 불리는 AI가 처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BM은 AI가 대체할 수 있는 7,800개의 일자리에 인력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사 자리가 훤히 빈 신분당선 열차(왼쪽)와 차창 앞으로 다가드는 선로

강남 신사역에서 수원 광교역까지 달리는 수도권 지하철 신분당선은 그 많은 승객들을 태우고 15개 정거장을 운전기사 없이 40여 분에 주파합니다. 예전 같으면 기사가 핸들을 잡고 있었을 열차 맨 앞자리에 서서 시속 90km로 다가드는 지하철 레일을 내다보는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 노조가 승객 안전을 위해 감원에 반대한다는 파업 명분이 제대로 먹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 사업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강성 노조도 앞으로 AI 격퇴 전략을 세워야 할지, 재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할지, 판단이 안 섭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작업장에 다가오는 AI의 그림자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불완전한 작업 내용에 잠시 안도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 큰 위안은 못 될 겁니다. AI 기술은 나날이 발전할 것이고, 사람의 일자리가 언제까지 지켜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작업 지시와 감독을 받던 AI가 어느 순간 인간의 작업을 지시하고 감독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난달 초 미군의 모의훈련 도중 AI 드론이 최종 결정권자인 조종자를 살해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적군 공격 임무를 수행 중이던 AI 드론이 자신을 조종하는 사람이 오히려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거꾸로 공격을 감행한 것입니다. 군 당국은 부랴부랴 실제상황이 아니라며 덮었지만 발생 가능성이 100% 충분한 사건입니다. AI 개발 전문가들 스스로 “AI가 머지않아 인간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인간에 뒤지지 않는 지능을 갖춘 AI 시스템은 사회와 인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직했던 카피라이터 딘 메도크로프트는 그래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냈답니다. 그는 현재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제공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에게 웰빙과 정신건강에 대해 조언해주는 역할이랍니다. “미래의 근무환경에서 인간이 AI의 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AI가 주도하는 작업장에서도 인간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작업 현장에서 몸소 체득한 지혜겠지만 솔직히 메도크로프트의 말은 AI만큼이나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생명공학, 유전공학, 인공지능 등등의 이름으로 인간은 신의 경지를 넘볼 정도의 과학적 발전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현대 과학의 달콤한 결실을 즐기다가도 언뜻언뜻 SF 주인공 후랑켄슈타인이나 터미네이터를 만난 듯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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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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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관찰자 (175.XXX.XXX.167)
앞으로 전개될 AI 세상은 기대반 공포반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기대 쪽에 베팅을 하겠습니다. 지금 갑자기 AI 세상이 온 것 같이 세상사람들은 왁자찌껄한 분위기이지만 실은 오래 전부터 과학기술계에서는 AI 세상이 오고 있음을 대중에게 예언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AI를 궁극적으로 조종하는 인간 중 악인의 세와 기술이 너무 커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들의 그것을 누른다면 세상은 정말 인간이 AI의 노예가 되거나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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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7 10:16:50
0 0
방석순 (124.XXX.XXX.108)
네, 저도 좋은 쪽으로만 활용되기를 바라고 기대하겠습니다.
그래도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를 부작용, 반작용에 대한 대비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좋은 말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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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7 12:49:57
0 0
두꺼비 (221.XXX.XXX.2)
인류가 직면한, 그리고 넘어서야 할 큰 과제이지요.
답변달기
2023-07-07 09:42:10
0 0
방석순 (124.XXX.XXX.108)
90세 넘겨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 세기 동안의 변화를 어떻게 감당하셨을까,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제가 세상의 변화에 미처 적응 못해 허둥거리는 기분입니다.
답변달기
2023-07-07 12: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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