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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조치를 BBC에 비춰본다
신현덕 2023년 06월 30일 (금) 00:00:13

지난달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의 리처드 샤프 회장이 이해 충돌 규칙을 두 번 위반한 혐의로 자진 사임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정말 하찮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누구도 그를 옹호하거니 말리지도 않았습니다. 워낙 굵직한 비위 내용에도 고래심줄처럼 버티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인 KBS(한국방송공사) 인사들을 봐서 그런지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BBC의 일 처리를 보며 KBS의 처사를 돌아봅니다. BBC의 공정함에 수긍하면서 일면으로는 부럽기조차 했습니다.

샤프 전 회장은 BBC 회장직에 지원하면서 당시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이 은행으로부터 80만 파운드(약 13억 원쯤 됩니다)를 대출받을 때 알선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데이 타임스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샤프 회장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그가 오랜 기간 주요 금융기관에서 일했고, 고위직의 여러 사람들, 심지어는 수낙 현 총리와도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로 존슨 총리를 위해 인맥을 동원했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BBC가 ‘오늘의 경기’ 진행자인 게리 리네커에게 트윗으로 방송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공평성을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안은 BBC 자체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BBC를 비난하던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도 날아갔습니다. 샤프를 유대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비난의 의미가 담긴 것처럼 보이는 만화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리면서 가디언이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가디언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제기된 관심 사안을 이해합니다. 이 만화는 우리의 편집 기준에 맞지 않아 우리 웹 사이트에서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가디언은 샤프 씨와 유대인 커뮤니티, 그리고 감정이 상한 이들에게 사과합니다.”라고 발표하고 만화를 웹 사이트에서 지웠습니다. 가디언도 BBC만큼이나 상큼하게 일을 처리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만화를 그린 작가가 샤프 회장과 함께 공부한 학교 동창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오로지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해 서둘렀으며 불쾌감을 주거나 편견을 포함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대변인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샤프 회장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작가의 업무 태도가 영국 언론의 다른 면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보다 앞서 2015년에는 한 남성이 성 추행을 당했다고 발언한 것을 의혹의 당사자(알리스터 매칼파인 상원의원)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하여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상대를 착각했으며, 사실이 아니었고, 일종의 조작방송이었습니다. BBC는 명예를 훼손당한 매칼파인 상원의원에게 18만5천 파운드(약 3억 2,000만 원)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취임한 지 54일밖에 안 된 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2003년에는 BBC의 한 기자가 영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이라크가 45분 이내에 대량살상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보기관 보고서에 삽입할 것을 지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송 내용이 영국 국내 및 국제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조사한 결과 다음 해 잘못된 기사로 판명되었습니다. 이에 BBC 이사장과 사장이 동시에 사임했습니다.

우리나라로 돌아옵니다. KBS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정치인들의 발언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전달만 합니다. 처음 한 번은 모를까 계속되는 상황임에도 사실 확인은 서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동해안에서 초병의 안내에 따르지 않은 민간인에게 공포탄을 발사했다는 뉴스에는 “과잉?”이라는 자막을 함께 내보냈습니다. 초병의 대응이 잘못인 것 같은 취지로 느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이들은 초병의 임무가 경계 작전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는 이라크에서 미군 초병에게 모욕을 당했다던 KBS 기자 이야기의 연속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시 초병의 지시에 따르지 않자 초병이 기자를 향해 실탄이 장전된 소총으로 조준의 자세를 취했고, 땅에 엎드리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때도 과잉이라고 항의하다가 없었던 일로 끝냈습니다. 민노총 간부의 고공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과잉 대응한 것 아니냐던 취지의 기사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에는 이동재 채널A 기자 관련 사건의 허위 보도와 관련, KBS 기자가 3년 만에 사과했습니다. ‘권언유착’이라며 세상을 뒤집을 듯하던 국회의원 및 관련자들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았으니 무죄라면서 버티는 사건입니다.
KBS 내부로부터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된 뉴스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 민노총과 관련된 간첩단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성원의 목소리 등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위 뉴스의 제작과정에 관여했던 보도본부 인사들, 전파를 내보낸 KBS가 직접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를 접하지 못했습니다. 더더구나 전파를 송출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경영진과 이사진의 사과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영국 BBC의 보도진과 경영진의 책임지는 모습이 우리 공영방송 현실과 엄청 다릅니다. 공영방송의 발전을 위한 반면교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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