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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와 가상화폐
김홍묵 2023년 05월 25일 (목) 00:00:12

“와! 알바트로스다. 축하합니다.”
이달 들어 새로 보수 개장한 동네 파크 골프(Park Golf)장에서 생애 두 번째 알바트로스를 달성했습니다. 모처럼 파안대소가 나왔고, 한 팀으로 나간 멤버들도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퍽 드문 기록이니까.
알바트로스(albatros)는 현존하는 조류 중 가장 큰 새의 이름으로 골프에서 평균 5타(打) 홀을 2타로 홀인했을 때 쓰는 용어입니다.

파크 골프는 공원이나 강변 둔치 등에 정규 골프장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만든 축소판 골프장입니다. 페어웨이 거리도 40~150m 정도로 짧아 장애인이나 노년층이 주로 이용합니다. 
2년 전 갑자기 혈당 수치가 높아져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의사의 권고로 미니 골프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그 이후 많은 지인들에게 파크 골프를 권하는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알바트로스의 감격은 금세 봄눈처럼 녹아버렸습니다. 태평양 섬나라로 외교 영향력을 넖히기 위한 한국-태평양 도서국(島嶼國) 서울 정상회담(5월 29일) 초청국 중에 나우루(Nauru)라는 나라의 처참한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들 섬나라들과 기후변화와 해양수산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또한 교류를 확대하여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속내도 있다고 합니다.

나우루란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
△ 전 국민에게 매년 1억 원씩 생활비를 주고 △ 주거 교육 의료 출산 비용 모두가 공짜이며 △ 도로에 최고급 스포츠카 포르쉐 람보르기니가 널려 있고 △ 개인도 자가용 비행기로 해외 쇼핑을 나다니며 △ 세금이 한 푼도 없는 나라. 1970~80년대 나우루공화국의 좌표입니다. 호주 동북쪽 여의도 7배(21평방km) 크기에 인구 1만여 명이 사는 지상낙원이었습니다. 당시 국민소득(2만 달러)은 일본(9,834달러) 한국(1,088달러)을 훨씬 앞섰습니다.

나우루는 수백만 년 동안 철새인 알바트로스 똥이 쌓여 산호초와 결합한 인광석으로 덮인 ‘새똥 나라’입니다. 1968년 독립 이후 서방 국가들이 인광석을 비료나 공산품 원료로 다투어 사가는 바람에 나우루는 돈방석에 올라앉았습니다. 공무원·광부가 할 일은 모두 외국인에게 맡기고, 집집마다 정부가 제공하는 집사·가정부를 쓸 정도였습니다. 정부가 해외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몽땅 날려도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손을 내밀면 정부가 따지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돈을 쥐어 주니까. 

그 나우루의 부귀영화는 30년도 안 돼 일장춘몽이 되어버렸습니다. 질소비료가 등장하고, 2003년부터 인광석이 고갈된 것입니다. 무리한 채굴로 산림이 파괴되고, 고도가 점점 낮아져 섬 전체가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소득은 10분의 1로 쪼그라들고, 일 대신 먹고 놀기만 한 성인의 90% 이상이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섬 일주도로(18km) 드라이브를 낙으로 삼던 부자들의 고급 차는 기름값이 없어 길에 널브러져 있고, 가난해진 국민들은 새로 일을 하려 해도 해변엔 어선이 없고, 일하는 즐거움을 망각한 그들에겐 청소나 요리법도 잊은 채 게으름과 무기력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2000년대 초 호주 정부가 중동과 남아시아에서 밀려오는 난민 수용소를 나우루에 짓는 대가로 주는 지원금이 오늘날 이 나라의 유일한 젖줄이라고 합니다.

탐욕스러웠던 미다스 왕의 낭패를 떠올리는 불행입니다. 기원전 8세기 소아시아 프리기아 국왕 미다스는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로부터 손에 닿는 것이 모두 황금으로 변하는 마법을 전수받았습니다. 그는 궁전 안의 가구·조각품·정원수 등을 만질 때마다 모두 황금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희희낙락했습니다. 자신이 세상의 왕들 중에서 최고 부자라고 뽐내면서.
그리스 신화의 한 대목입니다.

그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은 뜻밖의 재앙을 몰고 왔습니다. 왕이 파티를 열고 음식을 먹으려 하자 손에 닿는 모든 음식물이 황금으로 변해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파티에 찾아온 딸을 안아 주자 딸은 황금 조각상으로 변했습니다. 크게 낭패한 미다스 왕은 디오니소스 신을 찾아가 간청한 끝에 마법이 풀려 인간 원래의 모습으로 환원했습니다.
오는날 미다스는 탐욕, 미다스의 손은 돈 버는 재주라는 말로 쓰입니다.

최근 민주당을 ‘잠시’ 탈당한 김남국 의원도 혹시 그런 재주를 누군가로부터 전해 받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李 某)와 이모(姨母)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구멍난 운동화를 신고, 라면으로 끼니를 이었다는 국회의원이 무슨 돈으로 60억 원의 가상화폐를 거머쥐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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