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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 마르코스의 친미 줄타기
김수종 2023년 05월 18일 (목) 01:02:29

봉봉은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의 애칭입니다. 봉봉 마르코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5월 1일 백악관을 방문했습니다. 바이든이 봉봉을 환대하는 것을 보며, 역시 "정치는 현실"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이든의 관심은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를 견제하는 것입니다.

봉봉의 아버지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198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악명 높은 독재자였습니다.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21년간 집권하면서 무려 14년 동안 계엄령을 선포하고 통치했습니다. 인권유린, 언론탄압, 야당탄압이 마르코스 독재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습니다. 한국에서 박정희 전두환 정권시절입니다. 

1982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마르코스가 백악관을 방문했습니다. 미소냉전 시대라 레이건 정부는 고육책으로 독재자이지만 마르코스를 환대했습니다. 미국 안에서 아시아의 두 독재체제인 한국과 필리핀에 대해 비판여론이 쏟아질 때였습니다. 1983년 필리핀 야당의 상징이었던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이 공항에서 암살되자 마르코스를 향한 여론은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이 반마르코스 여론의 선봉에 섰습니다. 제2의 케네디를 꿈꾸던 젊은 상원의원 조 바이든이 마르코스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던 것은 불문가지였습니다. 그랬던 바이든이 봉봉 마르코스를 감싸며 환대하고 나섰으니  상식인의 눈으로 볼 때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40년의 세월이 흘렀으며, 독재자 마르코스는 미국 망명 생활 중 죽었고, 그 아들이 화려하게 권력에 복귀했습니다.

이런 어색한 변화를 설명해주는 논리는 바로 동중국해에서의 미중 패권경쟁입니다. 힘이 세진 중국은 현상을 변경하여 동중국해를 내해같이 쓰고 싶어 '9단선'이라는 가상의 바다 경계를 쳐놓고 주변국가를 위협하는 반면, 미국은 그동안 국제법에 의해 유지되었던 남중국해의 자유통행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중국을 압박합니다.   

그 싸움의 권역 안에 있는 필리핀은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기 위한 줄타기 외교를 합니다. 중국은 필리핀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안보 관점에서 보면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남중국해 전역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9단선 획정이 필리핀에게는 안보적 도전과제입니다. 특히 중국이 입에 달고 사는 대만 무력통일 위협은 필리핀에게는 무서운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과 봉봉 마르코스의 회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된 의제가 바로 남중국해 사태였습니다. 바이든은 남중국해의 불안한 상황을 거론하며 필리핀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고 봉봉은 남중국해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1년 전에 비해 봉봉 마르코스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작년 5월 초 봉봉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을 끌어들이면 중국을 적으로 만든다." 전임 두테르테 정부가 보여줬던 중국에 기울어진 미중 줄타기 곡예를 하려는 행보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봉봉은 1년 사이에 미국으로 크게 기울어졌습니다. 4개의 기지 사용을 미국에 허락하고,  올해 미국 호주와 함께  군사훈련도 같이 했습니다. 
아무래도 필리핀에게는 중국의 동중국해 도발로 인한 안보 불안이 컸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대규모 필리핀 투자 약속이 실행되지 않은 것도 미국으로 급속히 돌아서게 했던 요인이 된 듯합니다.

중국 견제와 대만 방어에 혈안이 되어 있는 미국으로서는 봉봉이 기분 좋은 파트너가 된 셈입니다. 필리핀과 미국은 애증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300년 스페인 식민통치를 필리핀은 미국의 힘을 얻어 20세기 벽두 잠깐 끝냈지만 미국의 군사개입으로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습니다. 
미국에게  필리핀은 중국 견제의 전략요충지입니다. 일본 열도 오키나와와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잇는 연결선은 중국대륙을 에워싸는 포위망입니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필리핀이 태평양 진출의 장애물로 서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필리핀은 미중경쟁에서 줄타기 외교로 얻어먹을 게 많은 ,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지만 어느 순간 남중국해의 평화가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봉봉 마르코스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78%라고 합니다. 독재와 부정부패의 상징인 마르코스 가문의 과거 행적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지지도입니다. 확실히 필리핀의 정치는 한국과는 다른 모양입니다. 이런 높은 지지율은 중국이 위협적이니 미국과 친해져야 한다는 필리핀 사람들의 바닥 민심의 발로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필리핀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관심이 많은 나라입니다. 한국전쟁 때 군대를 파병했고, 한때는 경제발전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독재체제와 민주화 열풍을 겪었던 공통점도 있습니다. 한국의 산업현장에서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모자란 인력을 채워주고 있으며, 필리핀 며느리가 낳은 아이들이 성년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필리핀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필리핀이 든든한 나라가 되어야 동중국해의 평화도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의 독재 유산을 청산하고 필리핀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봉봉 마르코스가 그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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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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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20.XXX.XXX.57)
너무너무 좋은 column 감사히 읽었습니다.
피리핀이 한때는 대한민국보다 잘 사는 나라였죠?
그래서 장충육관도 지어주고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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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0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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