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박종진 생각과 연장
     
구두를 평생 신고 싶다면
박종진 2023년 05월 03일 (수) 01:03:18

필기구 전문가인 제게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은 “만년필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무엇입니까?”입니다. 저는 1초의 망설임 없이 “자주 쓰시면 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잉크를 꼭 빼 주십시오. 그러면 웬만한 만년필은 평생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왜냐면 만년필은 저장된 잉크가 아주 가는 홈을 따라 흘러나오면서 글씨가 써지는 필기구이기 때문입니다. 만년필의 고장은 이 가는 홈 즉 모세관이 막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 모세관이 막히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잉크가 굳지 않게 매일 또는 자주 써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잉크를 빼서 역시 잉크가 굳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잉크가 굳지 않게 쓰면 만년필은 평생 쓸 수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간단한 것이 만년필의 관리입니다. 

앞의 두 번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만년필과 닮은 구두 역시 오래 신고 싶다면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역시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첫 번째, 구두를 신을 때 반드시 구둣주걱을 사용해야 합니다. 구둣주걱을 사용해서 신어야 구두의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뒤축이 구겨지고 형태가 깨지게 되면 구두는 급속히 망가지게 됩니다. 이것은 운동화 역시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구둣주걱을 사용하면 훨씬 오래 신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쓸 만한 휴대용 구둣주걱을 마련하여 갖고 다니는 것은 매우 좋은 것입니다.

   
 

슈크림을 바르고 구둣솔로 솔질하여 손질된 구두

 

두 번째, 같은 구두를 며칠간 계속 신지 않고 비 오는 날은 신지 않습니다.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발이 흘리는 땀은 생각보다  양이 많습니다. 구두가 마를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사흘 이상은 신지 말아야 합니다. 두 켤레를 번갈아 신으면 두 배가 아니라 몇 배 더 오래 신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가급적이면 구두를 신지 말아야 합니다. 비 오는 날 구두를 신었을 경우 어떤 전문가는 “비 오는 날 하루가 맑은 날의 한 달과 같다.”라고 할 정도이니까요. 어쩔 수 없이 구두가 비를 맞았다면 전체적으로 물에 적신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고, 신문지보다는 흰 종이를 뭉쳐서 구두 속에 넣고, 통풍이 좋은 그늘에서 말린 다음, 유화성 크림(슈크림)을 발라 수분과 유분을 보충해 주면 됩니다.

세 번째, 반짝반짝 광까지는 내지 않아도 간단한 손질법을 알고 있으면 좋습니다. 구둣솔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말털, 돼지털이 있는데, 말털이 좀 더 부드럽습니다. 1. 말털로 먼지를 털어냅니다. 흙이 잔뜩 묻었을 경우는 물에 적신 천으로 닦아 주어도 됩니다. 2. 가죽 클리너를 천에 묻혀 구두 전체를 닦습니다. 참고로 가죽 클리너는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가면 몇천 원에 쉽게 살 수 있습니다. 3. 유화성 크림을 팥알 두 개 정도 크기로 바르고 돼지털 구둣솔로 전체를 빠르게 솔질하면, 가죽 본연의 색이 되살아납니다. 4. 주의할 것은 밑창과 갑피의 이음새 부분과 주름진 부분도 꼼꼼하게 손질해야 합니다. 5.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마른 천으로 문지르듯 닦아주면 구두는 이미 반질반질 윤기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걸리는 시간은 처음에는 20분 정도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욕심을 살짝 더 내어 번쩍번쩍 광을 내고 싶다면 유성 왁스(예를 들면 흔히 말하는 구두약)를 흔히들 융이라고 부르는 부드러운 천으로 얇게 펴 바르고 1~2분 뒤 물 한 방울을 떨어트려 닦아주면 반짝반짝 광이 납니다. 낭만파들은 물 대신 위스키를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거짓말처럼 들리실 것 같지만 구두 손질은 만년필로 글씨를 쓰는 것만큼 재미있습니다. 보름에 한 번이 충분한데, 저는 이 손질이 재미있어 거의 매일 합니다. 반짝반짝 광이 나는 것도 좋지만, 손질을 하는 동안 오롯이 이 행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과 작지만 임무를 완수했다는 뿌듯한 행복이 잔잔하게 느껴집니다. 

휴일 소파에 누워있지 마시고, 구두 닦으세요. 작은 행복도 저축하듯 쌓이면 큰 행복이 됩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8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장원석 (116.XXX.XXX.219)
글에도 온도가 있지요... 선생님 글은 온기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물에 애정을 담아 글로 풀어내시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때도 있으시겠지요~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3-05-05 07:47:19
0 0
박종진 (211.XXX.XXX.243)
온기라뇨 졸고가 더욱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어릴 때 부터 혼자 놀기를 좋아하여 여러 물건들이 제 친구였습니다.
답변달기
2023-05-06 00:47:01
0 0
차상욱 (175.XXX.XXX.32)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 했습니다.
현대인들은 구두와 만년필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구두는 운동화에 만년필은 이제는 휴대폰이나 다른 필기도구에 넘어갔다는 겁니다. 다시 돌아오겠지요 저처럼 말입니다.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답변달기
2023-05-03 11:20:59
0 0
박종진 (118.XXX.XXX.87)
맞습니다. 모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모자에 대해서 써 보겠습니다. ^^
답변달기
2023-05-04 08:07:02
0 0
단석 (220.XXX.XXX.162)
두 물건의 공통점이 상당히 많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답변달기
2023-05-03 09:13:48
0 0
박종진 (211.XXX.XXX.243)
신기하게 공통점이 많습니다. ^^
답변달기
2023-05-06 00:55:01
0 0
김봉현 (211.XXX.XXX.189)
마지막 말씀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이 될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3-05-03 08:38:35
0 0
박종진 (118.XXX.XXX.87)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이니까요^^
답변달기
2023-05-04 08:04:55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