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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꽃 축제
김영환 2023년 04월 20일 (목) 00:00:29
◇튤립꽃 화분 너머 언덕에 마라난타 사가 보인다. (사진=필자)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만물이 소생한 봄입니다. 미세 먼지를 헤치고 피어난 봄꽃들이 어여쁜 자태를 자랑합니다. 곳곳에서 꽃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태안반도 세계튤립꽃박람회(4.12~5.7), 에버랜드 축제 (3.17~6.18), 서울식물원 해봄 축제 (4.21~4.23) 등이 열려 겨울을 견딘 구근들이 거짓말처럼 꽃으로 솟아 아름다움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합니다. 식물원이 아니더라도 꽃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곳은 많죠. 을씨년스러운 내 텃밭에 올해도 어김없이 노란 수선화 세 송이와 주황색 튤립꽃 두 송이가 잡풀 사이에서 수줍게 인사했습니다.

 
◇불갑사로 이르는 길 곳곳에 만들어놓은 튤립꽃 화단.
(사진=필자)
 

침류왕 원년(384년) 전남 영광군 법성포로 들어와 백제에 불교를 최초로 전한 인도 승(僧) 마라난타(摩羅難陀)를 기리는 절과 간다라유물관의 입구, 백제 최초의 불교 도량으로 알려진 불갑사로 들어가는 길가에도 단아한 튤립꽃들이 기품 있게 만발했습니다. 보라, 주황, 분홍, 노랑…. 꽃밭은 물론 화분의 튤립꽃까지 고개 숙여 관람객을 정중히 대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라난타 사 밑에서 만난 한 처사는 내게 튤립의 향기를 맡아 보라고 권했습니다. 처음 맡는 튤립 향은 빛깔마다 달랐습니다. 은은한 초콜릿 냄새가 나기도 하고, 약간 달콤하기도 하고, 로즈 향 같기도 하고,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윽하고 오묘한 향기였습니다. 고양이가 백합과에 속한 튤립을  먹으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를 뒤늦게 읽었습니다. 

몇 년 전 태안반도의 꽃 축제에서도 많은 튤립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튤립 축제는 1990년 네덜란드에서 직접 본 일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파리에서 400여 킬로미터가 되는 암스테르담 교외인 코이켄호프를 당일치기로 부산을 떤 걸 보면 나는 어지간히 꽃을 좋아하나 봅니다. 중학교 때는 특별활동이 원예반이라서 점심시간이면 온실로 달려가 10리터는 될 무거운 물뿌리개를 두 손으로 쥐고 무릎 높이에 있는 화분에 물을 부지런히 주었죠.

네덜란드 튤립 축제는 올해로 74회째인데요. 해마다 약 100개의 구근 회사가 피운 800종류,  700만 송이의 튤립을 32만 평방미터에 전시한다고 주최 측인 재단은 말합니다. ‘유럽의 정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코이켄호프의 튤립 축제에 전시하는 꽃들은 판매자들에겐 '살아있는 카탈로그'라고도 합니다.

 
◇암스테르담 근교의 튤립꽃밭.(튤립 패스티벌 암스테르담 캡처)

약 두 달간(3.23~5.14) 열리는 축제엔 4명이 헬리콥터에 탑승하고 공중에서 관람하는 티켓, 2인승 자동차를 타고 보는 티켓, 줄 서지 않는 티켓, 암스테르담 셔틀 포함 티켓을 약 3만~30만 원대의 여러 선택지로 팔고 있습니다. 

튤립 축제에 정성을 쏟는 것은 네덜란드의 국화가 튤립이고 보니 이해가 갑니다.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1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는데요. 포스트 코로나의 올해인 만큼 더 많은 관광객을 모으겠지요. 창립 첫 축제 때에도 25만 명이 봤답니다. 

튤립은 꽃 색깔마다 꽃말도 다릅니다. 다만 모두 공통인 것은 사랑과의 관련입니다. 빨강은 사랑의 고백, 핑크는 성실한 사랑, 싹트는 사랑이고 보라는 불멸의 사랑, 혹은 명성인데요. 흰색은 잃어버린 사랑, 노랑은 가망이 없는 사랑이라고 하니 좀 슬프네요. 

17세기 네덜란드에는 튀르키예에서 들여오는 튤립 구근 가격이 미친 듯이 폭등해 기술자 연봉의 10배였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한 것 같고 요즘의 가상화폐가 그 꼴 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됩니다. 나는 아들이 오래전에 가상화폐 운운하기에 얼른 팔아치우라고 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서울식물원에도 튤립을 찍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튤립의 선호를 보면서 관광자원이 부족하면 만들어라, 인위적인 관광 환경 조성도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의 후라노 시는 각종 라벤더 꽃밭을 조성하여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사진=필자)

꽃은 아주 좋은 관광자원이죠. 꽃을 심으면 보려고 사람이 모일 테니까요. 6년 전 방문했던 일본 홋카이도의 후라노(富良野) 시는 라벤더 등 허브꽃으로 언덕을 색색으로 수놓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가령 인천 청라 지역의 쓰레기 매립지 곁에는 동아건설이 매립한 거대한 땅이 놀고 있습니다. 인천과 김포공항이 가깝고 수도권인 이런 곳에 꽃 단지를 조성하고 튤립을 비롯해 계절마다 바뀌는 심플한 허브꽃을 피워 놓고 관광단지로 조성하면 친환경 이미지로 관광객이 물려들지 않을까요. 한류 이벤트를 끼우면 더 좋겠지요. 어린이들은 대체로 레고 조립을 좋아하는데요. 춘천의 레고 랜드가 경영난에 빠진 건 우선 접근성이 떨어져 국제경쟁력이 부족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서울식물원의 튤립꽃밭(사진=필자)

요즘 튤립꽃이 한창인 서울식물원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는 한 남자가 둘러보더니 너무 쓸쓸해서 학교 동창들에게 다른 곳에서 모이자고 해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하더랍니다. 하긴 쓸쓸한 게 설립 개념인지도 모르죠. 

사실 호수는 넓어서 시원하지만, 땅은 썰렁한 느낌이에요. 요새는 꽃이 피어서 좀 낫지만 덩치가 큰 최고 요지의 식물원을 이렇게밖에 못하나 좀 실망하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무슨 잡초 비슷한 식물이 꽤 많습니다. 물론 “꽃만 식물이냐?”라고 반응하면 할 말은 없지요. 보는 눈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목의 배치는 잘 된 아파트 조경만도 못하다는 의견도 있는 겁니다.

정원이든 식물원이든, 지역이든 나라든, 잘 다듬어 계절마다 아름다워야 이름이 나서 사람이 많이 모이고, 사람이 모임으로써 상권도 활성화되고 상권이 활성화돼야 정부나 지자체에서 갖는 수입도 늘어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결국 어느 지역이나 국가나 관광으로 선순환을 만드는 열쇠는 해마다 수백조 원의 세금을 쓰는 관치(官治)가 자원을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투자하고 또 잘 회수하느냐 하는 경영 능력에 달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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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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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222.XXX.XXX.87)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라를 이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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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7 00:12:44
0 0
조용한 관찰자 (175.XXX.XXX.167)
경영을 잘하는 나라는 튤립 하나 가지고도 그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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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12:04:2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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