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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밥 먹고 식은 소리 하기
방석순 2023년 03월 30일 (목) 00:01:24

조그마한 소녀가 눈빛을 반짝이며 진열장 안을 살펴봅니다. 이윽고 결심이 선 듯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소녀가 주인에게 말합니다. “저 목걸이를 주세요.” 주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런데 그걸 살 돈은 있니?” 하고 묻습니다. 소녀가 꼭 움켜쥐었던 손을 펴 보입니다. 작은 동전 한 닢. 주인은 다시 물어봅니다. “그 목걸이로 무얼 하려고?” 소녀는 “언니에게 선물할 거예요. 언니가 매일 저를 씻겨주고 입혀주고 보살펴주거든요.” 하고 대답합니다.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참 착한 언니를 두었구나.” 하고는 목걸이를 예쁘게 싸서 소녀의 손에 쥐여 줍니다. 

다음 날 남루한 옷차림의 처녀가 가게를 찾아옵니다. 처녀는 바로 어제 주인이 싸 주었던 목걸이를 내놓으며 부끄러운 듯 말합니다. “저희는 이런 목걸이를 살 여유가 없답니다. 동생이 뭔가 실수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러자 주인이 말합니다. “아가씨, 어제 그 귀여운 동생이 언니를 위해 자기가 가진 모든 걸 주고 갔답니다. 목걸이 값은 그것으로 충분해요.” 

누가 언제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 아니 정말 멋진 동화가 한동안 인터넷을 통해 떠다녔습니다. 누구라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그 동화를 만든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아쉬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엔 이와 비슷한 유의 미담이 시도 때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SNS를 타고 떠다녀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때로는 너무 억지스러워서 감동이 아니라 오히려 역겨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터무니없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실제로 있었던 일에 거짓을 보태고, 멀쩡한 작가의 작품을 남의 이름으로 뜯어고치고… 더욱 황당한 건 실존 인물을 동원해 억지 미담을 만들고 거기에다 본인의 장황한 도덕관, 인생관을 덧붙이는 경우입니다. 

얼마 전 받아본 다음 글이 아마도 거짓 이야기의 표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격 올림픽 3관왕 권진호로 되어 있습니다. 중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애꾸눈 어머니가 창피해 도망쳤답니다. 고교 시절 사격반에 들어가 실력이 일취월장,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습니다. 뜻밖에도 한쪽 눈 실명으로 좌절했었지만 어떤 이가 안구를 기증해 다시 꿈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간 그는 빈방에서 어머니가 써 놓은 편지를 읽습니다. 
“원래 네가 태어날 때 왜 그런지 몰라도 한쪽 눈이 없어 내 눈을 이식했단다. 네가 합숙소 생활하는 동안 머리가 많이 아파 진찰해 보았더니 뇌종양이라 하더구나. 더 이상 너를 볼 수도 없게 되었기에 남은 한쪽 눈을 마저 너에게 주기로 했단다.” 
그렇게 어머니의 두 눈을 이식받은 권진호가 올림픽에서 사격 3관왕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야기 끝에다 “이건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기리는 뜻으로 제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라고 사족이라도 붙여놓았다면, 글쎄 용납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엔 실제로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넘어 4개를 따낸 권총의 명사수가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세 차례 올림픽 권총 종목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낸 진종오(1979년 춘천 출생) 선수지요. 그가 이런 맹랑한 거짓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요.

스마트폰으로 늘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던 선배 한 분이 어느 날 길쭉한 이야기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서두를 보니 벌써 오래전에 읽어 본 것이었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 ‘스리 테너(Three Tenors)’ 중 두 스페인 성악가를 얽은 이야기입니다. 

스리 테너의 공연 모습. 왼쪽부터 도밍고, 카레라스, 파바로티.

두 사람은 원래 라이벌인 데다 도밍고는 마드리드, 카레라스는 바르셀로나 출신, 서로 배타적인 지역 정서 때문에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고 전제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성악가로 절정에 있던 카레라스가 백혈병에 걸려 생사기로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백혈병 환자를 돕는 마드리드의 어떤 재단 지원으로 카레라스는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과정에서 카레라스는 그 재단이 도밍고가 자신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음악을 꽤나 즐기는 편인 저도 그 이야기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여기저기 퍼 나르기도 했지요.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정말 카레라스가 백혈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재단(José Carreras Leukaemia Foundation)의 홈페이지(https://www.fcarreras.org/en)를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위의 새빨간 미담은 해외에서 만들어져 널리 퍼졌던가 봅니다. 재단 홈페이지에도 한동안 그 소문에 대한 해명이 팝업으로 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음악가로서 서로 존경하는 사이지만 도움을 주고받고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요. 그때의 민망함이라니.

그런데 선배가 전해 준 미담은 그 거짓 이야기에서도 몇 발짝 더 나아간 고약한 것이었습니다. 카레라스가 마드리드에서 열린 도밍고의 공연장을 찾아가 무대 위에서 도밍고의 발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감사와 용서를 구했다는 겁니다. 도밍고는 카레라스를 일으켜 힘껏 끌어안았다고 글을 맺었습니다. ‘위대한 우정’이 싹트는 순간이라면서.

실존 인물에 대해 이렇게까지 공들여 긴 거짓 이야기를 지어내는 심사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런 재주로 정말 아름다운 동화, 소설이라도 지어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옛 어른들은 그런 허풍쟁이들을 “더운 밥 먹고 식은 소리 한다.”며 나무랐었지요.

스마트폰 대화방을 함께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당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깝고도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우애의 뜻으로 이 글을 띄웁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떠다니는 유명한 가짜, 짜깁기 글이 있습니다. ‘일상의 기적-덜컥 탈이 났다~’는 글이지요. 원래 윤세영이라는 수필가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2016년 3월 3일자 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인데, 어떤 작자가 거기다 이런저런 헛소리를 덧붙여 박완서 글이라고 소개하고, 그게 온 세상에 정말처럼 퍼진 것입니다. 
윤세영 씨 본인이 ‘제 글을 고명한 선배의 글이라고 소개했으니 참 민망하고도 씁쓸하더라.’고 심정을 밝힌 글도 보았습니다. 
카톡, 문자로 좋은 글을 전하기 전에 꼭 누가 어디에 쓴 글인지 확인해 보세요. 그게 글의 신뢰성을 더하는 절차이고 필자, 저자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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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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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11.XXX.XXX.198)
수덕사의 두 여인 이야기를 퍼날랐다가 그 이야기의 저자가 된 사람도 있죠.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알지 못해 그대로 놔두고 있는 마음도 답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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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2 1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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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순 (124.XXX.XXX.108)
예전 재미있는 놀이가 있었지요.
여러 사람을 두 줄(팀)로 세워(앉혀) 놓고 각 줄(팀)의 맨 앞 사람에게만 종이에 쓴 문장을 읽어주는 거죠. 그럼 그 앞 사람이 바로 뒤, 또 그 뒤로 계속해서 귓속말로 전달해 맨 마지막 사람이 얼마나 정확하게 처음 문장을 전달받았는지를 경쟁하는 겁니다. 처음 문장과 똑같은 경우는 거의 없었고, 때로는 전혀 엉뚱한 문장으로 둔갑해 모든 사람을 웃기곤 했지요.
그런데 지금의 현상은 의도적인 말참견, 조작이 대부분이어서 참 희한한 풍조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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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5 1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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