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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코헨의 노래
허찬국 2023년 03월 22일 (수) 00:00:07

전쟁이 ”태고부터 계속되는 인류사”라는 위키백과는 “국가나 그에 준하는 집단이 방위나 이익의 확보를 목적으로 무력을 사용하여, 전투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또 ”... 가장 원시적인 한편 폭력적인 분쟁 해결 수단”입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없고 사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먼 곳 남의 나라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전쟁은 엄청난 일입니다. 양국은 전상자 규모를 밝히지 않습니다. UN 등 공식 기관과 연구소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계를 보도한 영미 언론에 따르면 2월 말까지 러시아는 전사자 4만~6만 명을 포함해 17만 5천~20만 명의 전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작년 말까지 약 1만 3천 명이 전사했고, 7천 명이 넘는 민간인이 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사 한둘만 죽어도 경위나 책임 소재를 엄중히 따지는 무거운 뉴스로 다루어지죠. 푸틴이 시작한 전쟁에서 앞날이 창창한 우리 병사 또래 젊은이들이 참혹하게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왜 푸틴이 21세기 유럽 한복판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이런 참극을 벌이는지가 궁금한 게 일반인뿐만 아닙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서유럽 국가들의 제도와 가치관을 상징하는 EU 회원국이 되려는 것이 중요한 계기라고 분석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선택은 유사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국가 러시아의 이념적, 경제적 빈곤과 피폐를 부각시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침공했다는 겁니다.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신나치 극우파들이 득세해서 이를 청소해야 한다고 하더니, 근래에는 동성애 등 퇴폐적인 서방의 타락상에서 러시아가 표상인 건실한 보수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푸틴은 횡설수설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수 가치 수호 어불성설이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진상 공화당 세력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푸틴이나 트럼프의 행적은 통상의 도덕적, 종교적 규범에 비추어 매우 저질입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교회와 미국의 기독교계가 각각 이들을 지지하는 것을 보면 혼란스럽습니다. 

각종 혐의로 조사가 진행 중인 트럼프는 드디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배우에게 성관계 입막음용으로 큰돈을 지불한 의혹으로 기소가 코앞이라고 합니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유유상종이라 할까요. 

전쟁 소식에 1960년대에 나온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이사악 이야기(Story of Issac)’라는 노래가 머리에 맴돕니다. 캐나다 출신 음악가/작가 코헨(1934~2016)은 할렐루야(hallelujah)로 잘 알려졌지요.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신의 계시(vision)를 듣고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일을 아주 시적으로 들려주며, 이를 소재로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양 삼는 사이비들의 간계(scheme)를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주디 콜린스도 과거 발표했던 노래 내용의 일부를 느슨한 의역과 함께 소개합니다.

먼저 아브라함 부자가 산에 올라 제단을 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The door it opened slowly/ My father he came in/ I was nine years old/ And he stood so tall above me/ Blue eyes they were shining/ And his voice was very cold”[문이 천천히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왔다. 9살밖에 안된 나는 그를 올려보아야 했다. 파란 눈은 번뜩거렸고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Said I've had a vision/ And you know I'm strong and holy/ I must do what I've been told/ So we started up the mountain/ I was running he was walking/ And his axe was made of gold”[내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 내가 강하고 성스러운 것을 너도 알지, 나는 신의 지시대로 해야 한단다. 그는 걷고 나는 뛰다시피 하며 우리는 산을 올랐고, 그의 도끼는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중략)
“.../ Then my father built an altar/ He looked once behind his shoulder/ He knew I would not hide”[아버지는 제단을 쌓으며 한 번 나를 어깨 너머 보았지만 내가 숨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제물로 삼기 위한 죽임은 멈추었지만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이었을까요? 코헨은 푸틴처럼 사적 의도나 편견을 숨기고 대의명분, 혹은 거창한 구실(종교, 역사, 민족, 이념?)을 내세워 도륙질하는 이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You who build the altars now/ To sacrifice these children/ You must not do it anymore/ A scheme is not a vision/ You never have been tempted/ By a demon or a god” [어린 아이들을 제물로 삼으려 지금 제단을 쌓고 있는 당신들, 멈추라! 간계는 계시가 아니며, 당신들은 악마나 신에게 홀린 것이 아니다].
“You who stand above them now/ Your hatchets blunt and bloody/ You were not there before/ When I lay upon a mountain/ And my father's hand was trembling/ With the beauty of the word” [무뎌지고 피범벅의 손도끼를 들고 아이들 위에 서있는 당신들은 내가 산 위에서 누워 있을 때 도끼를 든 내 아버지의 손이 (멈추라는 신의) 아름다운 말에 떨었던 그 자리에 없었다]. 
“And if you call me brother now/ Forgive me if I inquire/ Just according to whose plan/ When it all comes down to dust/ I will kill you if I must/ I will help you if I can” [이제와 나를 형제라 부른다면 그건 도대체 누구의 계획인가, 모두가 먼지로 사라질 때 당신을 죽여야 한다면 죽일 것이고, 도울 수 있으면 도우리라]. 

(이하 생략)

수만 명의 젊은이들과 어린이, 민간인들을 어불성설의 명분을 내세워 처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범 푸틴을 생각하면 이 노래는 가슴을 후빕니다. 광란은 이어지고 있고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처참한 땅에 평화가 다시 깃들기를 비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코헨의 한 연가 제목(저의 혀에서 이 그리움을 걷어가세요, Take this longing from my tongue)을 빌려 평화에 대한 갈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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