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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 폭등을 이겨 냈다
신현덕 2023년 02월 24일 (금) 00:00:40

이번 겨울은 몸도 마음도 전쟁과 추위에 주눅이 들었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러시아의 불법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 채 겨우내 계속됐습니다. 기온도 예년보다 큰 폭으로 내려갔고, 눈도 많이 쌓였습니다. 모든 언론 매체는 에너지 가격이 폭등,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도 덩달아 가계 꾸려나가기가 어렵다고 비명을 지르는 현장을 중계했습니다. 어찌 보면 시청자들이 비명을 질러대길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방송사의 카메라가 찾아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대학가 원룸 촌에 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지출내역을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지난해보다 춥게 살고 있으며, 먹을거리를 줄여서 난방비로 충당한다는 아픈 뉴스를 학부모에게 전했습니다. 원룸보다 오른 전기료와 가스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하숙집이 호황을 누린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새 학기를 맞아 학부모의 가슴에 휭 하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가정집에서는 자녀의 학원 수강 과목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쉽니다. 외식 횟수를 줄였다는 말이 처량하게 들렸습니다. 쪽방 촌에서는 전기장판 바닥을 들치며 냉골이라고 강조합니다. 심한 경우 열화상 카메라와 온도계까지 동원했습니다. 취약계층이 더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멘트가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그뿐인가요. 목욕탕 주인은 전기료와 연료비가 수백만 원이 올랐다며, 어디서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영수증과 올해 영수증을 흔들면서 국가에 지원을 요청합니다. 가정용보다 훨씬 값싼 농업용 전기를 공급받는 화훼업자는 꽃이 핀 온실 안에서 울상입니다. 딸기, 오이, 가지, 호박, 상추, 고추, 깻잎 등 겨울 농사를 짓는 모든 이들이 한결같았습니다. 두세 겹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축 처진 농작물을 손에 들고 지원을 하소연합니다. 양계, 양돈, 양식 업자 등이 모여서는 국가를 상대로 오른 난방비를 내놓으라고 다그칠 태세입니다.

​이를 부추기듯 정치권은 난방비 보조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군불을 지핍니다. 일부 주부들도 못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필자도 불편하다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1월 전기 및 가스비 고지서의 액수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흥분하는데 줄었다는 얘기를 하려니 괜스레 겸연쩍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닙니다.
이번 겨울에는 이상한파로 기온이 내려가고, 가스 등의 공급부족과 가격 인상으로 추울 것이란 보도를 접하고는 일찌감치 대비에 나섰습니다. 그렇다고 자린고비처럼 살지는 말자고 다짐했고, 가능한 한 절약을 해보자고 두 식구가 약속했습니다. 목표는 독일에서 살 때와 같은 온도로 ‘겨울 넉 달 살기’였습니다.

​몇 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양탄자를 꺼내 거실에 깔았습니다. 진공청소기로 하루 종일 양탄자에 붙어있던 먼지를 흡입했고, 세척제로 약간의 때를 지웠으며, 햇볕에 한나절 말렸습니다. 양탄자를 깔았다고는 하나 굉장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몽골에서 한 장에 100달러씩 주고 산, 너비와 길이가 각각 2.5미터짜리의 평범한, 조금 오래된 것이었습니다. 겨우내 거실이 안온했습니다. 따스한 바닥 온도도 오래 지속됐고, 덕분에 층간 소음도 거의 없었습니다.
커튼도 유효적절하게 사용했습니다. 한낮에 햇살이 비칠 때는 온도가 올라가도록 가능한 한 많이 열어 두었습니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오후에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닫았습니다. 아파트 앞 동에 사는 지인은 창문으로 아무것도 안 보여 깜깜하다고 했습니다. 몹시 춥던 그 옛날 아버지께서 새벽에 물을 데우며 군불을 때셨듯 아침에는 거실 기온을 약간 올렸습니다. 농학을 배우면서 터득한 가온(加溫)법칙을 적용한 살림살이입니다.

거실 온도를 딱 1도 내려 섭씨 21도로 고정했습니다. 이것도 독일 가정과 비교하면 2~3도 높았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빈방의 계기판을 ‘외출’로 조정했고, 낮에 올라간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방 안의 커튼 여닫는 시간을 조절했습니다. 집 안에서 슬리퍼를 신었고, 카디건을 걸쳤으며, 도톰한 내의도 입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겨울잠을 잔 것은 아닙니다. 매일 한 차례 이상 환기를 했고, 청소할 때는 모든 창을 열어 먼지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전처럼 일했습니다.

거창하게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강조했던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으라”던 말을 인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상생활이 아주 조금 불편했을 뿐인데도 에너지 가격 급등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해야 할 취약계층은 더 꼼꼼히 살피고, 에너지 낭비를 줄여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은 아직도 견딜 만하다는 것을 체험한 귀중한 겨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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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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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175.XXX.XXX.198)
옳으신 말씀. 매일 해질녘 블라인드 내리고 커튼 쳤다가 해뜰 때 걷었더니 30일 연료로 40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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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4 14:32:35
0 0
신현덕 (14.XXX.XXX.97)
감사합니다.
많이 절약하셨네요.
전국민이 낭비만 막아도 많은 양을 절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블라인드와 커튼을 사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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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13: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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