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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없는 농업, 무인공장 시대의 미래
김홍묵 2023년 02월 21일 (화) 00:12:31

“기계가 새로운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 무산계급)다. 노동 계급에게는 해고 통지서가 발부되고 있다.”
유대계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1943~)가 노동자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주장입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프랑스 첫 좌파 정권 미테랑 대통령(재임 1981~1995)의 비서실장과 경제고문을 지낸 미래학자입니다. 

노동의 종말은 19세기 초 산업혁명 직후부터 배태된 사회현상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입니다.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기계를 때려 부순 최초의 노동운동입니다. 네드 러드(Ned Ludd)가 주도했다는 이 운동은 노동자들이 마르크스주의와 맞물려 정치세력화하면서 19세기 말 노동당 출현의 배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노조 설립·단체교섭권 인정 등 정치권과 자본가 계급의 양보를 얻어냈으나, 생산성 향상으로 빈부격차와 실업문제 해소·보통선거제 도입에 따른 노동권 보장과 사회보장제도의 확대에 따라 서서히 쇠퇴했습니다. 산업화와 기계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부한 근시안적 한계를 보였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기계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창출해낸 불가역적 시대 흐름입니다.

아탈리와 동시대의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은 “정보화 시대(The Information Age)는 새롭고 정교한 기술들이 인간이 거의 필요 없는 문명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기계는 농업·제조업·서비스업에서 빠르게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있으며, 21세기 중반까지는 완전히 자동화된 경제를 약속하고 있다. 지난 200여 년간 불편했던 기술과 노동의 관계 재고(再考)가 모든 국가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라고 단언했습니다. 

리프킨은 1996년에 쓴 <노동의 종말>에서 기술과 노동의 관계를 수치로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200여 년 동안 기계에 빼앗긴 일자리 대신 그 기계가 창출한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거대한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농업 노동력은 19세기 하반 총노동력의 4분의 3에서 2분의 1로 감소했고, 1900년에는 3분의 1로, 1940년에는 20%, 현재는 2.7%로 줄었다고 적시했습니다.

거기서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기계가 창출하는 새로운 고용 영역으로 옮겨갔다고 리프킨은 설명합니다.
미국에서는 초기 제조업, 즉 사람으로 움직이는 공장(manfactories) 종사자가 1810년에는 7만5,000명이었으나, 1910년 800만 명, 1960년에는 1,60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산업 노동력이 총노동력의 35%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제조업 전성기도 이 정도가 끝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 2035년이면 도래한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대로 이미 제조업 서비스업에서는 고용 없는 생산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알파고가 바둑 최정상 이세돌을 꺾는 현실을 우리 모두가 보았고,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최근 미국의 의사·로스쿨·MBA 시험에서 3관왕에 등극하여 사람들을 경악시켰습니다.

싫든 좋든 3차, 4차 산업혁명으로 내닫는 21세기 들어 우리는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절벽’ ‘캥거루 자녀’ ‘결혼·출산 기피’ ‘은둔형 외톨이’ 같은 암울한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사람을 ‘쓸모없는 인간(useless human)’으로 나락에 빠뜨릴지, 아니면 새로운 호기심과 일거리를 자아내는 신천지로 이끌 것인지 참으로 예측하기 힘든 난감한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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