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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동거
김창식 2023년 02월 06일 (월) 00:42:28


그분, 아니 그놈이 끝자락에 오셨습니다. 그렇게도 만나는 것을 피해왔건만.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어쩌고 해서 서로 간섭 하지 않으며 지내다 마음 맞으면 산책이나 하는 관계인 줄 알았더니 이건 숫제 ‘어거지’로 쳐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며 안방에 죽치고 앉아 꼼짝할 생각을 안 하네요. 방 빼라고 행패부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요?

직접 겪은 코로나 증상을 열거해볼까요? 갑자기 열이 나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더웠다 추웠다를 되풀이하질 않나. 수시로 식은땀이 나며, 목구멍은 또 왜 그리 아픈지, 게다가 온몸이 뒤틀리고... 두통, 치통, 인후통, 관절통, 그에 더해 의욕상실, 비애감과 자괴감,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 누구엔가 모를 하소연에 더해... 더 이상은 생략합니다. 예후가 궁금하면 직접 걸리진 마시고 인터넷을 검색해 다른 분들의 ‘어마무시한’ 코로나 극복기를 읽어보시면 참고가 될 것입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자가 격리에도 신경을 써야겠죠. ‘위리안치(圍籬安置)’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이 하는 흉내는 그런대로 따라했습니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시늉도 하고요. 한번은 비닐장갑을 끼고 냉장고 문을 여니 ‘K'라는 딱지가 붙은 반찬통이 눈에 들어와요. 요즘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다는 ’K-푸드‘ 별식인가보다 했어요. ’당근‘ 아니겠지요. 내 이름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헷갈리지 않도록 아내가 알뜰살뜰 표시를 해놓은 것이었답니다.

열흘쯤 지나 그런대로 몸을 추스를 수 있을 때가 되자 내가 무슨 TV 프로그램 ‘자연에 산다’에 나오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 보내는 일이 막막했지요. 마침 MZ세대인 둘째아이가 카타르 월드컵도 폼나게 시청할 겸 본인 필요해 의해 TV를 큰 화면으로 바꾼 덕을 보았습니다. OTT 동영상도 볼 수 있도록 해주더군요. 그래서 초보 ‘덕후’가 되어 갓 입문한 드라마가 요즘 뜨는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Wednesday)’와 ‘나르코스(Narcos)'였습니다.

<웬즈데이>는 ‘중딩’ 판타지 코믹 호러물이었어요.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로 소개된 <아담스 패밀리(Adams Family)>의 스핀오프(Spin-Off) 버전 쯤 되려나요. 팀 버튼 감독이 시리즈 초반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죠. 주인공인 아담스 패밀리 가족의 딸인 웬즈데이가 별종(Outcast)들의 학교인 ’네버모어 어카데미‘로 전학을 간 후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전말을 파헤치던 중 이 모든 것의 열쇠가 자신이며, 과거 조상의 일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시리즈의 성공은 웬즈데이 역의 제나 오르테가(Jenna Ortega, 2002~)에 힘입은 바 큽니다. 똑똑하고 비꼬는 것에 도가 텄지만 마음속에 순수함을 갖춰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탤런트 ‘혜리’와 생김새가 닮았군요.

<나르코스>는 실존했던 인물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millio Escobar Garviria, 1949~1993)의 흥망성쇠를 다루었습니다. 콜럼비아 마약 카르텔의 형성, 내부 갈등과 몰락, 이들을 잡기 위한 미국 마약단속국의 분투노력을 그린 드라마이기도 하죠. 나른한 배경음악, 음울한 파스텔 톤의 화면에 더해 매 에피소드가 비슷비슷한 이야기로 이어지는데도 중독성이 있었어요. 매회 드라마를 보면서 졸리고 몽롱한 느낌도 맛보았으니 대리체험을 한 모양입니다. 아이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툭 던지기도 했죠. “아빠가 약에 쩔어 있네!” 이러한 유의 드라마는 시청에 각별한 주의를 요함을 깨달았습니다. 회복 중인 환자는 절대 금물예요.

그나저나 병은 다 나았냐고요? 글쎄 그걸 잘 모르겠네요. 실내에 가만히 죽치고 앉아 있는데도 수시로 추웠다 더웠다, 코가 막히기도 하고, 마른기침도 제멋대로 나며... 이제 그럴 나이도 되지 않았냐고요? 내 나이가 어때서요. 하긴 걸핏하면 ‘나탓코탓(나이 탓 코로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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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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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 (118.XXX.XXX.219)
'나탓코탓'신조어 하나 알았다고 좋아하렸더니
특별한 곳 빼고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자유 착용.
이제 만 명 아래로 내려왔으니 언 팬더믹인가요?
후유증은 꽤 오래갑니다. 저의 경우 그랬으니까요.
알게 모르게 코로나가 거쳐 간 자리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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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00:34:52
0 0
김창식 (211.XXX.XXX.88)
글로리님, 댓글 공감 무한 고맙습니다.
'니탓나탓'은 혼자만 사용하는 신조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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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2 17:03:33
0 0
용순 (122.XXX.XXX.140)
김창식 선생, 코로나에 걸렸었군요. 앞으로 건강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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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8:37:24
0 0
김창식 (211.XXX.XXX.88)
힘든 시절 어찌 지내시는지요?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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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18:23:52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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