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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수사와 정치 복원
임종건 2023년 01월 30일 (월) 01:20:03

선거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에선 대통령 선거나 총선에서 상대 후보의 부정선거 혐의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은 흔한 일이다. 한국은 고소고발이 많기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나라다. 특히 지난 대선은 역대 최악의 선거였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 간은 물론 두 사람의 배우자들까지 고소고발 사건에 휘말려 혼탁이 극에 다다랐다. 

선거 사건의 경우 침소봉대는 물론 심지어 1997년 김대중-이회창 후보 간의 15대 대선 때 김대업 사건처럼 조작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선거비리가 선거 후 재판에서 확정된다 해도, 총선 결과는 바꿀 수 있어도 대선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대선의 부정선거는 1960년 3·15부정선거에 대한 4·19혁명처럼 혁명으로만 바로잡힌다. 2021년 1월 미국에서, 작년 12월 브라질에서 대선의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이 의사당 정부청사 등을 점거했지만, 난동으로 그쳤을 뿐 혁명이 되지는 않았다. 

검찰이나 경찰의 선거 사건에 대한 수사의 불문율은 뭉개기이다. 선거 이후까지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원천적으로 임기 중 기소대상이 될 수 없는 대통령은 빠지고 낙선자나 주변인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여론의 주목도가 떨어진다. 

검경의 선거 전 수사 뭉개기는 나름의 구실이 있다. 먼저 선거 사건은 급조된 경우가 많아 대선의 경우 70일인 선거 기간 안에 진위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또 아무리 중립적으로 수사를 한다 해도 여당 후보에 대한 수사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야당 후보에 대해 집중 수사를 하면 편파수사의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의 무리한 수사는 선거 후 엄중한 책임추궁의 대상이 된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수사를 강행했다면 수사 기관이나 담당자는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수사기관으로서는 선거수사는 일단 민심의 심판에 맡기는 척하며 뭉개는 게 상책인 것이다.

수사 기관들은 이런 방식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개인과 조직을 보호하면서 생존하고 영향력을 지켜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 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이 사건들을 수사해 기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이 검찰의 그런 수사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대다수 민주당 사람들의 변함없는 확신이다. 그같은 확신이 검찰의 권력을 약화시킬 목적의 검수완박의 강행으로 나타났고, 그것이 검찰출신 대통령의 탄생을 결과함으로써 민주당에겐 최악의 부메랑이 됐다.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대장동개발비리 사건 등 일련의 선거사건을 둘러싼 민주당과 검찰 간의 줄다리기도 검수완박의 연장선에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처럼 정부가 검찰권을 남용해 낙선자를 향해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대 대선에서 검찰과 경찰이 직면했던 핵심적인 사건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28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대장동개발비리 사건과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사건이었다. 여기에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유용 사건과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허위 이력서 사건, 장모의 부동산투기 혐의 등 이른바 ‘본부장사건’이 더해졌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건 외에 성남FC수뢰사건과 백현동개발과 관련한 허위증언 사건, 변호사비 대납사건 등이 더 있다. 범죄 혐의의 건수나 혐의의 경중에 있어서 이 후보는 윤 후보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여건이었다.

이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서 선거 전의 뭉개기 불문율은 거의 완벽하게 지켜졌고, 김건희 김혜경 관련 사건은 선거 후로도 뭉개기가 지속되고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 문재인 검찰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본부장을 구속했으나 선거기간은 물론 선거 이후까지도 한동안 유 씨가 입을 다물어 이 후보 근처에도 못 갔다. 

유 씨가 뒤늦게 입을 열기 시작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과 정진상 씨 등이 검찰의 구속수사를 받고 있지만, 김·정 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가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 관심이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고발사주 사건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시절 야당(현 국민의힘)에 21대 총선에 출마하려는 여당 국회의원 후보들의 비리를 고발토록 사주했다는 사건이었으나, 이 역시 관련자들의 혐의 부인과 제보자인 여성과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과의 불투명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수사는 흐지부지 됐다.

두 부인 사건 중, 김혜경 사건은 남편인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부인의 비리 수사까지 병행하자니 경찰에 부담인지 소식이 없다. 김건희 사건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추가 혐의가 나왔다며 수사를 압박하고 있으나,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적대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검찰이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사건이라며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공격이 불가능한 민주당으로선 김건희 수사 압박전략으로 공격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부담이 되듯이 김혜경 여사에 대한 수사도 부담이다. 두 부인 사건은 이렇게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뭉개질 전망이다. 

검찰이 이 후보 관련 사건들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더욱 조이는 것은 이 후보가 대선 낙선 후에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국회의원이자 당 대표에다,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정치적 입지가 강화된 것에도 영향이 있다. 

과거에는 낙선한 후보는 일시적으로라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대통령의 입장에서 승자의 아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면대결 국면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대선 중에는 물론 당내 대표경선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인데, 민주당은 검수완박 방식으로 선거 후 곧바로 이 후보의 국회진출과 당대표 선출을 밀어붙여 ‘방탄 국회’의 모양새를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 윤 대통령 취임 후 야당 대표와 한 차례도 회동을 가지지 못하는 협치 실종의 원인이 되었다. 이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수차례 영수회담을 제의했으나, 윤 대통령은 응할 자세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그것을 범죄혐의자와의 면담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돼야 성사될 영수회담이라면 내년 총선 이전에는 기약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이 대표가 당대표가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으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감당하게 해야 한다.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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