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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속마음으로 들어갈게요
노경아 2023년 01월 18일 (수) 03:36:01

새해 첫날부터 코로나19에 확진돼 일주일간 격리됐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 집까지 걷는 내내 머릿속으로 일주일 계획을 그렸습니다. 아침에 요가하고, 낮엔 영화 보고, 저녁에 책 읽고, 밤엔 조용한 음악 듣기. 이 정도면 일주일이 꿈같이 금세 지나가겠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더군요. 공짜로 휴가를 얻은 것 같아 기분도 좋았어요.

꿈에서 깨는 데 채 한나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녁 무렵 후각을 잃은 후 맛을 전혀 못 느끼면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빈속에 약을 먹으니 전신마취제를 맞은 듯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니 얼굴은 누렇게 뜨고 요가는커녕 움직일 의지조차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깨똑” 하고 보건소에서 보낸 우울증 관련 메시지가 울렸습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병이 우울증이었습니다. 우울한 기분과 ‘질병인 우울증’을 구분하지 못한 탓이었죠. 30대 후반 이혼한 이후 줄곧 혼자 생활해 온 큰오빠가 2년 전 환갑을 맞으면서 “우울해. 외로워”를 입에 달고 지냈을 때, 그 마음 그 고통을 몰랐습니다. 그해 오빠가 저세상으로 떠난 다음에야 “연애를 해”라고 실없는 말만 건넸던 행동들이 너무나도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빈 술병들, 여기저기 마구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 텅 빈 냉장고… 주인 잃은 집 안의 흐트러진 흔적들이 긴 세월 오빠의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해 쓰렸습니다. ‘무덤’같이 적막한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오빠의 무게를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줄 몰랐습니다. 그날들이 너무도 죄스러워 사무치게 서글픕니다.

외로움의 시대입니다.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고독사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아무도 모르는 죽음’이 증가하자 정부가 지난달 처음으로 ‘고독사’ 관련 통계를 내놓았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홀로 생을 마감한 이는 2021년 한 해에만 3,000명이 넘습니다. 최근 5년 사이 고독사 발생률은 40%나 증가해 매년 100명 중 1명꼴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 비율이 52%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게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성별로만 보면 지난해 전체 고독사 3,378건 중 남성이 2,817명(83.4%)으로 여성의 5.3배입니다. ‘5060남성’이 고독사 고위험군임이 드러난 것입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등은 “50·6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 노동에 익숙지 않고 실직·이혼 등이 겹치면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고독사에 취약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5060세대를 위한 복지 서비스”를 원인으로 꼽은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습니다. 가족들 품에서 맞이하는 죽음 또한 마지막 순간엔 혼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키는 이 없이 홀로 마지막 길을 떠난다고 상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니 그보다, 죽은 뒤에 오래도록 홀로 남겨진 주검을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유품정리사 김새별·진애원씨는 저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고독사는 그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고 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고독사 예방 정책 못지않게 개개인이 스스로 감정을 돌아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남자의 고독사’ 저자인 나가오 가즈히로 박사는 고독사하지 않기 위한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용건 없이도 카톡이나 통화할 수 있는 사람 세 명 만들기 △집 열쇠를 맡길 수 있는 사람 만들기 △음악·바둑·요리·운동 등 두 가지 이상 새로 배우기 △직함과 자존심 버리기 △무엇보다 살아있을 때 고립되지 않기

격리를 계기로 올해는 더 많은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더 깊이 공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군가 언짢은 말을 하거나 거슬리는 행동을 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공감 능력이야말로 나와 타인의 우울증을 예방하는 특효약이니까요.

우리, 기왕 한 살씩 먹었으니 더 다정하고 친절한 시선으로 행복을 바라보아요. 타인의 마음을 읽어 얼굴 붉히지 말고 웃으며 살아가요. 로마 5현제(賢帝) 중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속마음으로 들어오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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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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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20.XXX.XXX.57)
새해 첫날부터 수고를 하였으니, 금년 한해는 좋은일만 많겠습니다.
우리는 용건없이도 KakaO를 해온 사이엿는데,
기왕 한 살씩 더 먹었으니 더 다정하고 행복한 시선으로 더 가까워 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항상 건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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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11: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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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 (116.XXX.XXX.129)
지난해 선생님의 격려에 힘을 얻어 행복하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사회의 어두운 곳들을 살펴 도움 주시는 선생님을 본받아 올해는 작은 활동이라도 해 볼 생각입니다.
끝없는 배움 열망과 나눔 실천에 나서는 선생님을 존경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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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13:59:02
1 0
정병용 (220.XXX.XXX.57)
과찬에 기분이 짱입니다.
이제 나이를 먹고하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
계묘년에는 서울대학교 "건강리더 최고위과정에 다닐려고 신청해
놓앗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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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09: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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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 (116.XXX.XXX.129)
'영원한 청년!' '앞선 실천가'
선생님을 수식하는 표현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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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21: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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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도 (175.XXX.XXX.146)
보통의 삶과 많이 닮아있는 실감 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시는 글을 접하곤 하면서도 공감의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지만 오늘은 제 마음 속에 들어온 글을 읽고 선 이렇게 나마 고마움을 전합니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며 비슷한 경험을 했구나 생각하니 조그만 행복감도 있구요. 참 고맙게 잘 읽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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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09: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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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 (116.XXX.XXX.129)
제 글에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행복을 느끼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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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11:12:2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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