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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와 ‘창백하고 푸른 점’
김영환 2023년 01월 17일 (화) 00:00:56

새해 벽두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달 표면 124킬로미터 상공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지구가 달 위로 뜨는 것 같았죠. 다누리는 작년 8월 5일 발사되어 연료 절약형 궤적으로 약 600만 킬로미터를 날아가 넉 달 반 만에 달 표면 임무 궤도에 무사히 진입해 국민들에게 새해 선물을 안겼습니다. 

어릴 때 초롱초롱했던 별을 좋아해 밤하늘만 쳐다보며 걷다가 도랑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요새도 별이 보이는 밤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숨겨진 별자리 찾기를 좋아하는데요,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비상하는 쾌거에 뿌듯한 마음으로 과학자들께 성원을 보냅니다. 다누리는 미국 국립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협력하며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착륙 후보지 정밀 탐사 등을 맡아, 약 1년간 달 임무 궤도를 선회합니다. 우리의 다음 주요 목표는 2032년 무인 달 착륙선 성공입니다. 세계 최초 천문대인 첨성대를 세운 선덕여왕(재위 632~647년)의 후손들이니 우주 대항해의 머나먼 길을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다누리의 성공은 침울하던 국민들에게 월드컵 16강 진출과 더불어 고뇌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올해 5월엔 다누리 3호가 발사될 예정이고 빅뱅의 <탑>은 민간 우주선인 스페이스X를 타고 달 주변 선회를 포함해 약 9일간 우주에 체공할 계획입니다. 이제 우주 개발의 경쟁은 '전 지구 인터넷 소외지역 해소'라는 스타링크 위성 발사 등 민간 부분으로 확산하며 어디까지 자라날지 모를 급성장 분야가 되었습니다. 

   
  ◇달 탐사선 다누리호에서 2022년 12월 28일 촬영한 지구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캡처)  

1961년 4월 12일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 소령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선회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로 초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수학과 물리 교육을 대대적으로 강화했습니다. 8년 뒤 1969년 7월 20일 지구인 약 6억 명이 미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닐 암스트롱의 달 걸음마를 생중계로 시청했습니다. 암스트롱은 “이것은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라고 감격했죠. 이후 11명이 더 달에 갔습니다. 1972년 달에 마지막으로 착륙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7호가 찍은 것과 다누리가 달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 비슷해 흐뭇합니다. 다누리는 무게 절감과 고화질 해상도를 위해 흑백을 택했답니다.

아폴로 계획과 우주정거장 등 미국의 우주개발 비용은 최소 2,500억 달러를 넘었다고 오래전에 추정됐죠. 소련이 따라오지 못해 경쟁자가 사라지고 경제성 논란이 일자 달 탐사는 50여 년 동안 중단되었다가 중국의 우주 굴기에 자극받아 미국이 근년 재개했습니다. 중국은 우주정거장에 장기 거주하며 과학실험을 하고 있고 무인 달 착륙에 두 번 성공했습니다. 일본은 소행성 탐사에 가장 앞서,  생명체 기원의 단서를 찾으려고 2014년 12월 ‘하야부사 2’를 발사해 약 4년 뒤 3억 킬로미터 거리의 화성 부근에서 태양을 도는 소행성 <류구> 궤도에 안착시켰습니다. 하야부사2는 탄환을 발사해 류구의 지표를 파헤치고 내부 토양 5.4그램을 채취하여 2020년 12월 지구로 귀환한 뒤 호주 22만 킬로미터 상공에서 시료를 캡슐로 투하해 52억 킬로미터의 탐사 여정을 기록했습니다. 하야부사2는 착륙 없이 논스톱으로 2026년 12월의 소행성 '2001 cc21' 근접 탐사를 목표로 항행 중이고 2031년 7월 최종 목적지인 1998KY26에 착륙하게 됩니다. 
일본은 류구 토양을 분석한 결과 생명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외계의 물방울과 15종의 아미노산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2025년 일본 우주인을 함께 달에 착륙시키려고 합니다. 

인류의 가장 극적인 장거리 우주 활동은 미 NASA가 1977년 9월 발사한 무인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라고 생각합니다. 무게 720킬로그램의 1호는 1월 17일 자정 현재 지구로부터 약 237억 킬로미터(159AU: 지구-태양의 거리인 1.4957억 킬로미터), 2호는 199억 킬로미터(133AU) 떨어져, 인류가 만든 물체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星間) 우주(인터스텔라)를 외롭게 달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이저가 컴퓨터도 변변치 않았던 1970년대의 기술로 어떻게 2020년대를 날고 있느냐고 놀랍니다. 원자력 전지 추진체 덕분이라는데요. 빛의 속도로 치면 겨우 22시간 날아간 것입니다.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까지 8.6광년. 심우주 탐사에 인류는 걸음마를 뗀 수준입니다. 보이저 정보는 NASA의 voyager.jpl.nasa.gov에서 볼 수 있죠. 

보이저 1호는 1990년 2월 지구에서 약 60억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계 외곽을 지나면서 지구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를 쓴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 박사는 보이저 계획에 참여하면서 보이저에서 지구가 안 보이기 전에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찍자고 제안했죠. 그렇게 찍은 지구를 그는 <창백하고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진에서 지구는 0.12픽셀이었습니다.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지구를 우주 속의 한 개의 점으로 생각했죠. 보이저 1호를 통해 정말 점으로 나타난 지구가 수천조 개에 이르는 우주에서 지금껏 생명체를 가진 유일한 별임을 인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세이건 박사는 “우리의 행성은 우주의 암흑 속에서 외롭게 떠있는 하나의 알갱이다. 보존하고 아껴야 한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집을”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주는 얼마나 넓을까요? 측정 가능한 범위내의 별은 100억 개에 7조를 곱한 수라고 사이먼 드라이버 호주 국립대 교수는 추정했습니다. 세이건 박사는 지구 전체의 모래알보다 별이 더 많다고 <코스모스>에 썼습니다. 우주의 지름은 약 930억 광년으로 알려졌고 계속 확산 중인데 1광년은 약 9.46조 킬로미터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것에는 이유를 묻지 말라고 어느 현자가 말했죠. 지구는 자신의 기원을 알려고 우주선을 띄우며 발버둥치지만 광막한 우주에선 개미들의 움직임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보이저는 혹시 만날지 모를 외계 문명에 지구를 알리는 전령이 되로록 한글 등 50여 개국의 언어로 정보를 수록하여 10억 년을 견딜 수 있다는 특수 레코드판을 제작해 실었습니다. 

우리가 다누리 등 우주 개발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거와 미래에서 겸허의 철학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진보건 인문 사회학의 진보건 지식 추구의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철칙의 준수입니다. 잘 이뤄지던 천문학의 성과를 중세 암흑시대의 종교재판이 짓밟았습니다. 

우주 개발은 광대무변한 공간과 무량수의 시간에서 하나의 행성, 하나의 찰나를 공유하는 인류가 증오와 파괴로 으르렁대지 말고 가치 있는 공동 목표를 향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작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대량살상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23 신년사를 보니 "정당성은 우리 러시아에 있다’고 하더군요. 우주시대는 광신적인 국가주의가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합니다. 

다누리로 꿈에 부푼 우리가 원자력 기술을 활용해 우주선을 광속의 10분의 1인 초속 3만 킬로미터로 쾌속 항진시킬 수 있다는 다이달로스(Daedalus) 프로젝트의 이론을 실현할 날이 올까 기대해봅니다. 38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에 몇 초면 도착하는 우주 혁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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