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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자영업자로 살아보니
고영회 2023년 01월 04일 (수) 00:07:55

새해가 밝았습니다. 자유칼럼 독자님, 새해 큰 복 누리시길 빕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자연인으로 하거나 법인으로 하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자기 이름으로 상업 활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필자는 1997년부터 사업자로 등록하여 대략 26년을 자영업자로 지냈습니다. 변리사법에 따라 전문직으로 활동하면서 무슨 자영업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특허법률사무소는 개인 사무소를 설치하거나 특허법인을 설립하여 활동할 수 있으니, 개인이 설치한 사무소는 자영업자에 속합니다.
자영업자와 법인 사업자의 차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개인사업자로 하지 않았을 것을 하는 점을 정리합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자영업자는 내 주기는 하지만, 자영업자를 위해 내주는 곳은 없다.’입니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자영업자는 모두 자기가 내야 한다>

   
  자영업자 자리는 어디에?  

작년 연말에 건강보험료를 올린다는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근로자,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으로 3종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여기에 자영업자 칸은 없습니다. 자영업자는 가입자 보험료와 사용자로서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은 본인이 보험료를 반만 부담하고 다른 누군가가 내 주는데, 자영업자는 모두 자기가 내야 합니다.
자영업자는 고용한 근로자의 사용자 부담분을 내야 합니다. 보험료는 자꾸 올라갑니다. 그런데 보험료의 반을 부담하는 자영업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습니다.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쓰는지 어쩌는지 상관없이 내라면 내야 합니다.
국민연금도 같은 방식으로 본인과 사업자가 반반씩 냅니다. 그래도 국민연금은 자기가 내고 자기가 찾아가니 좀 낫습니다. 그렇지만 형평에 맞지 않습니다.

<실업급여, 자영업자는 대상이 아니다>
근로자는 직장을 다니다가 회사 사정으로 해고되면 일정 기간 실업급여를 받습니다. 자영업자는 자기가 고용한 근로자의 실업급여를 위한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자영업자도 사업 환경이 어려우면 사업을 접어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사업자가 휴업이나 폐업하여 돈을 벌지 못할 때 버티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없습니다. 낼 것은 내고, 누릴 것은 없습니다.

<자영업자에게는 퇴직금이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자는 고용한 사람에게 퇴직금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에게는 퇴직금제도가 없습니다. 사업자가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업자도 언젠가는 사업을 접어야 할 날이 옵니다. 근로자로 일한 사람은 일을 그만둘 때 사업자에게서 받는 퇴직금이 있지만, 사업자가 사업을 접을 때에는 빈손입니다.

<자영업자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2020년 통계를 보니 전국에 개인사업체가 640여 만개입니다. 개인사업자는 대체로 법인 사업체에 비해 작고 어렵습니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 자영업체 비중이 너무 높다고 나쁘게 말하지만, 누가 뭐라든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기반 경제인입니다. 이들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무너집니다.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이들은 폐업 위기를 맞았으면서도, 대출받은 돈을 갚을 길이 없어 폐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공무원이나 근로자는 사업자가 망해도 퇴직금을 받겠지만, 자영업자는 망하면 완전 빈털터리이거나 빚 투성이입니다.
자 영업자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도산 위험에 처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업이 어려우면 벼랑 끝에 몰리고 끝내 파산하지만, 이들을 경제적 극한 상태에서 끌어내 줄 구원 줄은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살자가 늘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자영업자에게 안전망을 마련하라>
법인 사업자는 사업이 어려워 폐업하면 법인 재산 범위에서 책임집니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는 무한 책임을 집니다. 개인 재산이 남아 있는 한 모든 빚을 갚아야 합니다. 당연한 듯하지만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사업은 자기 책임으로 하는 것이라지만, 모든 책임을 사업자에게 돌려서는 곤란합니다. 개인사업자는 많든 적든 우리 사회에 기여했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인의 사회복지(건강보험, 국민연금, 실업보험, 퇴직금)에도 기여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영업자에게는 사회복지가 없습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에서 사업자 부담금이 비용으로 처리되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실업급여와 퇴직금 문제는 제도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영업자도 사업을 접어야 할 때가 오는데, 사업을 접으면 당장 소득 한 푼 없이 견뎌야 합니다. 또 사업을 접는 순간 퇴직금도 없습니다.
개인사업자를 위한 폐업급여제도와 퇴업금제도를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제도를 잘 짜면, 경제 사정이 바뀌어 폐업하더라도 다음을 준비할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자영업자로 베푼 것에 대한 작은 되돌림일 것이고요.

640여만 명 개인사업자님들, 참 힘들게 견뎌 오셨습니다. 올해 힘내어 좋은 성과 이루시길 빕니다.

(속내 알림: 이 글은 개인사업자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모든 제도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여 실제 제도와 다르게 썼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고맙게 받아 고치겠습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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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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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4.XXX.XXX.154)
위 글이 나간 뒤,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고, 미미하지만 있다면서 '노란우산공제'제도를 알려왔습니다.
개인사업자님, 참고하십시오.

https://www.8899.or.kr/yuma/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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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08: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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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218.XXX.XXX.23)
좋은 말씀 이고요
국민 연금도 세금 납부 실적 있다고 절반이나 깍아 버리니 ...
세금내면 깍고 안내면 더주고..
이거는 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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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12:27:56
0 0
고영회 (14.XXX.XXX.154)
세상에, 국민연금을 절반이나 깎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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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13:49:21
0 0
오욱환 (121.XXX.XXX.237)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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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0:18:20
0 0
고영회 (14.XXX.XXX.154)
공감해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23-01-04 11:13:12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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