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임종건 드라이펜
     
새해에 거는 나의 희망
임종건 2022년 12월 30일 (금) 00:00:19

하루 뒤면 계묘년(癸卯年) 새해이다. 12월을 보내는 내내 나는 25년 전인 1997년 11월 한국이 IMF의 경제식민지가 되었던 때를 생각했다. 지난 4월 이후 한국이 8개월째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는 1년 내내 무역적자를 기록하다 IMF 관리체제를 당했다.

아니 김영삼 정권 5년 내내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그해 연초까지만 해도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330억 달러 정도였는데 외채를 갚고, ‘국민소득 1만 달러’라는 정권 치적 수호를 위해 환율을 방어하느라 다 써버리고 30억 달러로 바닥이 난 순간 헤지 펀드들의 공격에 맥없이 국가 부도가 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의 과잉중복 투자 탓이었다. 삼성이 현대차 대우차 기아차가 3파전을 벌이고 있던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인 중복 투자라고 하여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다. 삼성은 나중에 자동차산업에서 손을 뗐지만 기아차의 부도를 초래해 IMF 체제를 불러오는 도화선이 되었다. 끝내에는 대우차도 망했다.

IMF 체제가 한국에 남긴 교훈은 외환 관리의 중요성이다. 김영삼 정부를 이은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무역흑자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외환보유액이 4,600억 달러에 이르러 한국은 세계 9위의 외환보유국이었다.

그러다 지난 4월 이후 12월까지 연속적으로 무역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르렀고, 내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수출은 조금씩이라도 늘었는데 대부분이 석유인 에너지 수입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격히 올라 발생한 적자다. 10월부터는 수출마저 줄기 시작했다.

그 영향이겠지만 12월 중의 외환보유액은 연초보다 500억 달러 줄어든 4,100억 달러 수준이다. 25년 전처럼 외채를 갚는 데 쓰기도 했으나 원화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화를 내다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25년 전엔 300억 달러를 썼다가 국가 부도를 당했지만 지금은 500억 달러를 쓰고도 4,000억 달러 이상 여유가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고, 제2의 IMF 사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지금의 경기 침체가 세계적인 것이고, 한국은 선진국 경제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IMF 위기 때처럼 한국에서 투자를 회수해서 나가려고 해도 한국을 대체할 만한 투자처가 별로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 한국만의 위험 요소가 있다. 가계부채가 그것이다. 코로나19로 부도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지고 있는 은행 빚에다, 주로 젊은이들이 ‘내집마련’을 위해 얻어 쓴 은행 빚이다.

올 3분기 중 가계부채 규모는 1,870조 원이었다. 여기에 전세보증금 880조 원이 별도로 있다.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저금리 시대에는 견딜 수 있었으나 고금리 시대로 바뀌면서 가계부채로 가계와 은행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2008년 부실 주택 대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서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다.

가계부채가 위험한 것은 버팀목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재정 안정과 물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고금리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기업도 금리와 원자재 가격 부담을 제품에 전가해 가계를 압박하게 된다. 기업과 달리 가계를 옹호할 이익단체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일하게 기대할 것은 내년 하반기부터 일게 될 2024년 총선 분위기이다. 가계의 부실이 심각해지면 정치권은 다시 돈을 풀어 표심을 회유하려 들 것이다. 가계는 그런 포퓰리즘 정책으로 연명을 할 수 있을지라도, 나라 경제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새해가 희망이 되려면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미뤄둔 개혁을 실천하는 것이다. 수술은 병이 곪았을 때 하듯이 개혁도 위기 때 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희망의 조짐들이 보이는 듯도 하다. 코로나 극복은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에 달렸다. ’위드 코로나‘의 막차를 탄 ’세계의 공장‘ 중국이 혼란을 겪고 있으나, 차츰 적응이 되어 가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연말을 앞두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미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전 태세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나, 피차 완승이 어려운 전쟁을 마냥 끌고 갈 수는 없다. 개전 1년이 되는 내년 상반기가 휴전의 고비가 될 듯하다.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 사업은 세계 경제에 활로를 열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 노동 교육 개혁을 국정과제로 선언했다. IMF 관리 체제 때 한국은 큰 희생을 치렀지만 기업의 부채 경영 체질을 개혁했다. ‘장롱 속 금반지’ 같은 국민적 단합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급작스런 피살로 경제가 곤두박질쳤던 10·26사태 이후엔 국방 예산을 감축하면서까지 물가를 잡았다.

지난 대선에서 국론이 소수점 차이로 극명하게 갈려 있음이 확인됐다. 과거에도 보지 못했던 저차원의 대결 정치로 국론 합일적인 극복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 정부가 3대 개혁을 남은 임기 중 1년에 하나씩 뚝심 있게 추진하면 대한민국엔 분명 희망이 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4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정병용 (220.XXX.XXX.57)
정말로 피가되고 살이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Column을 써주신 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Happy new year.
답변달기
2022-12-30 14:41:18
0 0
임종건 (61.XXX.XXX.80)
읽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정병용 님의 코멘트는 언제나 자유칼럼 필진 모두에게 큰 격려가 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유익한 격려의 말씀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달기
2022-12-30 20:52:48
0 0
이준섭 (124.XXX.XXX.82)
임종건님

새해 맞이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이어가시며 좋은 글 꾸준히 창작하시길 빕니다.언제 우리들 만나는 기회도 있음 좋겠어요

이준섭 전화: 010 3421- 6780
답변달기
2022-12-30 10:14:57
0 0
임종건 (61.XXX.XXX.80)
공감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서울경제신문에서 데스크를 할 때 IMF체제를 겪었고, 그 때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그런 일은 다시는 겪지 않아야 하는데 변화무쌍한 한반도 정세라 늘 불안하죠. 전쟁만 아니라면 한국은 잘 헤쳐갈 것이라고 봅니다. 대한민국과 함께 이준섭 님에게도 희망의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답변달기
2022-12-30 20:59:58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