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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달력의 마지막 달을 열며
임종건 2022년 12월 01일 (목) 00:00:28

올해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을 열며 2022년이 나와 대한민국에 어떤 해였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지나온 시간이 보람보다는 회한으로 남는 게 나이가 드는 징조라고 합니다만 2022년이 나에겐 유난히 그런 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2년은 무엇보다 3월 9일의 20대 대선의 해로 밝았다가 10월 29일의 이태원 참사로 저물고 있습니다. 지난 2년 이상 인류를 괴롭혀 온 코로나19도 아직껏 우리 주위를 맴돌아 마스크 착용이라는 5천만의 동시패션에서 해방될 기미가 없습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모든 나라들이 위기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입니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올 들어 4월 이후 11월까지 8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내년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게다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인접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개시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멈출 기미도 없습니다. 세계 경제에는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양측에서 수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살상됐고, 우크라이나의 재산 파괴 규모만도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입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린다고 나라마다 돈을 마구 찍어 뿌린 것이 물가를 앙등시키자 이제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미국이 기침하면 감기에 걸리는 한국 경제는 미국의 금리를 따라잡기에 바쁩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금리를 올렸다간 빚더미 가계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할 위험이 있고, 그것은 가계에 빚을 대준 은행들의 파산으로 이어져 나라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화물연대를 비롯 온갖 직역에서 정권 퇴진을 외치며 파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헛바람만 넣었던 남북관계는 어떤가요? 북한의 김정은은 올 들어 6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 중 몇 발은 우리 수역에 떨어졌습니다. 극히 일부가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중·장거리 미사일이었으나 대부분은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이었습니다.

지난 11월 18일 김정은은 열두살쯤 됐다는 딸을 장거리미사일 발사장에 데리고 나왔습니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의 고사를 들먹일 것도 없이 한창 공부하기에도 바쁠 나이입니다. 그런 아이를 대량살상무기 발사 현장에 데리고 나온 이유가 핵무기로 정권의 4대 세습까지 이뤄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유엔의 대북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력화됐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발사 확인 후 얼마나 단시간 안에 NSC회의를 여느냐와 ‘엄중경고’ ‘압도적 힘으로 보복’ 등 말폭탄밖에 없습니다. 미국 일본도 뾰족한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바엔 쏠 때마다 대책없이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 조용히 선제타격 및 요격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혹시 남쪽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은 요격하되, 나머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는 아예 무대응으로 나가는 것도 방법일 듯합니다.

7차 핵실험을 중대 도발인 것처럼 대응하는 것도 김정은의 과대망상만 키우고 있지 않나 여깁니다.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1996년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한 이후 어느 나라도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서 컴퓨터 모의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면서 실제로는 모의실험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반증일 뿐입니다.

한국을 둘러싼 제반 여건들 중에서 가장 한심한 것은 한국의 정치입니다. 새 정부 들어 대북 대미 대일 대중 관계에서 왜곡된 부분이 바로잡히고는 있지만 국내 정치에선 여야의 분열과 대립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여당에 대한 공격과 의혹제기는 과거 어느 야당에서 볼 수 없었던 저열한 수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서는 지지자와 반대자를 불문하고, 참신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졌을 것입니다. 구태 정치에 신물을 느껴온 국민들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에서 오히려 신선한 발상의 정치를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품었던 그런 기대에 부응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공사(公私) 구분에 엄격함이 소홀했고, 특히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사에 있어서 의식적으로라도 배제했어야 할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기용해 기성 정치를 능가하는 연고주의에다 특정대학 특정학과에 편중된 엘리트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정치경험이 없는 것이 참신성으로 발현되지 않고 정치의 미숙, 상식의 부족으로 평가된 것입니다. 야당의 과도한 트집 잡기의 탓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2022년이 남긴 상황들이 이처럼 암울하지만 그 안에 어떤 희망과 교훈이 없지 않겠지요. 이태원 참사가 바로 절망 속의 희망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 당국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에 절망하면서도, 사고발생 4시간 전부터 사고의 위험, 그 원인과 예방책까지 정확히 인지하고 경찰에 알린 11명의 112 신고자들에게서 희망의 빛을 봅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확인하겠다”고 건성으로 답변하지 않고,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조로 대응했더라면 이태원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깨어 있는 시민 정신을 두렵게 생각하고, 받든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의 곤경을 벗어나 나중에 웃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에게 시행착오의 기간으로 7개월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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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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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20.XXX.XXX.57)
임종건 Columnist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지적에 동감합니다.어쩜 내 생각과 꼭맞은 의견에 기분이 좋습니다.
왜 대한민국에는 국가를 이끌어 갈 Leader가 없을까요?
김대중이나 노무현같은 정치인 말입니다.
지금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님과같은 정신적 지중에 희망을 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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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10: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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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10.XXX.XXX.161)
공감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유능한 지도자를 수입해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를 잘 다듬어서 쓸 수 밖에 없겠지요. 새해부터 윤 대통령이 더 잘하기 바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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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16: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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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125.XXX.XXX.234)
"문재인 정부가 헛바람만 넣었던 남북관계",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품었던 그런 기대에 부응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장이 필자의 시각을 보여줍니다. 기자로서 평생을 현대사의 현장을 누볏을 터인데, 지금쯤은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졌으니 데스크의 압력 따위는 없을텐데도, 아직 종이신문만 보고 레거시 언론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군요. 안타깝습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외면하고 기득권 언론인의 시각으로 글을 써왔고 또 쓰겠지요.
현 정권의 태동에 관한 팩트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안다면 필자와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민초들도 알고 있는데 왕년의 언론인이 모르는건지, 아니면 이해관계에 충실한 건지 모르겠네요.
언젠가 닥칠 죽음 앞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인생관,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떳떳함만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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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09: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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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10.XXX.XXX.161)
의견을 주시어 감사합니다만 정확히 어느 부분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신다는 얘기인지 가늠이 잘 안 되네요.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저는 글을 이해관계를 따라서 쓰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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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1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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