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어느 지역에선 바람도 강수량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특급 태풍이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태풍의 세기가 점점 더 강해 집니다. 덩달아 각종 기상재해도 늘어만 갑니다. 무서운 것은 미래의 태풍 강도가 강해지는 주기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익히 알려진 기후온난화가 주요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힌남노는 태풍 사라와 매미의 기록을 넘습니다. 2003년의 매미는 대단했습니다. 순간 초속 60m, 시속 216㎞가 넘는 강풍과 호우가 전 국토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1959년 태풍 사라는 그해 추석날(9월17일) 남부 지방에 상륙, 추석 명절 분위기는 물론 온 나라를 망가뜨렸습니다. 당시 경기 충남 영호남 제주의 통신망이 완전히 두절되었고, 2만 명 넘게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그야말로 영호남과 제주 등지의 기간산업과 농업시설이 모조리 부서졌습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물 폭탄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지하 깊은 곳에 빗물 터널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시간당 100~110㎜가 내릴 것에 대비한 대심도 빗물 처리 터널을 6곳에 건설합니다. 오세훈 시장이 계획했었으나 박원순 시장으로 바뀌면서 무산됐던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오 시장은 그가 계획했던 7곳 중 유일하게 건설된 신월 빗물 터널 때문에 목동 지역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의거, 광화문 길동 사당동 한강로 도림천에 시간당 100㎜의 집중 호우에 대비한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을 서두를 계획입니다. 강남역은 시간당 110㎜를 예상한 공사랍니다.

오 시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에 전국의 재해 규모가 훨씬 커졌습니다. 서울시에 쏟아진 시간당 강우량은 20여 년 전부터 이미 100㎜를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달 8일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한 시간에 141.5㎜가 내려 서울의 시간당 강우량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침수가 이어지는 강남구에는 이날 한 시간에 116㎜가 쏟아졌습니다. 2011년 7월 관악구에 110.5㎜, 우면산 산사태 때 100㎜, 그해 6월 광화문에도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1998년 7월 지리산 폭우 참사 때 순천에는 시간당 145㎜의 비가 내렸고, 2016년 울산 태화강에 124㎜, 올해 6월 서산에 117㎜, 1999년 충남 부여에 116㎜ 등이 기록됐습니다.
이웃 중국의 경우이지만 정저우(郑州)에는 지난해 7월 시간당 201.9㎜가 내린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곧 닥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계획 중인 대심도 지하 빗물 터널의 처리량이 현재 측정된 기록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만약 110㎜ 기준으로 대심도 빗물 터널을 밀어붙인다면, 건설이 끝나기도 전에 수해를 또 당할 수 있습니다.

문외한 그룹의 성화에 국가 장기계획이 5년 앞도 못 내다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예로 1987년 말 전력공급 예비율이 50%를 넘는다고 국회와 모든 언론들이 정부를 비난하고 성토했습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들을 호되게 몰아붙이자, 한전은 그해 말 ‘전력사업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본래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습니다.

5년 뒤인 1992년 전력 예비율이 2.5%로 뚝 떨어졌습니다. 국회와 언론이 이번에는 전력공급 예비율이 떨어져 제한송전을 해야 할 판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만약 전력 예비율이 적절한 선이라는 20% 정도에 맞춰 발전소를 건설했더라면(예비율을 유지했더라면) 급증하는 산업전력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곧바로 경제발전에 지장을 받았겠지요. 현재도 원전을 멈추고, 건설계획을 폐기하는 등 비전문가 그룹(여론)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간당 200㎜ 이상 강수량을 처리할 시설을 만드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200㎜를 기준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면 문외한들이 과투자라고 또 들고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번에는 문외한들의 비전문을 무시할 필요도 있습니다. 비용이 당장은 과도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피해 예방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가상 재해 금액의 합과 비교한다면 건설비가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한 투자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