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는 어떤 시대? 메타버스, BTS, 손흥민... 그리고 우영우의 시대!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16회로 막을 내렸습니다.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경남 창원 소덕동에 있는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고, 주인공에게 영감을 전해주는 상상 속 고래는 ‘최애(最愛)’ 동물이 되었다고 하네요. 우영우의 자기 소개말도 눈길을 끕니다. “제 이름은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똥별, 역삼역...”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케이블 채널(ENA)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 이유가 무엇일까요?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서번트 증후군(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을 가진 천재 변호사의 성장기입니다. 에피소드 중심의 법정 드라마이기도 하죠. 회당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법률 분쟁으로 이어진 개별 사건을 다룹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펼쳐지면서도 전체를 관통하는 다른 줄기의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는군요. 우영우의 출생 비화, 우영우를 버린 어머니와의 만남,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관계 회복 등등.

이 드라마의 성공은 무어니 해도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의 신박한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약간은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데도 발랄하고 귀엽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줄곧 우리 아이를 대하듯 미소를 짓게 됩니다. 보는 이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탤런트 박은빈이 누구인가요? 어딘가 닮지 않은 듯 닮았다 했더니 드라마 <연모>에서 남장을 한 왕자로 나왔던 여주인공이더군요. 차갑고 이지적이면서도 비밀을 감춘 듯한 캐릭터를 연기해 고개를 끄덕이게 했죠.

드라마의 다른 성공요인도 살펴볼까요? 자폐를 가진 우영우를 둘러싼 커뮤니티, 즉 관계의 연결망이 힐링 게이지를 높여줍니다. 우영우가 근무하는 로펌 사무실 동료들만 해도 그렇습니다. 무심한 듯 티내지 않으면서 우영우를 챙기는 시니어 정명석(강기영) 변호사, 까칠하면서도 항상 우영우를 위하는 대학 동기 최수연(하윤경) 변호사, 어렵사리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사무실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는 우영우의 편에 서서 이해하고 교감합니다. 우영우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동료 변호사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도 마냥 야비하고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실력이 뛰어난 우영우를 한 사람의 정상적인 인간으로 대하며 경쟁하고 질투하는 것이어서요.

법정 드라마여서 심각한 이슈를 건드리기도 합니다, ‘변호사’란 직업의 윤리 의식입니다. 사전에 따르면 변호사(辯護士)는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드는군요. 피고인의 입장과 의뢰한 내용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보편적 상식 기준과 사회정의 실천에 어긋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풀리지 않는 딜레마를 대하며 마음이 착잡합니다.

한편 형평성 측면에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층도 있다고 하는군요.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는 서번트 증후군은 일부 선택된 사람에 해당하는데, 발달장애를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일반화했다는 내용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드라마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일정부분 가시고 관심과 이해를 퍼트리는 데 도움이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언제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며 마음속에서 친밀함을 갖고 가까이 다가 선 적이 있었는지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관심을 갖고 미소를 지으며 드라마를 시청하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며 씁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연유는 또 무엇일까요? 우영우가 몸담고 활동하는 세상이, 드라마의 허구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나라‘인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요? 현실세계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은, 우리가 당연히 만들어 나가야 하지만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갈 수 없는 나라(Neverland英‧Nixland獨)’처럼 여겨지는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