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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인지 아닌지
김창식 2022년 07월 01일 (금) 00:01:42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다 보면 간혹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들을 때가 있어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기분이 씁쓸하거나 찜찜한데 화를 낼 수도 없고, 내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합니다.

# “마스크가 잘 어울리세요.”

​위태(危殆)하기만 했던 지지난 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시나브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공적 마스크 구입은 ‘남(他人)의 행운’으로 치부하며 어떻게 견디나 전전긍긍하다 ‘가성비’ 괜찮은 검정 면 마스크를 어렵사리 구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착용하려는데 평소 안면이 있는 약사가 한마디 던지더군요. “선생님은 마스크가 잘 어울리세요.” 호의에서 나온 인사치레려니 생각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어찌 할 수 없었답니다. 마스크 품질이 좋다는 것인지, 아니면 마스크로 못생긴 부분을 가려주어 보기 좋다는 것인지? 설마 그런 뜻은 아니리라 짐작하지만. 시절이 하수상하긴 한 모양입니다. 전에는 마스크(복면) 쓰고 돈 털더니 이제는 돈 쓰고 마스크를 사야 한다니.

​# ”자넨 다 좋은데 한 가지가 부족해.”

​오래 전 항공회사에 다니던 1980년대 ‘리즈 시절’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발령을 받았어요.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데다 전공한 언어의 나라로 가는 것이어서 나름 설렜습니다. 부서 책임자인 전무님께 출국 인사를 드리던 차였어요. 회사의 실세로 통하던 엄한 분이었는데,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평소에 나를 귀여워한다는 인상을 주신 분이었습니다. 짧은 접견 후 따뜻하게 건네시는 말. “자넨 다 좋은데 한 가지가 부족해. 잘해 봐.” 과분하게도 관심을 보인 말씀이지만 나는 머쓱했죠. 그 한 가지가 뭘까? 그렇다고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무소불위의 전무님께 불경스럽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감히 물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습니다. 내게 부족한 그 한 가지가 무엇인지는 지금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나의 삶이 이처럼 지지부진한지도...

​# “너는 염색 안 하는 것이 더 나아.”

​늙음이 누구의 죄도 아니련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죠. 어떤 이는 글쎄요... 늙음을 즐기라고, 순리대로 사는 지금이 편하고 부러운 것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요. 20대 후반인 둘째 아이는 내게 알쏭달쏭한 말을 하더라고요. 충고 아닌 충고를. 늙은 티 내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늙으라나요. 다음은 필자 본인 이야기가 아니고 전해들은 이야기예요. 한 친구가 때 빼고, 광내고, 염색하고, 신발 갈아 신고, 웃옷 걸치고 지역 동창 모임에 나갔는데 그 친구에게 돌아온 말이라니. “너 어디서 염색했냐? 근데 안 하는 게 더 나아.” 샐쭉해지려는데 덧붙이는 말. “염색을 돈 들여 뭐하러 하냐? 자연스러운 게 낫잖아. 중후한 멋도 있고 말야.” 근데 상대방은 염색한 티가 나더라 이 말이죠. 모임을 파하면서 그 친구는 속으로 중얼거렸답니다. “염색 안 해 중후한 멋 풍기면 그게 탤런트지 보통 사람이냐! 그리고 말이사 바른 말이지 니가 나 염색하는 데 보태준 거 있냐?”

​머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얼마 전 동네 산책을 나가는데 미장원 창문에 이런 글귀가 나붙어 있더군요. “넌 참 예뻐. 머리만 바꾸면.” 그밖에 말의 뉘앙스와 스탠스가 어정쩡한 경우는 주위에서 수시로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표현들. “걘 참 재미있는 애야.” 그래서 개그맨처럼 웃겨야 하나요? 또는 “걘 사람은 좋은데 뒤끝이 있어.” 뒤끝 없는 사람 어디 있나요? “그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그러면 ‘법 없이는 못 살’ 연약한 사람은 어떡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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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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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연 (1.XXX.XXX.65)
올만에 갬성이 통하는 표현이 나를 돌아보게 하네요.
세월 따라 흐르는 인생에 지난 일들이 미소를 띠게 하네요.
늘 미소와 자애가 부드러운 모습이 떠오르네요.
벌써 못 본 지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잠잠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언제 머무를까요?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면서 좋은 날을 꼽아 보네요.
언제나 건안하시고 건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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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12: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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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11.XXX.XXX.88)
오래 못 뵈었군요, 올연님. 코로나 암운이 속히 걷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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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7 17: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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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106)
우리말이 아름답지만 애매모호한 표현도 많지요.
그래서 웃어버리고 지나는 경우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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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4 23: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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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11.XXX.XXX.88)
오마리님 반갑습니다. 옳으신 말씀 경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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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7 17: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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