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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새대가리'라 이름 붙였나요?
함인희 2022년 06월 20일 (월) 00:21:49

블루베리 익어가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수확의 기쁨을 어디에 비견할 수 있겠는지요.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블루베리 열매를 보노라면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러옵니다. 하지만 올해 작황은 작년보다 못할 것 같아 아쉽습니다. 곳곳에서 올봄의 예기치 않은 추위로 인해 냉해를 입은 많은 농가가 속앓이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가 하면, 강수량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열매가 제대로 크기도 전에 익어버리고 말아 골칫거리라는 소식 또한 들려옵니다.

설상가상으로 수경(水耕)재배용 유기농 비료 가격은 작년보다 70%가 올랐고, 배송료 또한 30%가 올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블루베리 담는 플라스틱 용기, 배송용 스티로폼 상자, 상품 스티커 인쇄비용까지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고민 끝에 저희 블루베리 가격도 올렸는데요, 단골손님들 얼굴이 어른거려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블루베리 수확기에 가장 까다로운 경쟁 상대는 바로 새[鳥]입니다. 블루베리 관련 책자를 보면, 새로 인한 피해가 전체 수확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으니 필히 방조망을 설치하라는 권유가 나올 정도입니다. 하기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새들도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테지요.

블루베리를 수확하던 첫 해는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 그냥저냥 잘 넘겼습니다. 한데 두 번째 해가 되자 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더라구요. 당황한 나머지 이리저리 펄쩍펄쩍 뛰며 ‘훠이 훠이’ 손을 저어 새들을 쫓아보려 했지만, 결과는 물론 꽝이었습니다. 전통시장 안에 자리한 단골 농약사에 가서 도움을 청하니 얇은 셀로판지로 만든 가짜 독수리를 걸어놓으라더군요. 독수리를 여러 장 사서 농장 이곳저곳에 달아보았지만 이 역시도 효과는 제로였습니다.

당산마을 일이라면 늘 발 벗고 나서는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공 대전댁이 무심코 뱉은 푸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워매! 조치원 새는 모조리 여기 농장으로 날아오는 것 같어. 블루베리 쪼아 먹은 새들이 동네방네 날아다니며 보라색 똥을 싸지르는구먼. 우리 집 장독대도 블루베리 똥벼락을 맞았네. 우덜은 비싸서 사먹을 엄두도 못 내는데, 새들 신세가 더 나은가벼.”

블루베리 수확 3년 차 되던 해 봄에 방조망을 설치했습니다. 제법 거금을 들여서요. 방조망 친 첫 해는 새를 막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듬해부터는 새들과의 싸움에서 연전연패를 기록 중입니다. 2cm x 2cm 그물망을 설치했는데, 틈새가 조금만 벌어져도 머리를 디밀고 들어옵니다. 새가 들어올 만한 구멍을 찾아 아무리 막고 또 막아도 유유히 들어오는 새 무리를 보면 머리끝까지 약이 오릅니다.

게다가 방조망을 뚫고 진입한 새들은 어찌 그리 영리한지, 잘 익고 잘생긴 열매만 쪼아 먹는답니다. 새들이 먹다 남긴 열매는 예외 없이 새콤달콤하기가 일품이지요. 대부분의 농장에서 제일 맛난 과일은 새들 차지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모든 감각은 동물들이 한 수 위라는 사실에 그저 감탄할 밖에요.

아무리 잡도리를 해도 새의 영악함을 당해낼 도리가 없는데, 왜 우리는 '새대가리'라는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새대가리'란 ‘보통 아둔한 사람을 지칭하거나 조롱할 때 쓰는 단어’라는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영어에도 ‘bird-brain’이란 단어가 있어 멍청한 사람을 뜻한다고 하네요. 새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집단적으로 항의 시위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들과 7년 전쟁(?)을 치르고 난 요즘은 감히 새들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전의(戰意)를 상실했습니다. 대신 매일 아침 이렇게 애원합니다. “새님들, 올해는 제발 살살 해주세요. 우리 손주들에게 보낼 블루베리는 쪼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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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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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1.XXX.XXX.174)
언제나 선생님 글을 읽다 보면 편안하니 제 마음도 순수해지는 듯 합니다.
무슨 나라 걱정들을 그리 많이 하는지 다른 분들의 글보다는 훨 살갑기만 하여 감히 의견 올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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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2 09: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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