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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김정은의 푸틴 흉내
임종건 2022년 05월 23일 (월) 01:24:03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군사력이다. 군사력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20분의 1로 알려져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무기 지원에 힘입은 바 크지만, 우크라이나는 전력의 열세를 국민적 사기와 러시아의 전술전략적 실패 덕분에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지상 해상 공중에서 전방위적으로, 군사·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 우크라이나는 눈앞에서 밀려오는 적을 격퇴하기에 바쁘다. 이 전쟁을 도발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지휘부에 대한 공격은 엄두도 못 낸다.

지난 2월 24일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안으로 총 한 발, 미사일 한발을 쏘지 못했다. 지난 4월 1일 우크라이나의 전투헬기가 국경에서 35Km 지점의 러시아 도시 벨고로드의 유류저장고를 공격해 화염에 휩싸이게 했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끝이었다.

전략적인 이유로 양측은 아군 사상자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 적군 사망자 수치만 과장해서 발표한다. 양측에서 각각 수천 명 수준의 전사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재산 피해는 러시아 쪽은 전무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무차별적으로 초토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민간인 피해다.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언제나 민간인이다. 흔히 전사상자의 배 이상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민간인 희생자는 1만 명에 이른다고 보아야 한다. 그 외에 이미 1천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고, 그중 4백만 명은 이웃나라로 피란을 갔다.

러시아의 민간인은 한 사람도 죽거나 부상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아파트 한 채, 공장 한 곳 부서진 것이 없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초토화하고, 국민들이 피란길을 헤매던 지난 4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음악콘서트를 겸한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전쟁을 선동하는 연설을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700Km 거리의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런 태평스런 군중대회를 열 수 있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 군인의 전사와 장비의 파괴는 양측이 겪는 것이지만 민간인 희생과  재산의 파괴는 우크라이나만 겪는 다는 것이 이 전쟁의 비극성을 더한다.   

이처럼 민간인 희생과 도시의 파괴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만 당하는 비애다. 그런 피해의 일방성은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약소국이 당하는 비극이기도 하다. 서방의 무기지원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항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오래 버틸수록 우크라이나의 비애도 커질 뿐이다.

​전쟁이 끝나려면 패자가 항복하거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져 피차 피해만 커진다고 느껴야 한다. 그점에서 휴전이 더 절박하게 요구되는 쪽은 우크라이나이다. 러시아가 항복하기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휴전을 하려니 얻은 것이 없다. 자국 군인 수천명의 생명과 막대한 군장비와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만 잃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인명과 재산이 파괴된 우크라이나도 휴전에 응하기 어렵다. 러시아 군이 차지한 점령지를 포기하라는 것이 러시아의 휴전조건이다. 그것은 굴욕이고, 희생을 헛되이 하는 것이다. 개전 전의 영토보전은 우크라이나가 제시할 최소한의 휴전조건이다.

​미국의 보다 강력한 대 우크라이나 지원 자세는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 러시아 압박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전 초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측에 러시아 공군기의 공격을 막기 위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거절당했다.

푸틴은 개전과 동시에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했고, 미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핵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기지원도 구동구권 국가들이 보유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 미국이 미제 무기로 채워주기로 하는 등 애써 간접지원 방식을 썼다.

​개전 후 2개월이 지나면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만행이 속속 드러나자 미국의 대응이 강경해졌다. 푸틴의 핵위협에 미국도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 맞대응을 했다. 핵공격의 개념도 확대됐다. 종래 핵공격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제한했던 것을 상대가 생화학무기나 사이버공격을 할 경우에도 핵공격을 하겠다고 했다.

이런 기조 아래에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경제원조를 제공하고, 무기 지원도 간접지원에서 직접지원으로 바꿨다. 러시아 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푸틴을 국제전범재판에 회부하는 작업도 개시됐다. 그럼에도 푸틴은 협박한 핵공격을 못하고 있다.

​푸틴이 핵전쟁을 심각히 고민하는 상황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러시아의 민간인과 도시들이 파괴당해 피해의 대등화 현상이 나타날 때일 것이다. 그때 가서야 그는 인류의 멸절을 가져올 핵전쟁의 도발자가 되기보다는 체면 손상을 감내하고 휴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공격무기로 좀 더 확대돼야 할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반도 상황에 빗대어 유사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훨씬 많다. 같은 점은 북한의 김정은이 푸틴에게서 배우기라도 한 듯이 한국에 대한 핵무기 선제공격 협박의 강도가 세졌고, 빈도가 잦아졌다는 것뿐이다.

​다른 점은 우크라이나는 나토와 동맹관계가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은 군사동맹관계이다. 한국이 침공을 당하면 미국은 당연히 개입하게 된다. 한국을 핵으로 공격한 상대에 대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의를 달기도 어렵다.

​서울과 평양은 키이우와 모스크바와도 다르다. 휴전선에서 서울까지가 40Km, 휴전선에서 평양까지가 150Km이지만 극초음속 공격무기의 공격 거리에서 차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에 한 발의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평양에도 그보다 몇 배 많은 미사일이 동시에 떨어진다.

​서울 평양 외에도 남북한 전역에서 양측의 군사목표물을 겨냥한 미사일들이 일제히 발사되면 한반도는 그런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초토가 된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대화의 효과도 있겠으나, 사실상 이같은 공포의 균형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하겠다.

​상대가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기에 한국의 대응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핵무기의 선제타격과 요격을 핵심으로 하는 킬체인 전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북핵 대응전략이다. 그 능력을 더욱 고도화 정밀화해야 한다. 김정은은 푸틴도 결코 쓰지 못하는 핵무기를 쓸 것처럼 너무 함부로 떠벌이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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