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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로 일구는 '지금'의 삶
홍승철 2022년 05월 09일 (월) 00:00:28

올봄을 지내는 동안 새삼스럽게 계절이 서서히 그러면서도 확실히 변화한다고 실감했습니다. 아직 추울 때부터 단톡방들을 포함한 SNS에 지인들이 움트는 식물들의 모습을 올려 주었습니다. 실물이 아니어도 반가웠고 내 몸의 어느 부분에서도 약하게나마 움찔거린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더니 얼음 틈의 작은 꽃들도 보였고 시간이 가면서 꽃다발과 푸른 이파리들이 점점 무성해졌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꽤 길었지만 지나고 보니 얼마 걸리지 않은 듯했습니다. 그간 약동하는 봄빛을 즐겼는데 이제는 무성한 여름빛이 기대됩니다.

변해 가는 봄을 보면서 아기가 자라는 모습과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팔다리 정도를 꼼지락거리며 누워 있는 아기는 움트는 식물에 비견되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결에 몸 뒤집기를 시도하고 뒤집고 나서는 머리를 쳐들고 엉덩이도 들어보더군요. 마치 잎과 꽃이 나기 시작하는 것처럼요.
그런 동작이 익숙해졌는지 아닌지 아직 분간이 안 될 때 기어가기를 시작했습니다. 얼마큼 기어 다니기가 되니 높은 데를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은 물건을 잡고라도 일어섰습니다. 잎이 무성해지는 일과 연결되었습니다.

아기가 자라는 모습에서 엉뚱하게도 학교 때 배운 기하학의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제자리에만 있는 아기를 점이라고 하면 기어가기는 선이 되고 이리저리 움직일 땐 2차원인 면을 만드는 것이고 드디어는 3차원인 일어서기로 진전한 것이니까요.

이런 변해 가는 모습들을 보며 일련의 연상을 한 것은 자신의 처지와도 맞닿기 때문입니다. 뇌경색에 따른 편마비로 근 1년간 재활병원에 입원했다가 1월 하순 퇴원할 무렵에, 현재 상황도 친구와 대화한 대로 ‘삶의 한 과정’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생각했습니다(2022년 1월 25일자 칼럼). 느리게나마 몸 상태가 변해 왔습니다.

퇴원 후 석 달이 약간 넘는 동안에도 작지만 긍정적인 징조가 있어 왔습니다. 계단 오르내릴 때 난간에 의지하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든지, 길 걸을 때 경사 길도 수월하게 걷게 되고, 방바닥에서 일어서거나 앉을 때 바닥에 손을 짚지 않고도 할 수 있게 된 일 등입니다. 몸놀림의 기능면에서도 작은 진전이 있습니다.

전부터 여러 차례 되뇌었듯이 작은 향상에서도 긍정 사고를 더해 갔습니다. 몸 상태의 작은 향상이 아기가 자라는 모습, 계절의 변화, 기하학적 사고와 연상되어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힘을 얻은 덕분인가요, 마음속 변화도 생겼습니다.

재활 활동은 ‘다음’을 위한 것입니다. 이제는 ‘지금’의 처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집안일, 컴퓨터 작업, 가능한 외부 활동, 생각해 보니 할 일이 많습니다. 미래를 위한 재활은 물론 지금의 삶을 위해 일정표가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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