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박종진 생각과 연장
     
우주에서 온 금펜(1)
박종진 2022년 04월 26일 (화) 00:01:39

힘줄이 보일정도로 너무나 사실적인 이 그림은 1540년 경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발러가 그린 '두 명의 세리(稅吏)'란 작품입니다.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발러(Marinus van Reymerswaele, 1490~1546)의 '두 명의 세리' (세금 징수원) - 출처 Wikioo

 

수북하게 쌓인 동전 위에 뭐든 긁어 오겠다는 표독스러운 얼굴에 갈퀴 같은 손을 가진 사람과 장부에 뭔가를 적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이 사람들 위에 저당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촛대와 집문서나 땅문서 같은 문서들까지. 정말 영혼까지 탈탈 털어갈 세금을 징수하는 자들의 방입니다. 특히 왼쪽의 세리가 쥐고 있는 살짝 바깥으로 휘어진 깃펜(Quill)은 너무나 잘 표현되었습니다. 저 그림을 고른 것도 갖고 싶을 정도로 잘 생긴 깃펜이 제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깃펜은 6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서구에서 가장 중요한 필기구였습니다. 주로 거위 깃털이 사용되었고, 오른손으로 글을 쓸 때 시야 확보가 좋은 왼쪽 날개가, 그 중 길고 굵은 두 번째, 세 번째 것이 선호되고 비쌌습니다.

순전히 재미를 위한 제 생각이지만 저렇게 잘 차려입은 부자들인 세리의 깃펜이 안으로 휘어지고 가늘고 볼품없는 것이었다면 저 그림에 어울렸을까요? 혹시라도 시대물 영화, 드라마에 깃펜이 나오면 눈여겨봐 주세요. 왕 또는 귀족과 부자들이 안으로 휘어진 것을 쓰거나 하면 그 영화는 별 볼일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셔도 될 듯합니다.

어찌됐든 돈이 많든 적든, 글씨를 아는 사람들은 철펜(steel pen)이 나오기 전까지 깃펜을 썼습니다. 철펜이 나온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깃펜은 한두 페이지를 쓰면 그 끝이 닳아 뭉툭해지기 때문에 칼로 깎아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불편함? 불편함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1000년도 훨씬 넘게 깃털을 뽑고 뜨거운 모래에 넣고 칼로 깎아 쓰다가 1800년대 갑자기 불편함을 느껴 철펜이 나왔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지요.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물결, 공교육의 등장, 종이를 만드는 기계(초지기) 등등 이런 모든 것들이 합쳐져 철펜이 깃펜을 밀어내기 시작했을 겁니다.

철펜은 1700년대 후반 산업혁명의 본고장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철펜은 깎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잉크에 녹슬고 깃펜의 장점인 탄력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펜촉에 기다란 홈을 내어 탄력을 만들었고, 녹스는 것은 대량생산하여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렇지만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녹슬지 않고 무뎌지지 않는 펜촉을 갖고 싶은 욕망이었습니다. 거기에 본능과 같은 사치와 허영도 함께 존재했고 몇몇 사람은 인생을 걸고 여기에 도전했습니다. 1820년대 초반 두 가지 생각은 거의 동시에 등장하였습니다. 하나는 짐승의 뿔, 자라의 등껍질 같은 것을 펜촉 모양으로 만들고 다이아몬드를 붙였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금으로 펜촉을 만들고 역시 루비나 다이아몬드를 접착제 등을 이용하여 펜 끝에 물리는 것이었습니다. 잘 되었을까요? 성공했다면 요즘 우리가 쓰고 있는 만년필의 펜촉엔 루비나 다이아몬드가 붙어있을 겁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역시 과학이었습니다. 6개의 백금 중 1803년 팔라듐, 1804년 로듐을 발견한 영국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William Hyde Wollaston 1766~1828)이 1823년 금펜에 자기가 찾아낸 로듐을 붙여 이 문제의 답을 제시합니다.

그렇담 이제 인간의 욕망은 완전히 해결된 것일까요? 해결의 열쇠는 우주에서 옵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3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이중근 (203.XXX.XXX.2)
궁금합니다. 어서 2편을 올려주세요.
답변달기
2022-05-09 13:55:15
0 0
야근 (110.XXX.XXX.76)
펜촉에 다이아몬드나 루비를 붙어있다면 아름답겠지만 역시 가격도 우주로 가버릴것 같습니다 ^^ 우주에서 온 해결책이 기대됩니다.
답변달기
2022-04-28 00:49:41
0 0
박종진 (211.XXX.XXX.243)
그러게 말입니다.^^ 2편도 기대해 주세요^^
답변달기
2022-04-28 06:08:40
0 0
돌석 (39.XXX.XXX.164)
영원에 대한 념이 펜의 모습을 만년필로 이끄는군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답변달기
2022-04-26 11:04:33
0 0
박종진 (39.XXX.XXX.247)
그 욕망 어떻게 만년필로 연결 될까요? 2편을 기대 주세요.
답변달기
2022-04-27 07:30:50
0 0
Nerie (211.XXX.XXX.212)
인간 말고도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많지만 필수품을 끊임없이 계속 발전시키는 것은 고유의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욕망을 무시하면 발전이 더뎌지는군요.
답변달기
2022-04-26 10:42:58
0 0
박종진 (39.XXX.XXX.61)
쓸때없는 개인의 욕망은 아니죠^^ 사회가 필요한 욕망이 되어야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답변달기
2022-04-27 07:26:49
0 0
냥냥이 (118.XXX.XXX.126)
끝없는 욕망의 끝에 어떠한 새로운 것이 나타날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깃털펜이라고 해서 깃털이 달렸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플하네요 ㅎㅎ
답변달기
2022-04-26 10:38:05
0 0
박종진 (39.XXX.XXX.90)
잘 보셨습니다. 그 부분을 우지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깃펜은 우지가 없습니다.
답변달기
2022-04-27 07:19:15
0 0
김봉현 (61.XXX.XXX.83)
욕망과 과학이 함께 발전하면 남는 것들은 그야말로 유물이 되겠군요. 그럼에도 그 유물을 찾아가며 발전상을 알아보는 건 참 재미있는 일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2-04-26 10:25:51
0 0
박종진 (39.XXX.XXX.98)
예전엔 욕망이 과학 보다 앞에 있었을 거에요. 현대는 반반 정도 될것 같고요. 아마 미래는 과학이 앞서겠죠^^
답변달기
2022-04-27 07:17:22
0 0
현상준 (223.XXX.XXX.70)
과연 인간의 욕망의 결말은 어떨지.. 우주라니.. 상상이 안갑니다. 2부가 너무 기대되네요!
답변달기
2022-04-26 08:18:06
0 0
박종진 (39.XXX.XXX.66)
인간 욕망의 결말은 영원히 나지 않을 거에요^^ 그게 우리 문명의 원동력 이기도 하니까요. 할 말은 많은데 2편으로 끝날지 어쨌든 2편을 기대해 주십시오.
답변달기
2022-04-27 07:12:36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