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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본새
노경아 2022년 03월 15일 (화) 00:00:38

아이들 보기가 부끄러웠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정국은 늘 시끄럽고 어수선했지만, 2022년은 유독 거칠고 혼란스러웠습니다. 21세기 우리 정치사에 ‘최악의 대선’으로 남을 것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마구잡이 발언을 들으며 얼굴이 붉어진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답시고 연단에 선 이들은 하나같이 말본새가 사납고 둔탁할 뿐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달변가일 필요는 없지만 언어 표현력은 좋아야 합니다. 말은 생각의 표출로, 대통령의 말은 국가의 지향점이자 정책방향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대통령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역사에 기록됩니다. 역대 대통령의 특이한 말버릇이 오래도록 이야깃거리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투리로 인해 구설에 오르곤 했죠. ‘이대한(위대한) 국민 여러분’ ‘학실히(확실히)’ ‘씰데(쓸데)없는 소리’ ‘강간(관광)산업’ 등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때론 거침없는 화법으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기도 했죠. 일본을 향한 발언인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가 대표적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비문(非文)투성이였죠. 이른바 '박근혜 번역기'를 돌려야 겨우 해석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우리말로 먹고사는 나는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타서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어문 전문가들과 만나 그의 언어에 대해 토론한 적도 여러 날입니다.

"세계가 참 부러워하기도 하는 그런 경제발전, 이런 데 대해서 이건 반노동적이고 어떻게 해 가지고 잘못된 이런 것으로 자라나는 사람 머릿속에 심어지게 된다." 2016년 언론인 오찬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 내놓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문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대명사가 반복되면서 논점이 사라졌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나마 저 정도는 약과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혼이 비정상” 등 범상치 않은 말을 할 땐 내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었죠. 말본새가 엉망인 데다 국민을 향해 거짓말까지 했던 그의 정치 인생 마지막 모습은 비참했습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니까요.

말본새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말을 하는 태도나 모양새가 말본새입니다. 발음이 [말뽄새]인 탓에 종종 일본어 잔재로 오해받지만 순우리말입니다. 말본, 말버릇과 같은 의미죠. 마음새(마음을 쓰는 성질), 일본새(일하는 태도·북한말)에 말본새까지 좋아야 진정 ‘품위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말본새는 곧 그 사람의 인격입니다.

특히 세상의 주목을 받는 대통령은 말본새가 고와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도 사회도 집안도 편안합니다. 대통령의 말본새가 거칠고 경박하면 그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의 품격까지도 떨어집니다. 정치인으로서 힘겹게 쌓아온 것들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격언집에 실릴 명언까지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프면 자유를 모른다” “한국과 중국 청년은 서로 싫어한다” “아프리카 손발 노동” “민주화운동 수입”…. 선거 과정에서 말실수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권좌에 올랐으니 말본새를 꼭 바꾸기 바랍니다.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책임 있는 말만을 논리정연하게 해야 합니다. 욕심을 낸다면, 유머와 위트를 (과외를 하더라도) 배워 여유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거물 정치인 밥 돌도 “정치에서 웃음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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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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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219.XXX.XXX.244)
말본새 천박하기로 아무리 해도 이재명씨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형수에게 퍼부은 그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쌍욕, 김부선씨에게 했다는 무지막지한 욕설, 질문이 맘에 안든다고 기자회견장에서 퍼부은 저주의 막말....
난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안되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안도의 숨을 내쉰답니다.
윤석열당선자의 말본새는 이재명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것이죠.
우리 사회가 옳고 그름을 바로 보는 건전한 상식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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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14:55:40
0 0
청계지기 (1.XXX.XXX.82)
노무현 대통령은 달변가 이지만 본인 스스로 반어법, 역설적인 말투 등 자극적인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깽판', '거들먹거리고','이쯤이면 막가자는 거지' 등 이런 표현들을 TV를 보고 부적절한 말투를 썼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 거짓말은 문재인 대통령 만큼 거짓말 잘하는 대통령이 누가 있는가?
좌파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본인의 사고에서 금기시 하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지면탓으로 돌리는 억지 논리로 보수 성향의 대통령만 비난하고 종북 좌파 대통령의 비판은 피해가려는 당신의 그 말 같지도 않는 논리가 이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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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6 20:11:53
5 2
노경아 (116.XXX.XXX.129)
억지 논리, 말 같지 않은 논리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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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8 16:13:35
0 0
장혜섭 (118.XXX.XXX.53)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뺨에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며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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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4:34:25
1 0
노경아 (116.XXX.XXX.129)
말의 중함을 잘 표현하셨습니다.
말만큼이나 글도 지식도 경험도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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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6:02:27
0 0
윤여형 (61.XXX.XXX.59)
교열 기자가 말본새에 언급 하는 것은 맞지만 그전에 편향적 이란 감을 느끼게 한다면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말본새 전에 여당 후보였던 분의 말 품위는 어땠나요?
말본새 보다 중요한 것은 말로 전달하는 진실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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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0:26:30
6 0
노경아 (116.XXX.XXX.129)
제목에서 알렸다시피 '대통령'이 대상입니다.
'여당 후보였던 분'은 후보에 그쳤기에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상에서 밀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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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6:06:52
0 3
채근담 (219.XXX.XXX.244)
필자님의 답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후보는 당선자와 거의 대등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가 차지한 정치적인 비중이나 앞으로의 예상되는 행보를 감안할 때,
그의 천박한 말본새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낙선자라고 묻어둘 사안이 아니라는 거죠.
적어도 이번 대선과 관련한 정치인의 말본새를 언급하려면 사안의 경중을 가려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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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15:13:00
0 0
정병용 (220.XXX.XXX.57)
진짜 좋은 지적을 해 주신 노경아님 감사합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대요 오늘 Column에서 "말본새(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란 새로운 단어를 알앗는데요
정말로 대통령이 되셨으니 말본새 해야죠
좋은 지적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건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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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0:16:54
4 3
노경아 (116.XXX.XXX.129)
계절이 바뀌니 몸도 마음도 가볍습니다.
들과 산에 꽃들도 예쁜 얼굴을 보이고요.
봄마실 갈 계획이 잡히면 선생님께 전화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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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6:09:29
0 1
정병용 (220.XXX.XXX.57)
감사합니다.
기다려 집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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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7:34:52
0 0
너만 바보 (211.XXX.XXX.103)
현재 대통령은 말본새가 좋고, 잘 알아들을 수 있나요? 진짜 신기하네요?!?! 내가 하면 잘 하는 말이고, 남이 하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라서 그런가보네요? 내잘남못?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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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09:50:03
5 1
노경아 (116.XXX.XXX.129)
실은....현 대통령까지 다뤄 볼까 했습니다. 그의 말본새도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허락된 지면이 그다지 많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대표적인 두 사례만으로도 넘쳐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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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6:13:12
0 4
김용순 (125.XXX.XXX.52)
보수 대통령들만 꼭 찝어서 비판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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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07:59:00
4 0
노경아 (116.XXX.XXX.129)
보수 진보를 떠나 말에 워낙 뚜렷한 특징이 있는 분들이라서요. 고 김영삼 대통령의 말본새는 비판이라기보다는 '팬심'을 담았습니다. 행간에서 그것이 읽히지 않았다니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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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6:17:38
0 1
김용순 (125.XXX.XXX.52)
이재명은 좋은 말만 썼나요? 왜 똑 같이 비판하지 않지요? 이런식으로 편파적인 비판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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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07:51:13
6 2
노경아 (116.XXX.XXX.129)
그를 비판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 나중에 그가 자리에 오른다면, 그때도 제가 글을 쓴다면 '말본새'에 대해 다시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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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5 16:20:00
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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