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박상도 맞장구
     
모든 국민의 대통령
박상도 2022년 03월 10일 (목) 00:00:34

지금쯤이면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을 겁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대선이라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당선자가 누가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 글이 배달되는 시점인 3월 10일 새벽에는 당선자가 결정되었거나 윤곽이 드러났을 겁니다.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해 차기 대통령이 꼭 해주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이번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렀습니다. 필자가 가입되어 있는 카페에서 한 회원이 사전 투표를 하고 나서 “소중한 한 표, 피 같은 한 표, 그나마 덜 더러운 놈으로 보이는 놈에게 찍었습니다.”라고 말하니까 “저도 덜 더러워 보이는 놈으로 한 표 행사 하려구요.”라고 댓글이 달렸습니다. 평소 정치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대선 후보에게 ‘더러운 놈’이라는 호칭을 쓰는 불행한 사태는 후보들이 승리를 위해 금도(襟度: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를 포기한 대가일 겁니다. 그리고 정치가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갈라치기를 해오면서 서로 상대 진영을 헐뜯어 온갖 치부를 들춰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차기 정부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최악을 피해 차악(次惡)을 선택한 결과라는 꼬리표를 안고 시작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비극의 시작은 바로 팬덤 정치에 기인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정치 뉴스에서 ‘지지자’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기 시작하면서 과격한 공격과 비이성적인 행태가 자리를 잡아버렸고 그 결과물이 비호감 대선을 잉태했다는 생각입니다.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의 ‘fanatic’의 fan과 영토를 뜻하는 영어 접미사 ‘dom’의 합성어로 특정인물 특히 연예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여 빠져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팬덤에 차가운 이성적 판단이 들어올 여지는 없습니다. 정치에 팬덤이 생기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치와 시민의 관계는 견제와 균형이어야 하는데 팬덤이 생기면 무조건적인 추앙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출된 권력은 국민이 지켜주는 대상이 아닌 지켜보고 감시하는 대상이어야 하는데 팬덤이 생기면 독단적인 국정 운영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실수를 해도 늦게 깨닫게 됩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지지자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당시 기자회견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기자: “조선비즈 박정엽 기자입니다. 2017년에 대통령께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 지지하던 의원들한테 문자폭탄이나 18원 후원금 같은 게 쏟아지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 과도한 표현들이 있어서 의원들이 상처를 받았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 위로도 드린다 하셨는데요. 제가 이 얘기를 거창하게 드린 이유는 기자들이 이제 기사로 표현을 할 때, 최근에 이제 대통령님이나 아니면 정부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굉장히 많은 안 좋은 댓글들이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지자들께서 보내는 격한 표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그리고 격한 표현들이 있다면 지지자분들께 어떻게 좀 표현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내 웃음, 기자 앉다가) 그래야 좀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예… (기자 자리에 앉는다. 장내 웃음, 대통령 웃음).”
대통령: “어… 아마 그 언론인들께서는 기사에 대해서 독자들의 의견을 과거부터 받으실 텐데요. 지금처럼 그렇게 활발하게 많은 댓글을 받거나 하는 것이 조금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 저 이제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기간 내내 뭐.. 우리 제도 언론의 뭐 .. 이런 비판들뿐만 아니라 그런 인터넷을 통해서 또는 문자를 통해서 댓글로 많은 그 .. 뭐 공격을 받기도 하고 비판을 받아왔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익숙해 있고 저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그런 악플이나 이런 문자를 통한 비난이나 뭐 여러가지 트윗이나 뭐 그렇게 많이 당한 정치인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그냥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시다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저는 기자님들께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담담하게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그렇게 예민하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장내 웃음) 하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기자회견 후에 질문을 한 기자는 이곳저곳에서 비난을 받았고 질문의 지엽적인 부분 즉, 말꼬리잡기식 비판도 당한 것으로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그보다는 질문의 요지를 피해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아 대통령께서는 국민통합의 의지가 없는 것 같다’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그후 4년을 지켜보면서 우려가 현실로 바뀌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19대 대선 득표율(41.08%)의 지지율을 유지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성공한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한때 문 대통령의 멘토였던 윤여준 씨가 이 수치에 대해 5년 간 갈라치기 정치에 골몰한 결과라며 평가절하를 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높은데 정권교체 여론이 54.2%가 나오는 것이 그 반증이라면서 말입니다.

지난 대선은 여든 야든 모두 지지자의 덫에 갇혀 서로 흠집을 내며 싸우고, 통합의 메시지보다는 승리를 위한 선동에 몰두했습니다. 과반이 되지 않아도 상대보다 한 표만 더 얻으면 당선되는 선거 시스템에 충실한 선거전략을 세웠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드는 생각은 첫 투표에서 과반을 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걸로 선거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그래야 내 편만 살뜰히 잘 챙기면 선거에서 이긴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퇴출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꾼들을 원천봉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언론이 정치뉴스에서 ‘지지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 단어 자체가 편을 가르는 프레임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제 대통령이 결정됐습니다. 20대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 아닌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의 뜻을 잘 헤아려서 5년 후 더 영광된 모습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합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