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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그냥 남인가
이성낙 2021년 12월 03일 (금) 00:01:31

이주노동자는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공동체 일원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들 없이는 중소기업은 물론, 농사나 요양원의 운영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은 얼마나 공정하고 따뜻할까.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몇 가지 단상이 뇌리를 스칩니다.
1960년대에 필자가 독일 남부 뮌헨에 살고 있을 때입니다. 독일 서북부의 루르(Ruhr) 지역 탄광에서 일하던 친구가 갑자기 동료 3명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마침 필자는 ‘독일 의사국가시험’ 준비를 하느라 행동반경이 크게 제한적이던 시기여서 한편으론 무척 반가웠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들과 맘껏 즐기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를 회상하면 인상 깊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중고차이긴 하지만 서로 분할 투자해 먼 여행길에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거기에다 연차 휴가를 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약 10일간의 여정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올 거라고 했습니다. 당시 행복해하던 친구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당시 필자는 독일 내 모든 노동자가 1년에 20일(토·일 제외)의 휴가를 보장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독일 사회가 내·외국인 노동자 할 것 없이 차별 없는 복지 제도를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몇 년 전, 공중파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국내 거주 이주노동자의 복지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주노동자와 시민 단체가 같은 입장이라면, 다른 편엔 고용주를 대변하는 이익 단체가 출연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고용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토론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왜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한 치의 부끄러움과 거리낌도 없이 당당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깡그리’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국영 방송 매체에서 말입니다. 시민 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의 논리는 무참히 무시·압도당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특히 사회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역할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토론자의 ‘거친 접근’은 단호하게 제지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겪은 또 다른 예는 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오래전 필자가 근무하던 병원에 외국 출신 의사가 수련 목적으로 초빙을 받아 왔는데, 며칠 후 그 외국 의사의 급료를 놓고 관련자들과 가벼운 의견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담당 교수는 그를 초빙하면서 숙식 보장 외에 급료 수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 당국의 ‘선처’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산 담당자가 제시한 금액 수준은 생각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필자가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자 그가 말했습니다. “몇 십만 원이면 그 나라에서는 한 가족의 한 달 생활비에 해당합니다.” 황당했지만 그런 속내를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미국 병원에서 의사로 지낼 때, 혹시라도 한국 출신이어서 당시 한국 생활 수준에 맞춰 봉급을 받았다면 어땠겠소?’라고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우리 사회 밖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우리 ‘사회의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 바탕에는 인권사상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동네 인권 눈높이로는 세계 속에서 공존하기 어려운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권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상대방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여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인권에 대한 부인할 수 없는 보편타당한 세계적 눈높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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