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백운선 정치엿보기
     
그 나물에 그 밥
백운선 2006년 12월 19일 (화) 00:00:00
구약성서 창세기에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그 중에 이러한 대목이 나옵니다. 아브라함은 소돔성의 멸망을 막아보려고 하나님께 간청합니다. “그 성 안에 의인이 쉰 명이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주님께서는 그 성을 기어이 쓸어버리시렵니까?” 하나님은 양보합니다. "소돔 성에서 내가 의인 쉰 명만을 찾을 수 있으면, 그들을 보아서라도 그 성 전체를 용서하겠다." 그러나 자신이 없는 아브라함은 마흔 다섯, 마흔, 서른, 스무 명으로 그 숫자를 하향 조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기에서 열 명만 찾으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하고 묻습니다. 역시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결국 바로 그 의인 열사람이 없어서 소돔성은 멸망하고 맙니다.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분주합니다. 이른바 대권 예비주자들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혹은 물밑에서 바삐 움직입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지금 어떤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을까요? 이들은 너나없이 국가 걱정을 입에 달고 다니며 국민을 위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들 중 진심으로 국가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입신출세의 권력욕보다 앞날에 대한 고뇌에 더 마음이 앞서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열 명이 될까요?

저마다 반대편이나 경쟁자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자기 자신의 구원자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 비치기는, 국민에게 진정 희망을 줄 수 있느냐는 물음 앞에 이들은 그저 서로 어울리는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아직까지는 이들 중 그 누구의 행적이나 언동에서도 뚜렷이 구별되는 내일의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요란한 것은 저마다 대권을 잡겠다고, 또한 유력한 세력에 줄서겠다고 펼치는 갖가지 정치적 술책과 요령뿐입니다.

여권의 갈피 못 잡는 무능함에 대해서는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지킨다, 깬다’는 싸움과 힘겨루기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킬 무엇이 남아있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치솟는 지지율에 고무되어 차기 집권의 열매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한나라당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요즈음 한나라당의 모습은 마치 후진 기어를 걸어 넣고 출발을 기다리는 자동차와도 같습니다. ‘보수’라는 상승기류를 타고 땅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다시 과거의 어두운 그늘, 암울한 추억 속으로 끌고 가지나 않을지 염려스럽습니다. 무능한 정부만이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 있는 정부의 잘못된 구상과 정책은 국가와 국민에게 더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국민들 중에 누가 무엇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는 한, 이들은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와 여야 대표들이 참여하는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하자고 공식 제의했습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고 타협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예상대로 당연한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이들 3자가 모여 앉은 가상의 테이블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의 모습만 보이는 것은 편향된 저의 시각 탓일까요? 비생산만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서로 어울리는 그런 ‘그 나물에 그 밥’말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