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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노래
김창식 2021년 11월 12일 (금) 00:22:03

가을이 깊어가는군요. 코로나19 상황이 2년여 지속되고 있습니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낯선 녀석이 찾아와 눌러앉더니 숫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어요. 그마저 심드렁해졌는지 이제 숫제 ‘동행(With Corona)’을 하자고 하는군요. 언제까지일지도 알 수 없고, 마음이 바뀌면 또 무슨 행패를 저지를는지 모르겠습니다. 먼 길 떠나기 전 노래 몇 곡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도록 하죠. 우울함과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기를 바라면서.

#고엽(이브 몽땅)

“창가에 쌓이는 낙엽이여/빨강과 황금색으로 물든 낙엽이여/나는 당신의 입술과 여름날의 입맞춤/내가 안았던 저 햇볕에 탄 당신의 손을 생각해요”

자크 프레베가 가사를 쓰고 조셉 코스마가 작곡한 초기 샹송의 대표곡 <고엽(Les Feuilles Mortes)>은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노래가 특히 유명하며 오리지널 버전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브 몽땅이 출연한 마르셀 까르네 감독의 영화 <밤의 문> 주제음악이기도 하죠. 이 노래를 부른 다른 가수들의 면면을 살펴볼까요? 에디트 피아프, 줄리엣 그레코, 빙 크로스비, 프랭크 시나트라, 냇킹 콜, 에릭 클랩튼 등등. 로저 윌리엄스의 연주도 유명합니다.
어쩌다 문화적으로 조숙해서 1960년대 초 중학생 신분으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팝송에 입문한 필자에게는 “디 오텀 리브스~ 드리프트 바이 더 윈도우~”로 시작하는 영어 버전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가 가장 귀에 남습니다. 애틋하고 서정적이면서도 정제된 목소리의 소유자인 조 스태포드(Jo Stafford)가 불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의 연인으로 총애를 한 몸에 받아 별칭 “지아이 조”로 불린 재즈 스탠더드 가수 조 스태포드 말이에요.

#돈데 보이(조앤 바에즈)

"동트는 새벽 나는 달리고 있어요/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국경의 하늘 아래를/태양이여 나를 비추지 말아줘요/국경의 이민국에 들키지 않게"

<돈데 보이(Donde Voy)>는 불법 이민자의 고달픈 삶과 고국의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노래입니다. 나나 무스쿠리를 비롯해 여러 가수가 불렀어요. 멕시코 출신 티시 이노호사의 데뷔 앨범 <홈랜드(Homeland)>에 수록된 노래로도 널리 알려졌지만, 조앤 바에즈(Joan Baez) 버전이 아무래도 더 친숙하고 마음에 와 닿는군요. 처음에는 광야를 떠돈 이스라엘 민족의 노래인 줄 알았는데 남미 민요이더군요.
조앤 바에즈는 포크 역사에 길이 남는 가수입니다. <굼바야> <도나도나> <리버 인 더 파인스> 같은 노래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래전 반전과 민권의 음악축제로 유명한 '우드스톡 페스티벌(Woodstock Festival, 1969)' 기록 영화를 본 적이 있었어요. 기타를 치며 <위 샐 오버컴(We Shall Overcome)>을 부르던 검은 머리칼의 조앤 바에즈가 떠오르는군요. 한때 연인이었던 밥 딜런이 일렉트릭 기타를 동원해 포크의 영역을 넓혔다면, 조앤 바에즈는 포크의 순혈주의를 고집해 일가를 이룬 경우입니다. 조앤 바에즈의 청아한 목소리는 겨울하늘에 걸린 '강철로 된 무지개'(이육사) 같은 아름다움이 있어요.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차중락)

“찬바람이 싸늘하게 억굴을 스치면/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립구나/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그 잎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하렸더니”

요즘 분위기에 걸맞은 노래입니다. 간혹 FM 음악 방송에서 흘러나오고 나도 모르는 새 한두 소절 따라 부르게도 되죠. 가수는 올드팬의 기억에 남아 있는 차중락입니다. 이 노래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애니 씽 댓스 파트 오브 유(Anything That‘s Part Of You)>의 번안곡이란 것은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 서로 다른 제목의 연관점을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어요. 굳이 직역하면 ‘당신의 일부분인 것은 그 무엇이든’ 정도가 되겠지만.
엘비스 프레슬리가 누군가요? 서양 대중음악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로큰롤의 황제가 아니던가요. 매력적인 음색을 가진 엘비스 프레슬리지만 이 노래에 관한 한 차중락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윗길입니다. 차중락을 생각하면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불세출의 가수 배호가 떠오릅니다. 두 사람이 오래 활동을 했더라면 ‘차중락 vs 배호’ 구도를 이루어 우리 대중가요의 흐름이 바뀌었을 것이에요. 두 사람 모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어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11월도 중순이네요. 가을의 끝자락에 듣고 싶은 노래가 그밖에도 여럿입니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패티김), <가을비 우산 속에>(최헌),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박건), <날이 갈수록>(김정호) <잊혀진 계절>(이용)... <난 결코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 Rien)>도 듣고 싶습니다. 작은 거인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샹송말예요. 그렇습니다. 힘든 시절 이만하면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지 않나요. 후회하지 말아요, 우리.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어려움 헤쳐 나가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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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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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요 (211.XXX.XXX.88)
안녕하세요? 쓰신 글 잘 읽고, 글 중의 노래들도 (거의 다) 찾아들었습니다.
전, '낙엽따라 가 버린 사랑'이란 노래와 원곡이라고 할 수 있는 'Anything that's part of you'가 제일 마음에 드내요. 글 덕분에,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들도 많이 찾아서 듣고 있어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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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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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11.XXX.XXX.88)
그러셨군요, 오하요님. 엘비스 프레슬리와 가까워지셨다니 글 쓴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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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09: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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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기신 (218.XXX.XXX.30)
지나가 버리니 잊지 않으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인가요. 이토록 애틋하게 살아있으니 여전히 살아있는 거겠지요. 기억하지 못할만큼 어렸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고맙습니다. 마음을 촉촉해하는 정서가 생기는 건 분명 어떤 공통분모가 있다는 거겠지요. 올해 가을을 공유할 수 있는 것처럼. 혹은 동행하자는 코로나가 기억만 남기고 저편으로 물러나길 확신하는 것처럼 말이죠. 부디 겨울로 가는 급행열차에는 늦장대응하세요. 하라는 공부를 안했듯,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기억하고 글로 만들며 지내는 게 더 풍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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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22: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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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11.XXX.XXX.88)
채기신님, 댓글로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채기신님은 음악은 물론 글쓰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분으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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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3 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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