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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의혹 수사 속도 못 내나
김영환 2021년 10월 18일 (월) 00:00:01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굴지의 공기업을 배제한 채 이름만의 공영개발로 원주민 땅을 헐값에 빼앗아 1조 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이익을 화천대유와 방계 천화동인 등 특정인 몇 명에게 안긴 대장동 게이트의 끝은 어디일까요.

민변과 참여연대 등 친여 단체들도 "성남시가 5,000억 개발 이익 환수를 자화자찬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개발 이익이 민간에 귀속되었다. 앞에서는 공공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민간 택지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했다. 계획대로 LH가 공공 택지로 개발하거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실련도 "대장동 개발은 공공과 민간 업자가 국민에게 바가지 씌워 부당 이득을 나눠 먹은 토건 부패"라고 비난하며 특검을 촉구했으니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허풍과는 딴판입니다.

나는 피라미 같은 조직이 공권력의 도움으로 땅을 헐값에 빼앗아 분양가 규제도 받지 않는 민영아파트로 자본금 대비 수천 배의 폭리를 챙기게 한 성남시의 이상한 설계 폭거도 문제지만 이를 넘어서는 이 사건의 정치적 함의(含意)를 더 중시하고 싶습니다.

2020년 7월 이 지사의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없었다’는 등의 허위사실 유포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을 다루며 유무죄가 5대 5로 맞섰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적극적 허위가 아니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해 그를 대선 가도로 질주시켰습니다. 최선임 권순일 전 대법관이 무죄 논리를 펼치며 가세해 저울추를 기울였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수하여 7대 5로 만들었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권 전 대법관에 관한 재판거래 의혹을 품고 수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전관 타이틀을 가진 권 전 대법관은 어떻게 겉보기에 꾀죄죄한 자본금 3억 원인 건축 시행사의 고문으로 들어갔다는 것인지 짐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장과는 달리 이 지사 판결문에서 화천대유의 실력을 꿰뚫고 있었던 걸까요?

재판 거래는 대체로 외국에선 ‘검찰의 재량을 배경으로 피고와 검사 간에 처분상의 이익을 매개로 하여 공판 절차에서 협력을 얻는 것’이라는 식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판사가 무죄를 대가로 취업했다면 세계에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언론이 지적하는 거죠.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김만배가 주축이 되어 이재명을 보호하려는 사설 로펌을 차려 법조계 인맥을 로비한 것이라며 지자체장은 화천대유식의 개발 유혹을 많이 받는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화천대유라는 ‘오징어 게임’의 오징어를 머리, 몸통, 발로 갈기갈기 찢어야 한다며 의혹 규명에 온 정력을 쏟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을 영입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20년을 법조 기자만 했다는데 최근 대장동을 설계했다고 스스로 말한 이 지사를 2014년에 인터뷰했고 이 지사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전날과 전전날, 사건 선고 이튿날 등 무죄 판결을 전후로 권순일 대법관을 여덟 차례나 만났다고 알려졌으니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는 권순일 대법관을 왜 만나러 갔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대법원에 이발하러 갔다고 들러댔답니다. 이발소에 간다고 대법관 이름을 올려도 될 만큼 요즘 대법원은 주상복합 출입보다 더 쉬운가요? 검찰이 대법원에 김만배 출입 기록을 요청한다는 건데 뒷북도 한참 뒷북이죠.

​국민의 힘은 "명백히 권 전 대법관이 김만배 씨의 요청을 받아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줬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그를 부정처사 후 수뢰죄, 공직자윤리법 위반죄, 변호사법 위반죄로 고발했습니다. 그가 김만배 씨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소환 조사하고 휴대폰을 압수하고 포렌식을 하고 계좌를 추적하면 단서가 드러나겠죠. 전관예우입니까. 같은 편이라고 보는 겁니까? 현직 대통령도 먼저 탄핵하고 경제공동체라며 확정판결도 전에 끌어내리고 하루도 청와대에 더 머물지 말라고 강변한 자들의 세상입니다./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도 연간 2억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는 권 전 대법관을 사후 수뢰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하자마자 돈이 궁해 화천대유에 들어갔을까요. 그는 코너에 몰려 있지만 묵비하고 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을 고발한 장기표 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고발장에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화천대유에 법률 자문을 한 것이 거의 없다’고 하고 있다”며, “권 전 대법관의 말대로 화천대유에 법률 자문한 것이 거의 없이, 거액의 돈을 받았다면 이는 명백한 사후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화천대유 대표는 권 전 대법관으로부터 고압선의 지중화 등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보수로 거액의 돈을 받았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친정권 검사들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인지 권 전 대법관과, 인척의 100억 원 수수설 등이 나오는 박영수 전 특검 등은 성역시하여 소환과 압수수색을 외면하면서 화천대유의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5호 소유자 정영학 회계사가 자진 제출한 녹취록에 의존해 마지못해 수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경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관한 정보를 4월에 받고서도 넉 달 이상 뭉개다가 9월에야 용산경찰서에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부터 진실규명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걸 웅변하는 거죠. 김오수 검찰총장이 고문변호사를 했다는 성남시청 압수 수색도 수사 개시 20여 일 뒤였습니다.

무너지는 법치의 보루를 부끄러워해야 할 사법부입니다. 비판을 외면하는 대단한 맷집이죠. 김명수 대법원장은 정의의 사도인 양 행세하지만 법치를 추락시키는 장본인입니다. 선거와 간첩 수사의 전문가인 전 법무부 장관, 전 국무총리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4·15 총선 재검표 현장을 참관한 결과, 4·15총선이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라며 무효라고 선언했습니다. 125곳에서 선거소송이 있었고 대법원은 3곳만 재검표를 했습니다. 그 4·15총선은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관장했죠.

대법원은 소송 후 180일 안에 끝내야 하는 4·15 총선 소송을 한 곳도 판결 안 했습니다. 청주시 상당구의 재검표는 10월 1일 실시 예정이었는데 대통령 선거 뒤로 미뤘다고 합니다. 정정순 민주당 의원이 회계 부정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으니 재검표가 의미 없다고 보나 본데 재검표는 별건이니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게 실시해야죠. 김명수 대법원이 얼마나 정치의 눈치를 살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전 대법관이 유례없는 ‘무죄 재판거래’ 의혹에 시달리는 사건을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일탈을 했을 때는 재판거래라며 비난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업무 폭주를 경감하려는 정책적 배려를 한 것인데 권순일 전 대법관 건은 공적인 요소라곤 안 보이죠. 2015년 허위사실 유포라는 비슷한 사안의 지자체장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는 유죄를 선고했다니 굉장한 반전입니다. 전직 중앙선관위원장이 자신의 말처럼 화천대유에서 딱히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대선 출마자에게 공명선거 어드바이스하나요?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빨리 권순일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하여 재판거래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선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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