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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너무 많아, 세금도둑이…”
정숭호 2021년 09월 15일 (수) 00:00:22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 애국자!”라고들 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성실히 세금 내면 그게 나라 든든하게 하는 밑천이 된다는 거지요. 같은 의미로 “월급 많이 주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말도 있습니다. 사업 잘 해서 많은 사람 고용해 급여 꼬박꼬박 주면 그것도 세금 많이 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거지요.

세금도둑이 늘어난 요즘, 이런 말하는 사람이 줄었을 겁니다. 이따금 국세청이 발표하는 탈세범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세금 안 내려고 위장이혼까지 해서 재산을 배우자 이름으로 돌려놓는 치사한 사람들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낸 세금을, 피 같은 세금을 제 입에 처넣거나 주변 사람들 배에 막 퍼담아 주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정치인들, 공무원들 이야기입니다.

‘세금도둑’ 혹은 ‘세금 낭비’를 검색해 보세요.

“줄줄 새는 재정, 코로나로 정부보조금 늘자 세금도둑도 급증”
“세금도둑’ 요양시설…서비스 제공한 척 허위서류로 6억 원 ‘꿀꺽’”
“누구도 답하지 못하는 공공예산 1억 원 증발 미스터리”
“뉴딜 펀드, 알고 보니 혈세 펀드… 세금 200억 손실 보전”
“명절 파격 할인… 지자체 온라인쇼핑몰 ‘세금 먹는 하마’”
“세금도둑질에 범죄도 두 배, ○○시 공무원 낯부끄러운 도덕성 수준” 등등, 이런 제목의 기사가 줄줄이 뜹니다. 정말 “가지가지로 많이도 해먹는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도둑이 더 많을 뿐”이라는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허경영의 통찰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됩니다.

웬일로 KBS도 “당신의 세금이 새고 있다”가 메인 타이틀인 ‘세금도둑 시리즈’를 8월 31일 시작해 이달 11일까지 7번이나 내보냈습니다. 직원들 ‘돈 잔치’로 인한 어마어마한 적자를 메꿔달라고, 그 돈 잔치를 더 오래도록 계속하게 해달라고 2500원인 수신료를 3800원으로 무려 52%나 올리겠다고 해서 “국민 주머니를 털어간다", "정치인, 공무원이 도둑질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라는 비난도 받는 KBS가 이런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으니 같잖다고 해야 하나, 취재기자의 분발과 수고가 헤아려짐에도 쓴웃음이 나는 걸 막지 못하겠습니다.

세금도둑이 왜 이렇게 많아졌나? 그걸 밝히려면 한 편의 글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위에 나열한 기사 제목 보셨으면 알겠지만 해먹는 유형과 기법, 얽힌 인물들이 워낙 많고 다채로워 100회짜리 시리즈라면 모를까, 찔끔찔끔 써서는 죽 떠낸 자리요, 배 떠난 자국일 뿐입니다. 그래도 “세금도둑이 많아진 이유 하나만 대시오”라고 주문하신다면 우선은 ‘낙하산 인사’를 꼽고 싶습니다.

이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는 낙하산 인사로 인한 세금낭비 혹은 세금도둑도 그 자체로 유형이 많고 사례가 많아 쓰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걸 다룬 기사도 제목이 그만큼 다채롭습니다.

“빚더미에도 연봉 올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예산 사유화의 모든 것…, 학연·지연·겸직 등 사적 이해관계 단체에 16억 원”
“공공기관·공기업 73곳, 기부금 개인 사용”
“낙하산 인사들 예산 오·남용, 언제 뿌리 뽑나?” 등등입니다.

최근 가장 쇼킹한 낙하산 인사는 연간 20조 원을 다루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에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선임된 것일 겁니다. “20조 먹튀할 작정이 아니라면 인사 조치 철회하라”라는 제목까지 달린 기사를 한번 보세요. “투자운용2본부장은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뉴딜펀드 운용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 자리에 선임된 사람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기획조정국장, 19대 대통령선거 전략기획팀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약 2년간 조국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2019년 4월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구조조정 전문기업인 유암코 상임감사로 선임됐는데, 당시에도 관련 경력이 없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암코 상임감사는 2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뇌물 경찰을 경기도 요직에 등용”했다는 기사도 쇼킹합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지난해 8월 정관을 변경해 상임이사 자리를 신설하고 석 달 뒤 경찰 경무관이었던 A씨를 이 자리에 앉혔는데 그는 어떤 기업에게서 수천만 원대 뇌물을 받아 2년 6개월 징역을 산 사람입니다.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꿰찬 사람은 위로는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에게 보은을 해야 하고, 아래로는 자신의 임용을 반대한 직원-노조-들 입막음 하려 할 겁니다. 돈으로 말입니다. 세금으로 말입니다. 국민의 피, 땀, 눈물로 말입니다. 직접 급여 인상, 복지 확대 같은 걸로 함구를 못시킬 형편이면 이권을 주거나, 예산 잘라먹는 걸 눈감아주는 식으로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 수십 년 봐왔듯이 말입니다.

세금도둑이 이렇게 많으니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이 애국자”가 아니라 “세금 안 내고 덜 내는 사람이 애국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나아가 “사업 안 하고 월급 안 주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요. “내 돈-세금으로 도둑 키우느니 돈 안 벌고 말지, 세금 덜 내고 말지”라고 할 사람이 많아졌을 거라는 말입니다. 허경영은 “나라에 돈이 너무 많아 도둑도 많아졌다”라고 말을 바꿀지 모르겠습니다.

(13일자 중앙일보에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해 그 무렵 운동권 대표로 꼽혔던 함운경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선거에 다섯 번 출마했다가 다 실패하고 수산물 장사를 거쳐 얼마 전 고향인 군산에 횟집을 연 그는 "자영업을 하면서 사람 고용하고 월급 주는 사장님이 진짜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급 때가 너무 빨리 돌아온다. 여직원 둘에게 250만원씩 월급을 주고 나는 150만원을 받는다. 최저임금 못주면 고발 당하니 누가 고용하겠나. 정책 따로 현실 따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의 큰 제목은 "낡은 운동권 사고로 세상 바꾸려 하니 나라 망쳐"입니다.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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