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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이 코로나19의 진원지?
허찬국 2021년 07월 09일 (금) 00:21:00

1970년대 후반 카산드라 크로싱(Kassandra Crossing)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소피아 로렌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제네바 국제보건기구(WHO) 본부 내 미국의 비밀 실험실을 습격한 테러리스트가 치명적 박테리아에 감염된 후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열차에 숨어 타며 줄거리가 전개됩니다. 역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기차는 2차 대전 때 사용됐던 유대인 수용소에 격리하기 위해 폴란드로 보내집니다. 그러려면 카산드라 철교를 지나야 하는데 그 다리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사고가 나면 승객들이 떼죽음할 수 있는 위험한 곳입니다. 팬데믹 이전 시대 시각으로는 황당한 설정이었지요.

작금 우리를 옥죄고 있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되었을 수 있다는 논란을 보며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원래 이 유출설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위기 대응팀이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를 무시하다시피 했는데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감염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던 당시 위기 상황에서 증거가 빈약한 유출설이 뉴스감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중국은 음모설이라며 강력히 부인했고, 미국에서도 바이러스 분야 저명한 과학자 27명이 작년 2월 중순 유출설을 부인하는 성명을 저명 학술지(Lancet)에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유출설을 심층적으로 다룬 최근 뉴욕타임스의 칼럼(주1 참조)에 따르면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27명 학자 중 여럿이 입장을 바꾸어 유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간 각종 관련 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 중국이 관련 조사에 대해 비협조와 부인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미국 내 전문가와 언론의 입장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유출된 병원균에 의해 희생자가 발생했던 사례가 중국뿐 아니라 영국, 미국 등지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 증언 및 증거에 의지하여 유출설 배경을 상세히 설명한 해당 칼럼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스와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시 젱리 박사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부터 중증 폐렴까지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종류를 포괄합니다. 그중 중증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를 일으키는 SARS-CoV, 그리고 2012년 우리를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원인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사스 바이러스와 가까운 SARS-CoV-2 종류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느냐입니다. 이에 앞서 먼저 발생했던 사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습니다. 다음 해 여름 잦아들 때까지 중국과 홍콩 외에도 20개가 넘는 나라에 퍼져 약 8,000명이 감염되었고 778명이 사망했습니다. 높은 치명률에 놀란 과학자들에게 이 바이러스의 재확산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지요. 특히 중국 내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었고 주요 사안인 만큼 해외 주요 학술지들도 연구 결과 논문을 게제했습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Wuhan Institute of Virology, WIV) 소속 시 젱리(또는 시쩡리, 石正麗) 박사의 사스 관련 연구 성과가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야생의 박쥐들을 조사하여 윈난성의 동굴에 서식하는 말발굽박쥐가 원인 바이러스의 숙주임을 규명했습니다. 그런데 사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박쥐 서식지에서 약 1,000km나 떨어진 광둥성이었죠. 사육되어 야생동물시장에서 팔리는 사향고양이(civets)가 중간 매개체로 바이러스를 광둥성 시장으로 운반한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코로나19 경우도 숙주나 매개체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12월은 박쥐들이 동면하는 시기이고, 초기 발생지로 주목받는 화난수산시장에서 당시 박쥐가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이 그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유출설이 사실이라면 사람이 화난수산시장에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습니다. 이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작년 말 덴마크에서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하던 밍크 1,700만 마리 중 일부가 사람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되자 모두 살처분하며 논란이 일었던 일이 있습니다.

위험한 연구와 부실한 안전 관리, 그리고 포괄적 부인
시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사스 바이러스가 사람의 기도 세포에 침투할 수 있는 변형을 만드는 실험을 했고 그 결과를 미국의 연구자와 함께 2015년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을 얻는 변이(gain of function)’ 실험은 위험한 병원균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생물보안(biosecurity) 관점에서 논란이 많다고 합니다. 논란으로 인해 얼마 전 미국에서는 수년 간 이런 종류의 연구에 대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중단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시 박사의 공동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 박사의 연구소에 코로나19가 퍼지기 훨씬 전에 원인 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한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한 중국 과학자가 2020년 1월 10일 SARS-CoV-2의 염기서열(genome)을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2020년 2월 시 박사와 연구자들은 1월에 염기서열이 공표된 바이러스와 96.2%가 동일한 바이러스를 WIV가 보관 중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았다고 학술지(Nature)에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 후 인터넷 조사자들이 WIV의 해당 바이러스가 2012년 윈난성 한 광산에서 비료로 쓰기 위해 박쥐의 배설물을 채취하던 광부 여섯 명이 폐렴에 걸려 세 명이 사망했던 일이 벌어졌을 때 추출되었던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임을 밝혀냈습니다. 사스 계열의 바이러스가 매개체 없이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해주는 일이었지요.

WIV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지만 우한질병통제센터(Wuhan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WCDCP)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WCDCP 역시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곳입니다. 우연히도 이 연구소는 2019년 12월 2일에 화난수산시장 바로 옆으로 이사했습니다. 두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박쥐 서식처에서 혈액, 배설물 등을 채취하는 것에 더해 연구를 위해 연구소 내에도 박쥐를 사육했다는 증언과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시 박사와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받아온 미국 내 공동 연구자들의 언행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표본을 채취한 뒤 박쥐를 풀어준다고 거짓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는 우한연구소에서도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다른 연구소들처럼 박쥐를 키웠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위험한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결과에만 눈이 멀어 위험성 관리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목격자들이나 중국의 TV 방송 등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연구원들이 잠재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병원체와 근거리에서 작업 하면서도 상응하는 예방조치 및 관리가 미흡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WIV 연구원 3명이 코로나19가 확인되기 이전인 11월에 유사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만약 사실로 드러나면 유출설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입니다.

연구에 대한 엄격한 관리 필요성 제기되다
뉴욕타임스 칼럼에 따르면 시 박사의 미국 공동 연구자는 2015년 논문의 위험한 ’기능을 얻는 변이‘ 실험을 잠재적 위협을 보여주어 기여를 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마치 시 박사를 트로이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했던 카산드라(주2 참조)에 견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유출설이 맞다면, 그 실험에 대해 “만약 바이러스가 유출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평가한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의 바이러스 전문가야말로 카산드라였습니다.

중국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유출 경로가 명백히 규명되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위험한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엄격하고 투명한 국제적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조사 과정을 통해 WHO가 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주1: “Where Did the Coronavirus Come From? What We Already Know is Troubling.“ 2021년 6월 25일자 뉴욕타임스, Dr. Zeynep Tufekci.
주2: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인. 트로이 왕의 딸. 그녀를 유혹하려는 아폴로로부터 예언의 능력을 받지만 아폴로를 거부하자 아폴로는 그녀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게 저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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