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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단상
임종건 2021년 07월 08일 (목) 00:01:14

코로나19로 인해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의 공급부족으로 인해 큰 불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불편은 완전 해소됐습니다. 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마스크를 안 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지만 실제 부과됐다는 뉴스를 보진 못했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로 인한 시비가 있었지만 사회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부의 단속과 시민의 감시가 엄중하기 때문인지, 상당히 생활화의 단계로 접어든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나에겐 여전히 마스크에 대한 불편이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찼을 때의 답답함과, 외출하며 마스크를 잊고 챙기지 못했을 때의 당황과 번거로움도 그랬지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5,000만 전 국민이 코로나19로부터 마스크 동시패션이라는 획일주의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함 말입니다.

온 국민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행동을 같이한 적이 단군 이래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조롱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고 있습니다. 종교적, 미신적인 이유 등으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 있습니다.

한국은 마스크 착용에서도 국민들이 정부의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방역에 모범을 보인 나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좋게 말해 그것은 국난이 닥쳤을 때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극복해 나가는 민족성의 발현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획일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청와대 행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참석자가 대통령과 같은 패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면 다른 참석자들도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차림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옷의 색깔까지도 같습니다. 민간 기업에서도 총수가 참석하는 행사에 동참하는 임직원들은 대개 총수와 동시패션입니다.

마스크를 안 끼고 지하철을 탔다가 마스크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외국에서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옷차림부터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회장의 경우 운동화와 티셔츠 차림으로 백악관 행사에 참석합니다. 민간이든 정부든 생각과 패션의 다양성은 자유와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존중돼야 합니다.

지난달 13일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G7 정상회의 사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앞줄 가운데에 서게 해 돋보이게 하려고 남아공 대통령의 사진을 잘라냈다며 일부 언론이 문제 삼았으나, 내가 놀란 것은 문 대통령의 패션이었습니다.

참석 정상 13명 대부분이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었으나 문 대통령은 콤비에 노타이 차림이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G7에서 패션의 다양성을 보여주다니, 옛날 같으면 촌스럽다고 했을 그런 패션이 앞줄 중앙에 선 것보다 나에겐 더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나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은 획일주의에 대한 잠재적인 거부감과 연결돼, 나로 하여금 호젓한 산길을 걸을 때나, 인적이 드문 공원을 산책할 때 살짝살짝 마스크를 벗게 했습니다. 등산 길에서 지나는 등산객이 “마스크를 하세요”라고 핀잔을 해도 한 귀로 흘려버리곤 했습니다.

지난달 초 1차 백신 접종을 받은 뒤 동시패션 거부심리가 조금 더 발동된 탓이었을까요? 집을 나와 지하철 역에 도착할 때까지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지하철 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가 막 들어오고 있어 급한 마음에서였던지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개찰구의 기계음도 못 들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나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나뿐임을 알아채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려서 마스크를 사서 쓰고 탈까? 누가 어깨를 툭 치며 나의 노 마스크를 지적하지 않을까? 열차 운전자에게 신고한 사람이 있어 나의 행색이 차내 방송으로 나오지 않을까?

​평소 마스크를 경시한 벌을 받는 것인가 보다라고, 별별 생각을 하면서 빈자리가 있었음에도 앉지 않고, 출입문 앞에서 밖을 보며 선 채로 있었습니다. 그렇게 6개역, 12분을 지나 목적역에서 내리자마자 약국으로 갔습니다.

나의 이 얘기를 들은 친구가 지하철에서의 목격담을 들려주었습니다. 나 같은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여분의 마스크를 지니고 다니던 사람이 쓰라고 주더라는 것입니다. 그 뒤로 나도 여분의 마스크를 넣어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에서 해방이 되더라도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고 말하는 화공학과 교수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작년 이후 감기를 앓지 않았다며, 그것은 순전히 마스크의 덕분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몸 밖의 숱한 바이러스와 세균은 대개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크기 때문에 마스크가 모두 걸러줌으로써 발병원인이 차단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작년 이후 환자가 30%정도 줄었다는 이비인후과의사회의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것은 나의 얘기이기도 했습니다. 나도 작년 이후 감기를 앓은 적이 없고, 건기면 발생하던 피부 알러지도 사라졌습니다. 나야말로 마스크를 코로나19 퇴치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써야 할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까지는 코로나19가 끝나는 날 마스크를 벗어던지겠다며 2차접종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2차 접종을 하고 나서도, 집단면역이 형성되더라도 매일 옷을 입듯이 매일 성실하게 ‘마스크를 입고’ 살기로 맘을 바꾸었습니다. 크게 답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역시 생각하기 나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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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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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백 (115.XXX.XXX.251)
코로나 이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마스크 덕분이기도 하지만 손 씻기 생활화와 손 세정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선배님 잘 계시지요? 매번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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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12: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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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125.XXX.XXX.175)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네요.거리두기와 위생에 더욱 유의하시어 건강히 여름을 나시기 바랍니다. 소식을 듣는 것 글을 쓰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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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16: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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