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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서 감정해야 한다면
고영회 2021년 06월 21일 (월) 00:44:14

건설 분쟁이 잦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시절이 다가오니 누수를 둘러싼 분쟁이 더욱 잦아질 것 같습니다. 건설 관련 소송에서는 감정(鑑定)이 거의 따라다닙니다. "원고가 신청한 감정을 수행하는 감정인은 원고 편이죠?" 감정을 맡아 진행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내 대리인은 내 편이지만, 감정인은 누구 편이 아닙니다.

감정은 전문 분야에 속하는 사항을 증명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단순히 주장해서는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당사자가 감정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감정인을 지정하여 판단하게 합니다. 분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감정은 곧 닥칠 일일지 모릅니다.

감정신청사항이 핵심

무엇을 감정해 달라고 할 것이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입증하려는 사항이 명확해야 합니다. 감정사항에 따라 감정인의 작업 방향과 업무량이 결정됩니다. 감정신청 사항은 명확해야 합니다. 명확하지 않게 모든 것을 다 감정해 달라고 하듯이 신청하면 감정 비용이 무척 커집니다. 꼭 필요한 사항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감정 의견을 꼭 제시해야

재판부는 감정 신청한 사항을 검토하여 감정해야 할지를 결정합니다. 감정신청인은 자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신청합니다. 예를 들면, 설계 변경이 생기면 당연히 감액분과 증액분을 합한 차액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때 감정 사항을 ‘감액되는 부분은 산출하지 말고 증액되는 부분만 산출해 달라’고 신청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감정사항을 두고 기교를 부린 것이지만 잘못된 것이죠. 이런 때에는 감정기일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감정사항을 조정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감정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바로 잡으려면 ‘사실조회 신청이나 감정 보완을 신청’해야 하는데, 감정인이 추가 감정이라면서 거부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감정을 신청해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가 무척 힘들어집니다.

소액 사건일 때에는 합의해 보자

아파트에 사는 아래 위 집끼리 누수로 다투는 때가 많습니다. 누수는 윗집 화장실, 배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두고 공용부(외벽, 공용 배관 덕트) 문제로 돌리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누수 원인을 조사해 보면 간혹 외벽(특히 발코니 창 위)에서 문제가 간혹 생기기도 하지만 공용부 문제일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누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원인을 찾아보고 보수 공사와 보상 문제를 협의하여 푸는 게 좋습니다. 누수 책임을 두고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거나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양쪽 다 손해입니다. 감정으로 가면 감정료가 피해 복구금액과 엇비슷하거나 감정료가 더 많을 때도 자주 있습니다. 감정료도 소송비용이라 패소자 부담이 원칙이지만 재판부는 감정신청인에게도 상당 부분을 부담하게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재판부의 감정료 조정은 부당

감정인을 정할 때에는 대개 3명에게서 감정료를 제시받고, 당사자 의견을 들어 재판부가 결정합니다. 감정인과 당사자를 대신한 재판부 사이에 업무 수행을 위한 약정이 이뤄진 것이지요. 조정하려면 감정을 촉탁하기 전에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결정된 감정료를 대법원 예규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면서 재판부가 일방적으로 깎는 일이 생깁니다. 감정 범위가 달라지지 않았는데, 감정료를 재판부가 일방으로 조정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감정인이 예상한 것보다 업무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감정범위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감정료를 더 요구할 수 없듯이, 재판장은 일방적으로 감정료를 조정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른 감정료 조정은, 미리 감정료를 결정하지 않은 채 진행했을 때로 한정해야 이치에 맞습니다.

감정인은 어느 쪽이 신청하는지 간에 객관적 위치에서 공정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감정인이 어느 한쪽을 위해 허위로 감정하면 ‘허위감정죄’를 짓고, 처벌을 받습니다. 감정제도를 잘 활용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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