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씨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됐습니다.

그가 우주여행을 하기 전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뉴스를 봤더니 한국최초의 우주인에 대한 뉴스매체의 관심도 가지가지였습니다. 이소연씨가 ‘기저귀를 차고 간다’느니 소변을 어떻게 보는지를 자세히 다룬 기사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이 최초의 우주비행을 하게 되니 그 관심이 높은 모양입니다. 언론매체도 나름대로의 흥행을 위해 북을 칩니다.

1957년 10월 미국이 발칵 뒤집히고 세계가 놀랐습니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프트니크 1호를 발사했기 때문입니다. 미소 우주경쟁에 불이 당겨진 세기적 사건이었습니다.

소련은 1961년 다시 한번 미국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우주선 보스토크 1호에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태우고 지구궤도를 돌았기 때문입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유명한 독트린 ‘뉴프런티어’도 이런 놀라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왔습니다.

미소의 우주경쟁은 계속되었지만 소련이 항상 한발 앞섰습니다. 소련은 1963년 보스토크 6호에 세계최초의 여자 우주인 발렌티나 텔레슈코바를 태워 보냈습니다. 미국은 인공위성 발사에서 1년, 최초 우주인 배출에서 1년을 소련에 뒤졌습니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11호를 발사하여 인류역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최초로 달 표면을 밟은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한국에서도 흑백TV시대에 사람들이 동네 다방에 모여 이 광경을 보며 흥분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공위성을 타고 100킬로미터 이상 비행하면 일반적으로 우주인이라 부릅니다. 지난 3월8일까지 전 세계 34개국에서 474명의 우주인이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돈을 내고 관광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인도 배출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최초’라는 말은 매력적입니다. 우리 사회는 ‘최초’와 ‘최고’를 밝히는 엘리트 추구사회입니다. 동네에서, 가문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최초의 인물이 된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우리 동네 최초의 장군, 우리 동네 최초의 국가대표선수 등등.

그러니 한국에서 최초가 되는 것은 대단한 영예입니다.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 최초의 프레미어 리그 진출, 최초의 하바드 입학 등등. 내세우고 싶어 하는 ‘한국최초’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한국최초’는 명예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와 달리 대중문화시대에는 돈도 생깁니다. 분야에 따라 그 돈은 하찮은 용돈정도일 수도 있으나 거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특징은 이미지가 지배하며, 그래서 대중영웅이 광고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에서의 체류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이소연씨는 저명인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가 출연하는 TV프로그램이나 강연에는 시청자가 몰릴 것입니다. 그가 글을 쓴다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가 옷을 사 입으면 그 옷이 유행할지도 모릅니다. 그가 특별한 건강식을 좋아한다면 사람들은 그 음식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이소연씨의 열흘간의 우주여행을 위하여 들인 돈은 200억 원쯤 된다고 합니다. 정부의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니 정부예산, 즉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것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은 우리나라 우주프로그램 추진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그 목적입니다. 한국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의 탄생은 그 부산물입니다.

이소연씨의 우주여행은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나라가 ‘한국 최초’라는 그의 이미지에 너무 흥분하는 것은 후진 콤플렉스로 보입니다. 그의 여행이 우리나라 우주과학 분야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메인스트림이 되어야 합니다.

스프트니크 호가 발사된 지 51년, 유리 가가린이 지구궤도를 처음 돈지 48년, 테레슈코바가 첫 여성 우주인이 된지 46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지 42년이 지났습니다. 우주가 우리의 공간의 일부분이 된 지 반 세기가 되었습니다. 이소연씨의 우주로의 진출은 암스트롱이 말했던 ‘인류’에 대한민국을 포섭시키는 과정으로서의 초석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지, 태극기를 흔들며 영웅을 부를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