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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바, 미나, 그리고...
김창식 2021년 05월 13일 (목) 00:00:25

지난 4월 24일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칸초네 가수 밀바(Milva, 1939~2021)가 82세로 밀라노 자택에서 세상을 떴습니다. ‘빨강머리 밀바(Milva La Rossa)’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칸초네, 팝, 탱고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한 밀바는 1939년 이탈리아의 한적한 해변 마을 고로에서 태어났습니다.

밀바는 1961년 '산레모음악제(San Remo Music Festival)'에서 입상하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 레퍼토리를 노래하다, 1970년대 독일어로 출시한 앨범 <시간이 갈수록(Von Tag zu Tag)>이 큰 인기를 얻어 독일어권은 물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천재 탱고 음악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와의 협업도 유명합니다. 피아졸라와 함께 재즈와 탱고 음악을 아우르는 공연을 선보였고,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랑받은 밀바의 3대 히트곡은 <리멘시타(눈물 속에 피는 꽃, L'immensità)> <네수노 디 보이(서글픈 사랑, Nessuno di voi)> <아리아 디 페스타(축제의 노래, Aria di festa)>입니다. <리멘시타>는 조니 도렐리 버전으로도 유명하고, <네수노 디 보이>는 ‘아무 누구도’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는 <서글픈 사랑>으로 알려졌지요. <아리아 디 페스타>는 세시봉 남성 듀엣 트윈폴리오가 <축제의 밤>이라는 번안 가요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황금빛 물결 속에 춤을 추며 노래하는 밤/희미한 달빛 아래 피어나는 축제의 밤/.../아쉬움에 안타까이 바라보는 눈길들이여/오늘 밤은 너희들의 밤/오늘 밤은 우리들의 밤/잊지 못할 축제의 밤/우리들의 이 밤 이 밤/아리아 디 페스타 축제의 밤”

‘밀바’를 떠올리면 ‘미나(Mina, 1940~)’가 생각납니다. 1960년대 초 상영된 영화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의 주제곡 <행복은 가득히. 원제는 방안에도 하늘이(Il Cielo in Una Stanza)>를 부른 그 미나 말이에요. 그 영화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고요. 사실 우리나라에는 밀바보다 미나가 먼저 알려졌지요. 밀바는 카리스마 있는 외모에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성이었고, 정갈한 외모의 미나는 청량하면서도 한 가닥 애수를 띤 음성이었습니다. 성악가로 치면 밀바는 마리아 칼라스(드라마티코), 미나는 레나타 테발디(릴리꼬 스핀토)에 비교할 수 있으려나요.

1960년대는 팝과 함께 칸초네의 전성시대였습니다. 두 명의 뮤즈 밀바와 미나는 물론이고 우리 마음을 훔친 가수가 여럿입니다. 맏형이자 춤꾼인 도메니크 모두뇨(볼라레), ‘눈물에 젖은’ 토니 달라라(라노비아), 집시처럼 떠도는 니콜라 디 바리(마음은 집시)도 있었고, ‘나이도 어린’ 질리오라 친퀘티(노노레타)도 ‘당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밀바와 미나가 자매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발음이 비슷해서요. 발음이 강한 밀바가 언니, 여린 미나가 동생. 우리나라에도 숙희, 순희 자매가 여럿 있잖아요. 숙희가 언니, 순희가 동생.

가까운 친척 누님 중에 숙희, 순희 자매가 있었어요. 우리 집과 쪽문으로 이어진 집(‘앞집’)에 살아 왕래가 빈번했습니다. 누님들은 당시 초등학교 아이였던 내게 서양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답니다. <마음의 행로> <카사블랑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같은. 누님들 덕분에 ‘나이도 어린(노노레타)’ 내가 영화에 일찍 입문하게 된 셈입니다. 숙희, 순희 누님과 나의 나이차가 열 살 어림이니 누님들도 밀바, 미나의 나이 또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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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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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기신 (218.XXX.XXX.30)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혹은 역사의 그림자. 뚜렷한 획이 느껴지는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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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7 08:05:02
0 0
김창식 (211.XXX.XXX.88)
댓글 반갑습니다, 채기신(책귀신?)님.
미처 상영하지 못한 영화들로는: 가스등, 선셋대로, 흑수선, 추상(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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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5 15:07:41
0 0
올연 (1.XXX.XXX.138)
님의 수필집 <<문영음을 사랑했네>>를 생각나게 하네요.
언제나 해박한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구요.
밀바의 '<리멘시타(눈물 속에 피는 꽃)>'를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도 추억을 추적하면서 잠시 '문영음'에 취해 보네요. 특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7080 추억의 팝송'에 젖고 있답니다.
언제나 건안하시고 코로나19 예방에 철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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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14: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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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11.XXX.XXX.180)
올연님, 힘든 코로나 상황 어찌 나시는지요?
'문영음'이 그립습니다. 쌍벽을 이루던 여러 가수도 생각나는군요.
밀바/미나, 엘비스 프레슬리/폴 앵카, 비틀즈/롤링스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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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17:07:25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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