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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스카이 캐슬>과 <펜트하우스>
권오숙 2021년 03월 19일 (금) 00:00:14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만 열면 “LH” 얘기를 합니다. LH사건과 관련하여 이미 너무나 많은 글들과 패러디가 쏟아져 이젠 다소 물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필자도 입이 근질거려 한소리 보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의 안방극장에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방영된 두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펜트하우스>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두 극 모두 성공과 출세, 부와 권력을 향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온갖 비행과 편법이 자녀의 성공이라는 허울을 쓰고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지나친 입시 경쟁과 출세 지향이 부른 비인간적인 인간관계, 자살, 살인 등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스토리도 비슷합니다. 두 드라마의 인물들은 모두 성공과 출세를 향해 미친 듯 달리지만 그들이 위를 향해 달릴수록 점점 더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두 드라마의 제목입니다. ‘스카이 캐슬’과 ‘펜트하우스’. 최고급 타운하우스와 가장 높은 곳에서 최고의 전망을 누리며 부를 과시하는 펜트하우스. 인간의 온갖 욕망을 패키지로 담아낸 이 두 드라마의 제목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집이 출세와 성공의 상징임을, 그리고 우리가 가장 탐하고 욕망하는 대상임을 씁쓸하게 말해줍니다.

실제 온 국민이 집 문제로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아예 집이 없어서 불행하고, 어떤 이는 한 채만 가져서 불행하고,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 집이 있어서 불행하고, 강북에 집이 있어서 불행하고,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를 가져서 불행하고,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의 집을 소유했으나 재건축이 막혀 몇 십 년을 낡은 아파트에서 사느라 불행하고. 어마어마하게 시세 차익을 봤으나 감당하기 힘든 빚에 깔려 신음하느라 불행하고. 양도세가 두려워 자식들에게 집을 물려주지 못해 불행하고, 엄두도 낼 수 없는 주택 자금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거나 아예 연애를 포기해서 불행한 젊은이들까지.... 정말 극소수를 빼고 온 국민이 집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국민들의 고통과 불행을 살피고 해결하라고 만든 것이 바로 LH공사입니다. 일부 LH공사 직원들의 불법 투기가 국민의 공분을 산 것은 바로 그들의 존재 이유, 본분 때문입니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국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라고 만든 기관의 직원들이 개발 예정지에 나무를 심는 등의 행위로 토지 값을 올리고, 궁극적으로 집값 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는 기막힌 배신감과 그에 수반되는 허탈감. 그런데 이렇게 본분,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 비단 그들뿐일까요? 우리 모두의 삶에서 본질적 가치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물욕과 과시욕이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집 자체만 따져 보더라도 이미 그 본질적 가치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집은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돌아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집은 그런 본질적 기능에서 벗어나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 사람들을 계층화, 서열화하는 수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 아니라 집을 등에 짊어지고 평생을 신음하며 살아갑니다. 이에 대해 물질의 노예로 살지 않고 좀 더 본질적 삶을 살기 위해 월든 호숫가로 통나무집을 짓고 들어가 살았던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이라는 책에서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 무엇인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웃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정도의 집은 나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고.

20, 30대들이 소위 영끌이란 것을 해서 집을 산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세일즈맨의 죽음>에 나오는 윌리 로먼의 삶이 떠오릅니다. 이 극은 25년간 모기지를 갚고 평생 자동차, 가전제품 할부금을 갚다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없게 되자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팔아 버린 한 세일즈맨의 슬픈 이야기입니다. 아서 밀러의 이 현대 비극은 경제대공황 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극에서 그리는 삶은 온갖 할부와 모기지에 찌들어 사는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고스란히 우리들의 초상입니다. 남편의 허망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린다의 울부짖음은 부동산 광풍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여보, 윌리,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왜 그랬어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어요. 여보, 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 오늘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집에 살 사람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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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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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58.XXX.XXX.51)
인품, 덕성, 교양... 정신적 가치는 버리고, 집, 자동차, 먹는 것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힘과 부를 가진 사람들은 물론 머릿속에 지식을 쌓았다는 사람들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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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0 12:03:46
0 0
권오숙 (175.XXX.XXX.176)
네~~~."물질의 노예"라는 진부한 클리셰가 우리 사회를 담아낼 가장 적확한 표현인 것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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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0 21:13:04
0 0
하유효맘 (121.XXX.XXX.126)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사라지고 너도 사라지고
물질만 남아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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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9 08:26:56
0 0
권오숙 (175.XXX.XXX.176)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1-03-19 23:18:3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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