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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BLM
방석순 2021년 02월 03일 (수) 00:00:20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을 비롯, 전 세계를 휩쓸었던 흑인 인권 운동 BLM(Black Lives Matter)이 2021년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한스 페터 아이더(Hans Petter Eide, 62) 의원은 “BLM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대단히 중대한 운동”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이 운동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 만연한 인종적 불공평을 다시 주목하게 만든 공로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일부 시위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시위를 강경 진압하거나 맞불 시위에 나선 쪽의 책임이라고 BLM을 두둔했습니다.

노벨 평화상 추천은 매년 2월 1일 마감됩니다. 이후 노벨위원회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10월 최종 수상자를 발표하게 됩니다. 다른 부문의 노벨상이 스웨덴에서 선정, 시상되는 것과는 달리 평화상만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르웨이 의회가 선출한 5인 노벨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선정하고 시상하는 것입니다. 시상식은 노벨이 서거한 12월 10일 오슬로에서 열립니다.

마감일이 지난 현재까지 어떤 개인, 혹은 단체가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수상 후보자를 50년 동안은 밝히지 않는다는 게 노벨위원회의 원칙입니다. 추천 여부조차 확실치 않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유엔난민기구(UNHCR),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스웨덴)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UAE) 외교관계 정상화 공로로 역시 한 노르웨이 의원에 의해 추천되었다고 보도되었지요. 그러자 곧바로 중국 관영 언론사 기자가 “트럼프가 세계 평화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노벨 평화상은 지극히 정치화되어 그 명성을 잃어버렸다”고 김을 빼 놓았습니다. 실제로 평화상은 근래 허명뿐인 정치인이나 실속 없는 정치 쇼를 따라다니며 스스로 명성을 깎아먹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앙리 뒤낭, 알베르트 슈바이처, 마틴 루터 킹, 안드레이 사하로프, 테레사 수녀, 데스먼드 투투 주교, 넬슨 만델라,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라민은행 등등 세계 평화와 인류애를 위해 헌신한 지난 120년 동안의 수상자 면면을 돌아보면 여전히 노벨 평화상의 큰 무게가 느껴집니다. 2020년도 평화상은 무려 211명의 개인과 107개 단체가 후보로 추천된 가운데 세계식량기구(World Food Programme)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BLM은 지난해 5월 25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당시 47세)를 계기로 재점화된 엄청난 규모의 인권운동입니다. 경찰이 위폐 사용 용의자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8분여 동안이나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사망케 한 데 격분한 시민들의 시위로 촉발되었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BLM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BLM은 곧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절규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플로이드 추모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일부 시위자들의 약탈, 방화에 경찰이 강경진압으로 맞대응하면서 오히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예제도, 식민지배의 반인륜적 옛 역사를 들추며 마침내 전 세계적인 인권운동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얼마 전까지 역사적 위인으로 기려지던 인물들이 오늘날 역사의 죄인으로 규탄받고 있습니다. 세계 도처에 우뚝 서 있던 그들의 동상이 무참히 철거되고 거꾸로 처박히는 수난을 당했습니다. 1990년대 초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되면서 독재자들의 동상이 무너지던 모습과도 흡사합니다.<아래 관련 사진 참조> 시위의 과격함에 놀란 사람들은 역사의 파괴라며 우려합니다. 시위자들은 당연히 역사 바로잡기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 엄청난 시위 사태가 국내 신문ㆍ방송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그와 같은 인종 분규가 일어날 소지는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관한 세계적 사건을 먼 산 위에 뜬 구름 보듯 지나치는 우리 신문ㆍ방송의 무감각에는 그저 아연할 따름입니다. 관공서의 발표문이나 읽어대는 취재보도 행태를 보아서는 연목구어라고나 할지.

​BLM은 지금 코로나의 위협에 눌려 잠시 숨을 죽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시위 사태가 세계 각지에 남긴 자취들을 살펴보면 이 운동이 흐지부지 소멸될 것 같지는 않다는 예감이 듭니다. 노벨 평화상 추천, 또는 수상으로 BLM 운동이 또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긴장하게 됩니다.

<관련 사진>

 

a.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에 하늘 높이 서 있던 남부연합 사령관 로버트 리의 동상이 시위 군중들의 환호 속에 철거되고 있다.
b. 식민지 콩고에서 흑인 학살의 만행을 저질렀던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이 시위 군중에 의해 페인트칠의 공격을 받았다.
c. 아메리카 원주민의 존재를 무시한 채 신대륙 발견을 주장, 식민시대를 열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시청 앞에서 철거되었다.

d.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한 링컨 대통령의 동상도 함께 조각된 흑인의 무릎 꿇은 자세 때문에 철거 요구를 받았다.
e. 캐나다 초대 총리 존 A. 맥도널드는 초기 국가 발전의 기틀을 다진 공로에도 불구하고 원주민에게 보였던 비인간적인 태도로 동상이 철거되는 수난을 겪었다.

f. 17세기 자선사업을 펼치며 재산을 고향 브리스틀에 기부해 위인으로 추앙받던 에드워드 콜스턴. 그러나 서아프리카인 약 8만 명을 팔아넘긴 영국의 대표적 노예상으로 규탄받으며 시위대에 의해 동상이 철거되어 바닷물에 던져졌다.
g. 인종차별적,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전쟁광 히틀러와의 싸움에 앞장섰던 윈스턴 처칠은 식민지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대의 낙서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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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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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222.XXX.XXX.113)
한 시대의 유믈인 동상들을 무조건 파괴하기보다는
각국마다 <몹쓸 동상의 공동묘지>를 만들아 그곳으로 이동시켜
후세의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다면 부술 때의 스트레스 해소는 못 느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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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3 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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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순 (58.XXX.XXX.51)
그 또한 의미 있는 일 같습니다. 공적과 과실의 평가가 시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인물도 있을 테니 섣부른 파괴보다는 일정 장소로 옮겨 존폐의 판단 자체를 유보하는 방법도 될 것 같네요.
처칠의 손녀는 그동안 구국의 영웅으로 자랑스러워 했던 할아버지 동상에 가해지는 위협에 차라리 박물관으로 옮겨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답니다.
답변달기
2021-02-03 19: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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