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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흔든 아만다 고먼의 시(詩)
임종건 2021년 01월 29일 (금) 00:43:29

아만다 고먼은 22세의 미국 여성으로 미국에만 있는 청년 계관(桂冠)시인입니다. 월계관을 쓴 시인이라는 뜻의 계관시인은 영국왕실 행사를 위해 시를 지을 정도의 원로 시인에게 붙여주는 영예의 호칭입니다. 그 영예를 22세의 흑인여성에게 붙여준 미국이야말로 젊은 나라답습니다.

1월 20일 조셉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고먼이 5분 동안 낭송한 축시가 전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올라가는 언덕(The Hill We Climb)'이라는 제목의 이 시에 담긴 깊고 강렬한 영감이 주는 반향입니다. 여기서 '언덕'은 2주전 폭도들에 점거됐고, 또 취임식이 열린 미국 민주주의의 전당, 의사당(Capitol Hill)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고먼은 이 시에서 자신의 출생 배경에 대해 ‘노예의 후예로, 미혼모 밑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소녀(A skinny black girl descended from slaves raised by a single mother)’라며,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다 대통령이 된 이를 위해 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네.(Dream of becoming president only to find herself reciting for one).’라고 읊었습니다.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해
미국인을 감동시킨 흑인 청년 계관시인 아만다 고먼 양.

고먼은 축시 청탁을 받고 기쁨에 넘쳤지만 막상 시를 쓰려니 막막했었는데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건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CNN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방송과 신문들은 고먼의 축시낭송이 취임식의 백미였다고 대서특필했고, 특히 CNN TV의 생중계에는 150만 건이 넘는 접속과 1만 건 가까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중에는 ‘아름답다’ ‘감동이다’ ‘믿을 수 없다’ ‘말문이 막힌다’ ‘전율이 느껴진다’ ‘눈물이 난다’ ‘미국인인 게 자랑스럽다’ 등 찬탄 일색이었습니다. 의사당 폭동이 미국 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이었나를 유추하게 하는 현상이라고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4년은 미국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번씩이나 하원에서 탄핵을 당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고, 퇴임 후 상원에서 재판을 받는 최초의 전직대통령이 됐습니다.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신·구 대통령이 임무 교대하는 전통도 깨졌습니다.
그럼에도 고먼은 미국의 희망을 말합니다. 상처난 나라를 고쳐서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합니다. 용기가 있는 한 빛을 찾을 수 있고, 빛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먼의 5분 축시 낭송이 바이든 대통령의 20분 취임사를 능가하는 반향은 이런 긍정의 메시지가 내는 힘이겠지요. 시에 담긴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인해 울림은 미국 너머로도 미칩니다. 고먼을 추천한 사람은 영문학 교수인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로 취임식에서부터 빛나는 내조를 한 셈입니다. 그의 시는 영어의 운율에 맞추면 더욱 아름다운 시가 되지만 우리말로 운율까지 맞추기는 필자에겐 능력 밖입니다.
이 시에서 미국인들이 특별히 공감하고 있는 구절이 무엇인가를 1월 20일자 CNN TV 생중계보도에 달린 1만개의 댓글들을 통해 살펴봅니다. 댓글 전체를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 방대하여 최근 순서로 1,000여 건을 참고했습니다.

고먼이 대통령을 꿈꾼다는 것과 관련한 댓글들은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출마하면 찍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고먼이 2036년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고 격려했습니다.
댓글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구절은 ‘바로 현상(現狀)이 정의는 아니다.(What just-is isn't justice).’라는 구절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언(金言 Golden Word)’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사회가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의미로 이해됐습니다.
‘우리는 조용함이 언제든 평화가 아님을 배웠다.(We've learned that quiet isn‘t always peace).’는 구절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이에 대한 댓글 중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계속 이 세상을 어루만지기를...’이라는 것도 있었으나 ‘인종차별이 약해진 줄 알았으나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알았다. 차별은 조용했을 뿐이다’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미국인이라는 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자부심 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과거이자,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고쳤느냐이다.(Being American is more than a pride we inherit, it's the past we step in to, and how we repair it)’ 이 구절에서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 때 축시를 했던 여류 시인 고 마야 앤절루의 환생을 연상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야 앤젤루가 어디선가 웃고 있을 것 같다’ ‘마야가 자랑스러워 하겠다.’는 것들입니다.
‘민주주의는 때로 지체될 뿐 영구히 패배하지는 않는다.(But while democracy can be periodically delayed, it can never be permanently defeated).’ 이 구절엔 ‘마틴 루터 킹이나 존 F 케네디의 숨소리처럼 인용돼야 한다.’는 베트남 성을 가진 사람의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공유하기보다 망가뜨리려는 세력들을 보았다. 그것으로 민주주의가 지체된다면 우리나라는 망했을 것이다. 거의 그럴 뻔했다. 어떻든 우리가 풍파를 치르며 증거했던 나라는 부러지진 않았고, 미완일 뿐이다.(We've seen a force that would shatter our nation rather than share it. Would destroy our country if it meant delaying democracy. And this effort very nearly succeeded. Somehow we've weathered and witnessed a nation not broken, but unfinished).’
위 구절은 트럼프 집권 4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 듯이 들립니다. ‘4년 간 숙취상태였다가 눈을 떠 새로운 미국을 보는 것 같다.’ ‘최악을 경험한 우리에게 최상을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댓글이 붙었습니다.
‘고뇌하면서 우리는 성장했고, 상처 속에서 희망을 품었으며, 지친 채로 도전했다.(Even as we grieved, we grew. Even as we hurt, we hoped. Even as we tired, we tried).’ 이 구절에서 감동을 받은 사람은 ‘한줄기 햇살이 우리를 향해 노래하는 듯했다.’라고 했습니다.‘우리는 야수의 탐욕에 용감히 맞섰고.(We've braved the belly of the beast).’라는 구절에는 ‘트럼프라면 야수의 탐욕에 ’의지했을 것‘(braced).’이라고 비꼬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새로운 여명은 우리가 그것을 펼쳐놓을 때 피어날 것이다. 빛은 언제나 있지만 우리가 용감할 때 볼 수 있고, 용감해야 우리는 빛이 된다.(The new dawn blooms as we free it. For there is always ligh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see i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be it).’ 이 마지막 구절을 절구(絶句)로 꼽은 사람도 많았는데 그 중에는 ‘읽는 순간 혈관을타고 전율이 흘렀다’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밖에 ‘73세 노인인데, 내가 죽고 나서도 미국을 인도할 진정한 선함(Goodness)이 있음을 알고 나니 눈물이 난다.' '시를 좋아하지 않으나 이렇게 훌륭한 것임을 놀라움으로 깨닫는다.' '그녀는 시로써 오늘의 우리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미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5분의 시로 얘기하다니 놀랍다.' '이 여성을 찾아낸 퍼스트 레이디, 감사합니다.' 라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래에 아만다 고먼의 시 전문을 싣습니다.

The Hill We Climb

When day comes we ask ourselves,
where can we find light in this never-ending shade?
The loss we carry,
a sea we must wade
We've braved the belly of the beast
We've learned that quiet isn't always peace
And the norms and notions
of what just is
Isn’t always just-ice
And yet the dawn is ours
before we knew it
Somehow we do it
Somehow we've weathered and witnessed
a nation that isn’t broken
but simply unfinished
We the successors of a country and a time
Where a skinny Black girl
descended from slaves and raised by a single mother
can dream of becoming president
only to find herself reciting for one
And yes we are far from polished
far from pristine
but that doesn’t mean we are
striving to form a union that is perfect
We are striving to forge a union with purpose
To compose a country committed to all cultures, colors, characters and
conditions of man
And so we lift our gazes not to what stands between us
but what stands before us
We close the divide because we know, to put our future first,
we must first put our differences aside
We lay down our arms
so we can reach out our arms
to one another
We seek harm to none and harmony for all
Let the globe, if nothing else, say this is true:
That even as we grieved, we grew
That even as we hurt, we hoped
That even as we tired, we tried
That we’ll forever be tied together, victorious
Not because we will never again know defeat
but because we will never again sow division
Scripture tells us to envision
that everyone shall sit under their own vine and fig tree
And no one shall make them afraid
If we’re to live up to our own time
Then victory won’t lie in the blade
But in all the bridges we’ve made
That is the promise to glade
The hill we climb
If only we dare
It's because being American is more than a pride we inherit,
it’s the past we step into
and how we repair it
We’ve seen a force that would shatter our nation
rather than share it
Would destroy our country if it meant delaying democracy
And this effort very nearly succeeded
But while democracy can be periodically delayed
it can never be permanently defeated
In this truth
in this faith we trust
For while we have our eyes on the future
history has its eyes on us
This is the era of just redemption
We feared at its inception
We did not feel prepared to be the heirs
of such a terrifying hour
but within it we found the power
to author a new chapter
To offer hope and laughter to ourselves
So while once we asked,
how could we possibly prevail over catastrophe?
Now we assert
How could catastrophe possibly prevail over us?
We will not march back to what was
but move to what shall be
A country that is bruised but whole,
benevolent but bold,
fierce and free
We will not be turned around
or interrupted by intimidation
because we know our inaction and inertia
will be the inheritance of the next generation
Our blunders become their burdens
But one thing is certain:
If we merge mercy with might,
and might with right,
then love becomes our legacy
and change our children’s birthright
So let us leave behind a country
better than the one we were left with
Every breath from my bronze-pounded chest,
we will raise this wounded world into a wondrous one
We will rise from the gold-limbed hills of the west,
we will rise from the windswept northeast
where our forefathers first realized revolution
We will rise from the lake-rimmed cities of the midwestern states,
we will rise from the sunbaked south
We will rebuild, reconcile and recover
and every known nook of our nation and
every corner called our country,
our people diverse and beautiful will emerge,
battered and beautiful
When day comes we step out of the shade,
aflame and unafraid
The new dawn blooms as we free it
For there is always ligh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see i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b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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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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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175.XXX.XXX.183)
안녕하세요
칼럼 잘 보고 있습니다,
저는 서천 임종옥 할아버지의 손녀 임채연이라고 합니다.
증조할아버지 흔적을 찾다가 기자님을 알게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서천에서 임채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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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1 22:13:01
0 0
임종건 (121.XXX.XXX.28)
증조할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증손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부모 조부모의 흔적도 사라지기 전에 잘 챙기는 딸과 손녀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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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3 16:29:10
0 0
원소망 (1.XXX.XXX.48)
저도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메시지와 운율을 동시에 살리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손으로 영어 시를 필사해 보기도 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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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9 01:51:37
0 0
임종건 (121.XXX.XXX.28)
공감하셨다니 감사합니다. 운율을 생각하며 시를 읽으셨고, 필사까지 하셨다니 고먼의 시를 누구보다 사랑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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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3 16:24:56
0 0
강완 (211.XXX.XXX.247)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1-01-29 14:57:24
0 0
임종건 (121.XXX.XXX.28)
공감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1-01-29 15:50:2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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