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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이 흐르는 2021을 꿈꾸며
노경아 2020년 12월 31일 (목) 00:03:41

2020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딱 하루 남은 날이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느껴집니다. 일 년 삼백예순다섯 날이 다 빠져나간 달력이지만 허허롭지만은 않습니다. 마지막 잎새는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니까요.

안타깝게도 만나는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년엔 더 힘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내외 여건이 뭐 하나 녹록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되돌아보면 어렵지 않았던 시절은 없습니다. 겨우겨우 살아가기에 ‘겨울’이라 했다지요. 아무리 매서운 추위도 봄을 막진 못하는 법. 겨울을 잘 견디면 봄이 포근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시인 김상길은 시 ‘빈 그물을 접으며’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세찬 비바람에/落果(낙과)는 많았어도/ 果實(과실)나무는 푸른 하늘 아래/ 그대로 있으니 감사합니다/ 섣부른 염려 속에서도/ 창을 열면 언제나 거기 별이 있었습니다/ 이제 빈 그물을 접으며/ 다시 열리는 아침을 기다립니다…”

2021년 달력을 탁자에 세우며 새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역사 앞에서'의 저자 김성칠의 일기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책의 부제인 ‘한 사학자의 6ㆍ25 일기’가 보여주듯 전쟁과 사람, 전쟁과 사회의 모습을 일기로 생생하게 남긴 책입니다. 일기 속 작가의 마음가짐은 본받을 점이 참 많습니다. ‘새해의 맹세’로 끝맺은 1950년 1월 1일 일기가 특히 그렇습니다. 맹세 하나하나가 마음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말로나 글로나 수다를 떨지 말 일. 겸손하고 너그러우며 제 잘한 일을 입 밖에 내지 말 일. 쓰기보다 읽기, 읽기보다 생각하기. 약속보다 실천. 남의 잘못을 드러내지 말 일. 먼 앞날을 생각해 말하고 행할 일. 일기를 쓸 일.”

연말연시 누군가의 다짐은 나의 반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그 누군가가 평소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며칠 전 출근길 전철에서 읽은 언론 선배의 글에서 ‘바른 중년의 삶’을 배웠습니다.

“정신적인 영감이 되지 말자. 실없이 교만하고, 까닭 없이 약한 척하고, 내용 없이 잘난 척하고, 괜히 의심하고, 작은 것에 상처받고, 별것 아닌 일에 버럭 화를 내고, 이름 내기 좋아하고, 자랑하기 좋아하고, 미안해할 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먼저 손 내밀 줄도 모르고 (중략) 죽을 날이 남들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갈수록 얕고 어리석어지는 그런 영감이 되지 말자.”

‘그런 할멈’이 되는 걸 멈출 수 있어 다행입니다. 교만하고 어리석게 행동하다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정(情)은 나에게서 다른 이에게로 흘러갑니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정이 흐르고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만나면 반갑고, 볼수록 정다운 사람은 하나같이 겸손하고 예의가 바릅니다.

새해에는 작은 배려에 고마워하고 작은 실수에 미안해하며 살겠습니다. 새해에는 희망을 품어 신선한 빛을 내는 사람과 가까이하겠습니다. 2021년이 정화수처럼 말갛게 다가옵니다.

“하얀 눈을 천상의 시(詩)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중략)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고 있습니다”(이해인, ‘희망에게’)

여러분의 2020년은 어땠나요? 혹여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 슬프진 않았나요? 사회적으로 빛나던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맥없이 무너져 황당하진 않았나요? 지나간 삼백예순다섯 날이 너무나도 괴괴했기에 걱정부터 앞서네요.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떠난 이들을 떠올립니다. 진짜 사라져야 할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미움과 반목, 싸움과 갈등인데 말입니다. 내년엔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고 싶습니다. 새해엔 정다운 이야기로 모두가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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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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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58.XXX.XXX.226)
자유칼럼이 긴 시간 동안 배달이 안 되더니, 무슨 연유인지 2020 마지막 주인 이번 주부터 다시 들어 오네요. 더군다나 이렇게 마지막 날의 아침을 노경아 님의 글과 함께 하니 반갑습니다.
내년에는 배려와 용서, 그리고 소처럼 우직하게 새 시작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새로운 주소로도 자유칼럼 배달되게 해 주실 거지요? ^^
시끄러웠던 경자년은 이제 미련없이 보내주고, 새로운 22년에 맞는 멋진 설계를 신축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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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08: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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